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rdens by the bay, Singapore
아시아 최대의 야외 정원, 세계 최대의 온실 하면 싱가포르 <가든스바이더베이>(Gardens by the bay)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50m가 넘는 높이의 장엄함을 자랑하는 슈퍼 트리, 마치 영화 아바타에서 봄직한 거대한 '생명의 숲'과 같은 실사판 이미지를 하고 있는 이 나라의 숲.
한 개인이 만들었다고 하기엔 너무나도 장엄한, 국가 주도의 정부가 만들었다고 하기엔 지나치게 팬시하고 미래지향적인 이 공간과 컨텐츠는 과연 누가 만들었을까?
싱가포르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속도의 경제성장과 함께 수도를 포함한 주요 대도시에 인구가 밀집하면서 많은 '도시개발' 문제에 봉착했다. 많은 수의 주거단지, 상업용 빌딩들이 밀집하면서 '쾌적한 삶'을 살 수 있는 주거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했고, 유일하게 싱가포르 거주민들의 숨 쉬는 공간, 공원이라 불렀던 '싱가포르 보타닉 가든'에 너무 많은 방문객이 밀집하면서 새로운 공원을 만들어 방문/이용객을 분산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언급되었다.
싱가포르의 수도는 '싱가포르'다. 한국처럼 서울, 부산, 대전이 있고 흔히 말하는 '지방자치제, 지방분권, 도시인구 분산'과 관련한 이슈나 대응책이 별도로 없다. 오로지 싱가포르가 살 길은 수도 싱가포르의 글로벌 도시 경쟁력을 확보해, 많은 외국인 투자자, 해외 법인을 유치할 수 있는 아시아를 대표할 도시로서 자리매김하는 것이 필요했다.
비록 오랜 기간 아시아, 중동, 유럽의 중개무역을 수행하며 세계 교역의 중심지로 활약해 왔지만, 주변 홍콩, 대만, 한국, 인도 등 주변 개발국들의 무서운 성장세로 인해 다른 도시와 차별화되는 무언가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가든스바이더베이의 개발을 대외적으로 공식 발표한 2006년, 당시 국가개발부 마보탄 장관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다음과 같이 발표한다. "Greenery can bring to the new development of Singapore"(공원이 싱가포르의 새로운 발전을 가져올 것입니다)
마 장관은 국가개발부 산하 도시 재개발 담당 부서 URA(Urban Redevelopment Authority)개발 실무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숙명의 과제를 던진다.
"뉴욕의 센트럴 파크, 런던의 하이드 파크와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마리나베이 South에 새로운 다운타운을 구성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공원을 만들어 달라"
훗날 리콴유 전 총리, 리센룽 현 총리의 적극 지지를 받은 본 프로젝트는, 2006년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한 국제 설계공모를 시작으로 본격 개발의 서막을 올린다. 24개국 170개 설계사무소가 참여했고, 남쪽은 Grant Associate, 동쪽은 Gustafson 설계사가 맡으며 모두 영국 설계사무소의 손에 싱가포르를 대표할 공원의 청사진이 구체화된다.
약 100만평 땅에, 약 1조의 공사비가 들어간 대규모 프로젝트는 강력한 정부, 유관부서, 그리고 무엇보다 국가 수장인 현 총리와 전 총리의 적극적인 지지로 완성되었다.
모든 이들의 적극 지지를 받은 본 프로젝트는 많은 이들이 프로젝트 개발에 참여했다. 국가개발부를 중심으로 싱가포르 관광국, 토지국, 교통국, 수자원부서 등 연계된 각 부서들의 적극적인 협업이 선행되었다.
클라우드 포레스트, 플라워 돔 등 2개의 실내 정원과 무료로 항상 개방된 아웃도어 가든 등 총 3개의 메인 테마를 가진 공간을 구현하였고, 100만 평의 거대한 땅을 원활히 유지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 모든 힘을 실었다. 총 투자비 1조 중 절반이 단지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소요됐고, 수로를 확보하고, 길을 내고, 전기를 끌어들이는 것과 같은 기초적인 공사가 구체화 되었다.
전세계에서 공수한 열대, 4계절 희귀 식물이 자생할 수 있도록, 싱가포르 내 분야별 전문가들, 예컨대 기후공학 전문가, 지질학, 수질전문가, 조경학 박사 등이 한 자리에 모여 소요 에너지를 최소화하면서도 유지관리가 용이한 식물원을 구축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그 결과 실내 식물원의 열기를 식히기 위한 냉방 에너지는 조경 공간에서 나오는 식물 찌꺼기, 부산물들을 재활용해 사용했고, 화려한 저녁 야경을 위한 슈퍼 트리의 불빛은 낮에 태양열 패널에서 모은 빛 에너지로, 호수에서 모인 빗물들은 수중 식물들이 자생 정화하여 근처 농업 용수를 위해 활용되었다.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친환경(Eco)
대규모 개발 시 종종 언급되는 이 2가지 키워드는 싱가포르에서만큼은 외적인 홍보, 마케팅 차원의 형식적인 것이 아니었다. 가든스바이더베이의 존재 이유이자, 철학과 컨셉을 잇는, 가장 핵심적이고도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나무의 뿌리이자 기초였다.
본 프로젝트가 완성된 2012년, 본 프로젝트를 적극 지지했던 실권자이자 모든 부서들의 적극 지원이 가능했던 핵심 인물, 싱가포르 리센룽 총리가 언론 앞에 나섰다.
언론 a 기자 : "본 가든스바이더베이 프로젝트가 드디어 완성됐네요. 총리님께 이 프로젝트는 어떤 의미입니까?" 리센룽 총리가 답했다.
"사람들을 위한 정원(People's Garden)입니다. 도시에 필요한 건 단순히 좋은 집, 편리한 교통수단, 안전한 도로와 같은 것들도 있지만, 그것을 넘어 지금 싱가포르에 필요한 건 자연과의 교감, 잘 조성된 녹지와 맑은 물이 둘러싼 자연의 도시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가든스바이더베이(Gardens by the bay) 프로젝트는 10년, 100년을 앞뒤로 봐도 쉽게 탄생할 수 없는 프로젝트다. 규모로 보나, 모든 유관부서의 협업을 통해 이루어진 높은 완성도로 보나, 그리고 성공적으로 많은 방문객과 인지도로 세계 글로벌 도시의 얼굴 역할을 수행하는 상징성으로 보나, 감히 성공적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외형적 성공만을 보며 많은 국내 지자체장, 국회의원, 도/시의원들이 싱가포르를 도시 개발의 벤치마킹으로 삼으며 방문하고 있다. 그러나 정말 'Benchmark' 해야 할 것은 완성된 가든스바이더베이가 아니라, 누가 왜 어떻게 이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있었는가에 대한 교훈을 얻는 것이다.
사람을 위한 공간, 사람들이 살아가는 도시를 위한 공간, 그것을 만드는 것이 그들이 사명이고, 또 도시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숙명이다. 우리나라, 더 작게는 대한민국 서울을 만드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아직도 새빛둥둥섬이 서울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였다고 말할 사람은 없기를. 용산 재개발에 고층 빌딩들이 들어선 메트로폴리탄 시티가 미래 서울을 대표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기를. 뭐 하나 만들어지고 나면, "내가 만들었소, 다 내 덕이오" 하며 이름 팔고 다니는 사람이 없기를.
가든스바이더베이에서 배워야 할 건 눈에 보이는 거대한 정원이 아니라, 거대한 정원을 만들어 낸 싱가포르 사람들의 노력, 실력, 인내력, 그 모든 '힘(Power)'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