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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번트 Mar 08. 2023

어쩌다 하게 된 일이 천직이 되다

일의 본질, 천직의 비밀


나는 크면 무슨 일을 할까?

‘내가 어떤 일을 하게 될까’ 라는 근원적 고민은 아주 어릴 적 장래희망을 쓰면서부터 시작되었으니, 그 기원이 꽤나 오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때는 세상에의 부딪침(또는 부딪힘) 없이 낙천적 생각만 갖고 들이댔던 장래희망이라, 흔하디 흔한 대통령, 축구선수가 늘 최상위권에 랭킹이 됐지만 말이다.


대학생, 취준생 때라고 다를까?

적당히 수능점수 맞춰 들어간 대학은, 더더군다나 초등학교 때의 사회 인지지능과 크게 다를  없는 고등학생의 ‘ 정한 대학과 전공이라는 것은, 앞으로 수십 년간  소명, 천직의 (직업) 찾고 결정하는 데에 별다른 가여를 하지 못했다. 배운  도둑질이라고 전공을 살려 취업을 했고, 전공이 아닌 다른 업을 가져보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시간을 꽤나 낭비했음은 부정할  없는 사실이다.




숨막히는 사무실, 아직도 여기에 있다니, 믿을 수 없다


어쩌다 시작한 , 대기업 사무직

어쩌다 회사에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아직도 엘리베이터를 내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설 때 마주했던 이질감을 잊을 수 없다. 조용하다 못해 침묵한, 그리고 서로 빽빽이 붙어 앉아 옆사람의 숨소리와 배고픔의 꼬르륵 뱃소리까지 다 들리는 그곳에서 자기 앞 노트북과 모니터 전방만 바라보며 ‘일’이라는 걸 하는 그 모습을 잊지 못한다. 매일, 매순간 사무실이 들어서며 생각했다. ‘아, 얼마 못 버티겠구나’


어찌 저찌 시작한 일들

그래도 자리에 앉아있으니 이런 저런 일들을 시작하게 됐다. 노트북, 프린터 세팅이 끝나고, 사내 메신저에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얼굴, 소속, 연락처, 그리고 가장 무서운 실시간 활동 현황(온라인, 오프라인, 부재중, 자리비움 등과 같은 내용들이 실시간으로 표시된다)이 이름 옆에 표기된다. 눈에 보인다고 사수, 팀장은 필요도 없는 나를 회의에 넣어주고 출장도 보내준다. 같이 밥 먹으러 데려 다니기도 하고, 피피티 50장을 만들면 그 중 1장은 나보고 자유롭게 만들어 보라 한다. 대학에서는 선배노릇, 나름 발표 좀 하고 인사이트도 있는 그런 학생이었는데, 여기 오니 뭐 아무 말도 제대로 못 하는 반(Half) 벙어리가 된다.


데이터와 경험이 쌓이다

 알든 모르든 하루 8시간, 아니 출퇴근 포함하면 하루 12시간을 365 근무기간 전부에 쏟다 보니, 나름 뭔가 쌓이는 기분이다. 어디 가서 “그거  봤어요라고  만한 것들이 생기고, 동료/선배들과 함께  프로젝트는 전우애까지 생겨 공감대가 형성된다. 그리고 어디 가서도 적어도 내가 일하는 분야에서만큼은 누구 못지않게 할말이 많아진다.  다물던 인턴에서,   열고 대답은 하고 고개는 열심히 끄덕이는 정도가 되었다.




고민, 또 고민해도 답이 안 나오는 천직 찾기


그럼에도, 여전히 천직을 꿈꾼다

일은 그렇게 나쁘지 않다. 내 적성과 강점을 살릴 부분도 있고, 자리에만 앉아 반복된 일을 하는 것도 아니라 창의성 발휘에도 꽤나 도움이 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천직을 꿈꾸는 이유는,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
일은  만한 ,
 재미가 없다.

,
적당히는   있는데,
압도적으로 잘하진 못한다.


그래서 천직을 찾아 나설려고, 책도 읽고 유튜브도 보고, 전시도 가 보고, 그 무엇보다 천직을 찾았다고 하는 많은 선배들(내게 이 선배들은 스티브 잡스, 이병철 회장, 한창기 뿌리깊은나무 창간인, 모리 미노루 회장, 제임스 카메론 감독, 데미언 셰젤 감독 등이 해당된다)이 직접 쓴 글, 인터뷰 기사를 찾아 헤맸다. 과연 이들은 내가 앞서 느낌 2가지의 이유에서 얼마나 자유로울까 궁금했다. 그래서 정리해 보았다.


스티브 잡스 : 스탠포드 연설의 “You’ve got to find what you love(당신이 좋아하는  찾아야 합니다)” 문구로 보건대, 본인 일을 사랑하고 천직이라 여긴다. 그리고 적당히가 아니라 압도적으로 잘했다. 친구 스티브 워즈니악과 함께.


이병철 회장 : 자서전 <호암자전> 보면 스스로 말하길,   벌어 기생집을 드나들다, 어느날 집에 돌아와 잠에  가족들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한다. 일의 재미를 언급한 내용은 없고, 정미소로 쌀을 팔다 망하고 몇번의 시행착오를  삼성상회 무역업 기반 도소매 상점으로 사업기반을 다진다.


한창기 회장 : 서울대 법대를 나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유일무일한 국내 최고, 최초의 세일즈맨이다. 어릴  AFKN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영어를 독학했고, 그걸로 용산 미군기지에 들어가 잡일을 하고 책도 팔았다. 나중에는 뿌리깊은나무 잡지를 발간해, 한글로  잡지와 한국에 관한 이야기를 잡지에 녹여낸 인물이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 : 트럭운전을 하며 자투리 시간에  SF소설로 헐리우드 영화사에 들이댄 인물이다. 좋아하는 각본을 쓰다 영화계에 들어섰으니, 일을 사랑하고 천직으로 받아들이는  당연하다. 업계에서도 스토리를 직접 쓰고, 감독까지 해낸 SF영화계  스티븐 스필버그를 잇는 인물


모리 미노루 회장 :  쓰는  좋아해 소설가를 꿈꿨다. 공부도 곧잘  동경대를 졸업했으나, 건강이 좋지 않고  아버지가 벌려 놓은 부동산 개발사업이 있어 졸업하자마자 이사 타이틀을 명함에 달고 업무를 시작했다. 좋아하는 일은 아니었지만, 하다 보니 재미를 붙였다 한다. 그리고 소설가와 부동산 개발업자는 모두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점에서 결이 같은 직업이라 믿는다.


데미언 셰젤 감독 : 라라랜드, 위플래시, 바빌론과 같은 굵직굵직한 음악영화를 만든 감독이다. 하버드 시각환경학과에서 영화, 영상을 배웠고, 음악 작곡가인 저스틴 호로위츠를 만나 본인의 이야기, 스토리를 음악과 영화의 결합으로 풀어낸다. 최근 헐리우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영화 감독이다.




내가 생각하는 위의 선배들을 보니, 다음과 같은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하나, 무언가에 재미를 느껴 일을 시작한 사람도 있지만, 어쩌다 보니 일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일을 시작했다 성공한 사람도 적지 않다. 아니 오히려 더 많다.


둘, 처음부터 좋아하던 일을 평생 업으로 가진 사람은 없다. 스티브 잡스는 음악, 명상을 좋아했지만 IT회사 창업주가 되었고, 영화 스토리 글 쓰는 것을 좋아했던 제임스 캐머런은 글도 쓰지만, 감독도 하고 심해탐험도 떠나는 모험가이기도 하다.


셋, 잘하기 위해서, 그 업의 최고가 되는 것과, 재미를 느끼고 일을 사랑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즉, 일은 재미의 영역이 아니다. 내가 아무리 축구를 좋아해도 손흥민, 메시가 될 순 없다. 잘한다는 건 70%의 재능, 능력과 30%의 적당한 흥미와 재미를 느끼는 수준이면 된다.


넷,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하는 선배들도, 이미 잘하고 난 이후에 재미를 느낀 경우가 많다. 메시가 페인팅 몇 번만 해도 수비수들이 나자빠지니 축구가 재밌는 것이지, 아무리 뛰어도 수비수 한 명 제끼지 못할 공격수가 축구를 재밌다고 여길 리는 만무하다.




결국 천직이란,

천직이란 내가 잘하는 경지에 올라, 그 일에서 재미를 느낄 때를 말한다. 다 올라간 자가 여유 있게 할 수 있는 말이지, 가장 밑바닥에 있는 우리가 천직을 논할 기회는 없다. 애초에 밑바닥에게 주어지는 천직이란 없다.


적당한 관심, 어쩌다 생긴 기회로 시작하자

일에서 100%의 재미를 찾지 않는다. 30% 정도의 관심, 흥미 정도면 충분하다. 그게 있어야 어쨌든 일을 할 기회가 주어질 테니.


먼저 잘해라. 그러면 그것이 천직이  지니

잘하는 경지에 올라라. 좋아하든, 싫어하든, 좋아하다가 싫어졌든, 어쨌든 그 양면성을 이겨내고, 버티고 인내하여 잘하는 경지에 올라라. 나를 제외한 모든 타인들이 내 발밑에 있음을 느껴라. 그러면 그 일이 재미가 있고, 또 쉬워지고, 곧 나의 천직이 될 것이다.


끝/


이정도 관심으로 일을 시작하면 된다. 한번 쓱 쳐다보고, 해 보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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