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전 와이프의 식성이란
임신 전 와이프는 한식파 중에서도 한식파를 자처할 만큼, 디저트나 빵류, 양식류에 대한 선호도보다 찌개와 밥을 필두로 한 메뉴를 선호하는 '보기 드문' 처자였다. 오히려 빵과 디저트, 간식을 좋아하는 나와는 정반대여서, 카페에서 음료를 시킨 직후 "뭐 안 먹을래?"를 남발하거나, 나중엔 디저트를 시키는 나를 죄책감마저 들게 할 정도로, 밥을 먹고 난 이후의 추가적인 섭취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거부반응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그녀가, 임신을 하더니 완전 딴 사람이 되었다.
밥을 먹지 않는 것이다
분명 퇴근 후 차려진 밥상에는 '국과 밥, 반찬'들이 즐비했던 과거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퇴근 즈음해서 와이프에게서 카톡이 날라온다. "오늘은 뭐 먹지? 시켜먹을까? 아니면 나가서 먹을까?" ...?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 군것질, 외식에 대해 매우 걱정을 하던 그녀가, 어느덧 내가 먼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나서서 외식을 권장한다. 더군다나 그녀가 희망하는 저녁 메뉴도, 원래 잘 챙겨먹고 했던 소위 '국에 밥 말아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튀김, 기름진 것들로 가득차 있다는 것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셈이다.
처음엔 물론 좋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로 저녁상이 채워졌으니까. 원없이 외식을 먹을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었다. '얼마나 속이 안 좋으면, 저렇게 원래 먹던 식성이 아닌 다른 메뉴를 찾게 되었을까?'. 임신은 30여 년 간 지켜온 식성조차 한순간에 바꿀 정도로, 엄청난 파급력을 가져오는 게 분명했다. 특히 '임산부'에게, 그리고 내 와이프에게.
나의 스탠스, 나의 와이프를 대하는 자세
중요한 건 무엇을 먹느냐가 아니다. 식성이 A인가, B인가도 아니다. A에서 B로 바뀌었다는 사실도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잘 먹는 것'이다. 가장 무서운 건 아무 것도 먹지 못하는 것이고, 더 안타까운 건 나는 식욕이 그대로인데 와이프만 아무 것도 먹지 못해 대비되는 것이다.
임신했으니까 입덧하는 건 당연하다?
아니, 당연할 수 없다. 세상이 발전했으면 입덧에 대처하는 현대 부부의 자세도 남달라져야 한다. 한단계 업그레이드 되어야 한다. 예전처럼 친정 어머니에게 또는 이미 아이를 낳아본 주변 친구들에게만 물어보는 정보의 한계도 없다. 유튜브만 열어도 온갖 산부인과 의사들이 입덧 완화 방법을 제안하고, 한의사들이 좋은 혈자리를 알려주며, 애기 좀 낳아봤다는 수많은 엄마들의 브이로그가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할 지 알려준다. 물론 그것이 우리 와이프에게 정답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과거에는 3개 정도만 해 볼 수 있는 선택지였지만, 지금은 10개의 선택지로 트라이해 볼 수 있는 세상 아니던가.
나는 오늘도 와이프에게 맞는 과일을 찾아, 집앞 시장으로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