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medical Investment, Singapore
싱가포르 국부펀드, 싱가포르 정부 돈으로 전략적, 재무적 투자를 위해 세계 다양한 곳에 투자를 서슴지 않는 테마섹(Temasek) 홀딩스. 싱가포르 투자회사인 테마섹이 국내 바이오시밀러 대표기업이자 국내 바이오 산업의 선두주자인 셀트리온의 지분 약 10%를 보유했던 3대 주주였다는 것을 아는가.
2018년. 테마섹의 적극적인 투자 유치 제안으로 싱가포르에 제 3공장 건설을 추진할 정도로 싱가포르는 셀트리온에 적극적이었고, 무엇보다 바이오산업에 적극적이었다. 기업 간 M&A는 그렇다 치더라도, 왜 싱가포르 정부가 직접 나서서 바이오 산업을 챙기려 하는 것일까?
1인당 GDP가 약 7만 3천불, 한화로 약 9천만원에 달하는 평균 수입을 벌어들이는 싱가포르 사람들. 세계 최강대국 미국과 경제수준이 맞먹는 막대한 경제력을 확보한 싱가포르지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빠른 경제성장에서 기인한 '현대 질병', '만성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2021년 싱가포르 사망 원인 1위는 '암'이었고, 2위는 폐렴, 3위는 심장 질환이었다.
두번째 고민은 일본, 한국에 이어 기대수명 3위에 달하는 싱가포르의 '노령화' 문제다. 싱가포르 국민들의 평균 연령이 지속적으로 상승되면서,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 가중은 물론 정부 차원의 각종 의료비 경감정책 강화로 재정부담이 가속화되었다. 보험비 할인, 바우처 지급 등으로 임시처방을 내리고 있지만 고령화 사회 흐름에 대한 근본적 대안은 아니다.
싱가포르 경제개발청(EDB)는 세계 10대 글로벌 제약사 중 8곳이 싱가포르에 입주해 있고, 세계 의약품 수요의 40% 수준 공급량을 싱가포르에서 직접 생산하다고 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정부는 글로벌 제약사들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당근과 인프라를 구축했는데, 그 중 하나가 '인재 양성'이다. 바이오의약 전문인력은 모두 전액 국비로 약 1년 반동안 전문 교육기관을 거쳐 양성된다.
또한 외국 기업의 현지 투자에 대한 법인세가 낮아, 외국 바이오 기업들의 해외법인 설립 및 공장 가동이 우호적일 수밖에 없다. 싱가포르 법인세는 약 17% 수준으로, 한국과 비교해도 약 7~8% 저렴한 수준이다. 그 외 현지인 바이오 인력 채용 시 인건비 지원, 각종 시설/장비 구매에 관한 비용 절감 혜택 등 다양한 해외 기업 투자 혜택을 제공하여 글로벌 바이오 투자국가로 거듭나고 있다.
2022년 여름, 중국 의약품 위탁생산기업 우시앱텍, 우시바이오로직스 등은 싱가포르에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향후 약 10년 간 한화 약 2조원을 투자할 계획임을 밝혔다. 최근에는 화이자, 시노백, 시노팜 등 백신 관련 개발, 제조기업들이 싱가포르에 진출하며 세계가 관심 갖는 암, 백신 관련 의약품 제조 대표 플랫폼 국가로 지속적으로 성장 중이다.
싱가포르는 세계 최대 컨테이너 환적이 가능한 해운 항구를 보유하여 공장에서 생산된 의약품을 전세계로 실어날을 수 있는 최고의 물류/운송 시스템을 구축했다. 허가, 통관절차가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의약품을 싱가포르 정보는 모든 프로세스를 전자화, 간소화하여 간편한 무역 시스템을 구축했다.
의약품은 보관과 운송 과정에서 온도, 습도, 빛, 농도, 압력 등으로 인해 제품이 변질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섬세한 제품이다. 잘못 보관 시 약효가 사라지기도 한다. 그러나 싱가포르 운송 기업 중 상당수가 국제항공운송협회가 허가하는 '의약품 운송 품질인증제도'를 통과하여 품질 변이 없이 의약품 배송이 가능한 배송 시스템을 구축했다. 특히 창이 공항은 온도에 민감한 화물이 공항에서만큼은 온전한 저온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보관 인프라 시스템을 구축하였고, 이번 코로나 백신 운송 시 온도가 조절되는 냉각 카트를 도입하여 백신을 장기간 안전하게 보관, 운송하는 바이오 물류 허브로 자리매김했다.
작은 정부, 역으로 커지는 개인을 외치는 오늘의 자유주의적 여론이 한 개인의 관점에서는 고무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세계 강대국들의 생존을 건 치열한 경제, 산업 시장은 그 누구보다 국가주의, 보호무역주의의 중요성을 깨닫게 한다.
'기업은 알아서 잘 하니 놔 둬라', '정부만 가만히 있으면 아무 문제가 없을 텐데...' 하는 말들이 많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과 사회의 완성에 국가가 필요없다는 말이 아니라, 현재의 국가/정부가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질타에 가깝다.
제대로 된 역할을 하는 정부라면, 어느 누가 그 존재와 역할을 부인할 것인가? 한국 정부가 싱가포르 정부의 역할 포지셔닝에서 깨달아야 할 점이 많은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