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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싱가포르에 남긴 3가지 선물

3 Presents from United Kingdom

by 저스틴

싱가포르는 1965년 독립국가로서 초대 대통령과 총리(리콴유)를 선출하며 국가로서 첫 발돋움을 내딛지만, 사실상 경제/국방/정치적으로도 영국의 그림자를 쉬이 벗어나지 못했다. 2차 대전 종식 후에 일본, 한국에도 미군기지가 상주하며 지리적으로 떨어진 두 국가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하듯, 오랜 영국의 식민지였던 싱가포르에도 영국군이 상주하며 싱가포르 경제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쳤다. (영국군 주둔 당시 싱가포르 GDP의 약 20%가 영국군 주둔 경비에서 나왔다고 한다.)


그러던 1971년 어느날, 이집트와의 제2차 중동전쟁에서 패한 영국군은 더이상 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할 힘이 부족해졌고, 공식적으로 싱가포르 주둔군 철수를 발표한다.


홀로 남겨진 싱가포르, 그러나 싱가포르는 혼자가 아니었다. 영국군이 남기고 간 어마어마한 선물들이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세계 최대 실내 인공폭포를 보유한 싱가포르 창이공항 내부 / 출처 : 호텔스닷컴

선물 1.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

현재는 세계 1위 공항으로 선정돼 아시아 대표 공항이자 싱가포르 대표 관광지로 각광받는 곳이나, 이 곳은 원래 일본군이 2차 대전 때 싱가포르를 점령하고 전투비행기 활주로로 썼던 곳이다. 패전 후 영국군이 공군 주둔기지로 살려 활용했던 곳이었고, 1971년 주둔군 철수를 발표하면서 싱가포르 정부와 협의 끝에 무상 양도를 하게 된다.


싱가포르 창이 공항 활주로 / 출처 : 싱가포르 창이공항 화물처리량 2배 확장 계획..공항 동쪽 개발계획 일환, 카고프레스

1981년 싱가포르 정부가 국제 공항으로 공식 개항을 발표했고, 활주로 및 싱가포르 공군 기지와 겸용으로 쓰기 위해 습지와 바다를 메워 약 13 제곱킬로미터(약 400만 평)의 땅을 확보한다. 2023년 현재 기준 총 3개의 메인 활주로가 있는데, 그 중 2개 활주로는 싱가포르 공군과 함께 공유하며, 부지 내 공군 사무실, 뮤지엄 등이 배치돼 있다.




센토사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 2018 북미정상회담 / (출처) 1차 북미정상회담은 어떤 결과를 낳았나, BBC

선물 2. 센토사 섬(Sentosa)

싱가포르 관광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최고급 럭셔리 6성급 호텔 '카펠라(Capella)'와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있는 곳.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2018 북미정상회담'을 열었던 곳. 싱가포르 여행과 관광의 정점을 찍는 이 곳 센토사 섬은, 한때 영국 해군의 방어기지였다. 2차 대전 일본군의 침투로 포로수용소 또는 대규모 학살이 이루어진 '피의 섬'이었다.


센토사 섬 구글 지도 / 출처 : Google map

그러나 싱가포르 정부가 소유한 이 땅은 2010년 말레이시아 리조트 개발업체 '겐팅 그룹'과의 합작으로 약 6조 원의 투자를 통해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 리조트로 다시 태어난다. 이 때 세계 4번째, 일본에 이어 아시아 2번째로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함께 들어선다. 그 외에도 카펠라, 상그릴라, 소피텔 호텔&리조트 브랜드 등 글로벌 호텔 체인 브랜드가 함께 들어서며 <럭셔리 관광/레저 데스티네이션>으로 완전한 이미지 전환에 성공한다.




싱가포르 국립대학 전경 / (출처) NUS 공식 홈페이지

선물 3. 싱가포르 국립대학, 그리고 많은 공장들

싱가포르 국립대학이 들어선 부지는 원래 영국군 군사기지로 활용되던 컨트롤타워였다. 또한 컴퓨터 등 각종 전자제품 생산 공장은 영국군 기지 보급창이 위치했던 곳들을 활용하여, 넓은 부지여건을 변형시키지 않고 있는 건물과 인프라를 활용해 산업 전초기지로 활용했다. 영국군이 타 국가에서 철수 시 거의 모든 건물을 철거했다고 하나, 싱가포르 정부와의 철수 전 사전 협상을 토대로 있는 그대로 철수하도록 합의하였다고 한다.




싱가포르 대표 관광지, 센토사의 현재 / 출처 : 싱가포르 관광청

받은 게 없다고, 가진 게 없다고 불평불만만 가득한 나에게 싱가포르가 말한다.


"우리는 일본과 영국이 버리고 간 쓰레기, 잔해로도 아시아 최고 도시, 관광지를 만들었다. 하물며 너는 그렇게 많은 것들을 부여받고, 모든 혜택과 인프라를 부여받았음에도 어찌 하여 안 된다고만 하는가? 할 수 없다고만 하는가?"

싱가포르의 선인,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한국의 조상들이 나에게 울리는 경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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