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면접 준비생들을 위한 나의 작은 경험
사실 취업에는 크게 흥미가 없었다. 내 사업을 하고 싶었으니까.
사업 구상만 하다 시간이 어엿 꽤 지났고, 나도 취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했다. 그렇다고 뭘 깊게 준비하지는 않았다. 어디든 쓰면 붙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자존심보다 자존감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던 그 때, 나는 '예상했던(?)' 대로 쉽게 서류에 합격하고, 또 1차 실무면접에 합격했다.
일단 실무면접까지 합격하고 나니, 이제는 조금 준비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무제표를 보고, 사업개요와 3개년 실적을 볼 수 있는 손익계산서 정도는 눈으로 휙 살폈다. 언론기사와 증권 보고서, 그리고 대표할 만한 주요 프로젝트, 진행 중인 사업들을 챙겼다. 마지막으로 창업주와 현 소유주, 그리고 대표이사 정도는 누구인지 파악했다.
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기출문제를 펼쳤다. 무엇을 물어볼 지, 어떤 대답을 해야 할 지 미리 준비해 가야 된다고 생각했다. 자, 이 정도면 완벽했다. 지피지기가 되었으니, 백전백승일 거라 확신했다.
그런데...불합격.
한 번도 아닌, 무려 세 번을 떨어졌다.
왜일까? 나는 왜 떨어졌을까. 당시는 떨어진 충격에 제대로 상황을 인식할 힘도, 정신도 없었던 터지만, 지금은 다르다. 특히 회사로, 사회로 나와보니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았던, 그때는 보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나는 왜 세 번이나 떨어졌을까? 이제 그 답을 말해보려 한다.
학교와 회사가 다른 건 선생님의 유무다. 심지어 대학교까지도 교수님이 계시니, 곧 학교는 내가 '배우는 곳'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회사는 다르다. 선생님은 커녕 내 위로 상사들만 그득한 군대보다도 더한 계급/직급 사회다. 가르쳐 주기는 커녕, 직급이 올라가면 갈수록 할 일과 책임들이 늘어나 밑사람 가르칠 여력이 없다. 회사가 원하는 것, 그리고 나를 뽑는 상사와 임원, 인사팀이 원하는 건 바로 실전에 투입되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를 발굴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 특히 과거의 나를 포함한 많은 취준생들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는, 회사가 '월급주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결과만 놓고 보면 월급을 '주는' 것이 맞다. 그러나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내가 일을 해야 월급을 준다. 즉, 내가 회사에 뭔가 주는 것이 있어야 회사가 월급이라는 것을 보상으로 되갚아준다.
괜히 영어가 <Give and Take>가 아니다.
Take and Give(받고 주는 것) 이라는 영어는 이 세상에 없다. 내가 이 회사에서 무엇을 얻을까만 고민하고 면접에 임한다면, 회사에 일하러 온 인재가 아니라 떼 먹은 돈 받으러 온 사채업자와 같은 이미지를 풍겨주기 십상이다.
회사가 채용이라는 걸 할 때는 분명한 '목표'가 있다. 기업의 이념, 사명은 '목적'과도 같아서 불변의 법칙으로 흔들리지 않는 신념이라고 일컫지만, 기업의 '목표'는 그때 그때마다 바뀌며 회사의 처한 상황, 심지어는 팀별로 처한 입장에 따라서 원하는 인재가 시시각각 변하기도 한다.
회사가 확실한 사업구도로 Cash-cow를 창출하며 돈을 잘 버는 회사라면, 괜한 말 잘하는 영업직보단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인사팀, 재무팀 인력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제품은 확실한데 뭔가 영업력이 시원찮아 제품을 밖으로 알릴 방법이 만무하다면, 능력 있는 광고마케팅팀 및 영업직의 경력직 채용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 들 것이다. 특히 이런 회사에서는 공채, 신입보다는 경력직을 선호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나의 취준생이었던 과거로 다시 돌아가 보면, 결국 나는 내가 받을 것, 얻을 것부터 앞서 생각했다는 점을 지울 수 없다. 이 회사에 들어가면 내가 '~한 프로젝트'를 경험할 수 있고, 내가 '~한 능력'을 키울 수 있고, 내가 '~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내 마음 속, 머릿 속을 가득 채웠음을 인정한다.
이 회사에 들어가면 나는 '내 가족, 내 지인/친구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을거야'라고 생각하며, 이 회사에 취업했을 때의 내가 얻을 가치와 행복에 대해 김칫국부터 마시곤 했음을 인정한다.
결국 나는 이 회사에 들어가고 싶어서 무슨 일을 할까를 생각하기 보다, 이 회사에 들어갔을 때 내가 얻을 보상, 선물만 생각하며 회사보다 나를 우선시 여겼기에... 결국 떨.어.졌.다.
비단 취준생에게만 해당되는 법칙은 아니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여전히 내 인간관계에서도 유효한 단 하나의 소중한 깨달음은 결국 '먼저 주고 후에 받는다'는 것이다. 세상은 절대 나의 행복을 위해 먼저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세상은 절대 먼저 손을 내밀어 나를 구원하지 않는다. 오로지 내가 먼저 주어야, 그리고 먼저 손을 내밀어야만 세상이 그에 응답한다.
그것이 최종면접에서 세 번 떨어지고 얻은 소중한 나의 교훈이다. 오늘도 어떤 면접에서, 혹은 최종 면접에서 떨어진 분들이 있다면, 나의 과거의 이 경험이 조금이나마 도움, 위로가 되었길 바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