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gi Airport, No.1 in the World
인천 국제공항이 세계 1위 공항이라고 들은 게 엊그제 같은데, 그것도 벌써 2012년을 기점으로 종말을 고한 지 오래다. 항공 산업의 오스카상이라 여겨지는 항공 순위 평가사 Skytrax의 랭킹 순위를 보면,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총 8년 간 1위의 자리를 수성한 공항은 '싱가포르 창이 공항'이 유일하다. (환승, 쇼핑, 편의시설, 수속 프로세스 등 종합 지표를 토대로 객관적 평가를 내린다고 한다)
공항이면 다 같은 공항이지, 무엇이 그렇게 다르길래 1위를 할 수 있었을까?
약 30년이 경과한 싱가포르 창이 공항은 2012년 첫 대규모 본격 리모델링에 착수한다. 'A city in a Garden', 가든 속 도시를 만들기 위한 싱가포르 정부 차원의 노력 일환으로, 공항 내 많은 조경공간과 휴식, 볼거리들을 '자연, 친환경'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많은 관광객 및 비즈니스 목적의 환승객들에게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입출국 통합 게이트를 운용하여 이용객들의 동선, 편의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이고, 면세점/쇼핑 등 다양한 즐길거리를 곳곳에 배치하여 단순히 항공기를 이용하는 곳이 아닌 하나의 Destination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병행되었다.
2013년 리센룽 총리는 국가 독립일 날 연설에서 창이공항에 관한 중장기 계획을 하나 발표한다.
"2020년까지 창이공항의 이용객 수용력을 현재 대비 약 2배로 확대할 것입니다. 공항의 변화, 새로운 공항의 탄생은 우리 싱가포르와 국민 여러분 모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선사할 것입니다"
리센룽이 말했던 청사진을 구체화하기 위해 창이공항그룹(CAG)은 싱가포르 정부가 지분을 소유한 부동산 개발사 '캐피타랜드'와 힘을 모은다. 각각 51%:49%의 지분으로 합작 투자회사를 설립하고, CAG는 공항 내 리센룽 총리의 비전을 가시화 할 수 있는 새로운 부지를 물색한다.
<터미널 1> 옆 지상 주차장으로 활용됐던 공간, 바로 그곳에 공항을 넘어 새로운 싱가포르의 얼굴, 데스티네이션이 될 수 있는 공간을 구체화하는 계획이 발표된다. 프로젝트명은 'JEWEL PROJECT'. 싱가포르의 보석을 만드는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설계로 싱가포르와 깊은 친분을 갖고 있던 모세 샤프디(Moshe Saf die). 이스라엘계 캐나다 건축가인 그는 텔 아비브, 토론도 공항 등 공항 설계 관련 프로젝트의 경험이 풍부한 건축가였다. 이번 쥬얼 프로젝트의 설계자로 선정되면서, 그는 본인이 경험했던 공항의 모습, 그리고 싱가포르가 원하는 공항의 모습을 모두 떠올리며 다음과 같은 프로젝트의 비전을 정했다.
"이 곳에 있는 순간, 당신은 어디에 있는지가 중요하지 않게 된다.
(When you are in it, you forget where you are)"
쇼핑과 자연이 결합된 새로운 공간을 만들면서, 약 300여개의 리테일 매장이 거대한 인공 폭포 Rain Vortex를 감싸며 안정된 원형 돔의 미래지향적 공간을 구현한다. 지상 5층, 지하 5층을 합쳐 총 10개층을 활용해 거대한 실내 자연 정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샤프디는 영화 아바타에서 본 공간설계의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미래의 자연, 미래 도시의 모습은 이와 같은 모습이지 않을까 상상했다고 한다.
약 4만평, 6만여 관목들이 전세계에서 공급되어 거대한 실내 정원을 이루며 '포레스트 밸리'를 형성한다. 일본 화장품 회사 시셰이도가 후원하여 '시셰이도 밸리'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레인 볼텍스를 둘러싼 5개층의 정원 공간을 아울러 일컫는 숲의 정원이다. 미국 9/11 메모리얼 파크의 조경을 맡은 '피터 워커'가 디자인에 참여해 높은 수준의 조경 공간을 구현하는 데 일조했다.
게다가 일본 디자인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 회사로 유명한 '팀랩(Teamlab)'과 협업하여, 단순 숲이 아닌 빛과 어우러져 하나의 공간 내 다양한 경험을 선사하는 '매일 변화하는, 숨쉬는 숲'을 만들었다.
유명 기업들의 스폰서, 세계적 건축/조경 설계사들의 합작, 전문 분야/기술을 보유한 회사들과의 다양한 프로젝트 협업으로 쥬얼(Jewel)은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계속 새롭게 거듭나고 있다.
(팀랩의 포레스트 밸리 프로젝트 영상을 보고 싶다면?)
https://www.youtube.com/watch?v=Xm0yJl7PL8k
쥬얼 창이공항 프로젝트가 완성되고 나서, 리센룽 총리는 본 프로젝트를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싱가폴 사람들이 주얼과 창이 공항을 단순 인프라 관련 이야기로 알아주지 않길 바랐다. 오히려 이것들이 아이디어를 말하고, 또 새로운 상징임을 말해주길 바랐다. 그것 자체가 싱가포르 사람들이 우리 자신을 위해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과감히 꿈꾸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싱가포르 사람들이 함께 힘을 모으면 그 멋진 것들을 현실로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렇다.
쥬얼 프로젝트는 싱가포르의 꿈이고, 싱가포르 국민들의 가능성이다. 생각하면 이룰 수 있다. 꿈꾸는 것들은 모두 현실이 된다는 것을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먼저 보여주었고, 증명했다. "하면 된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싱가포르 국민들은 자신감을 얻고, 또 깨달음을 얻어 세계로 미래로 나아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