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리지 않는 미술 수업 이야기(1)
왜 학생들은 미술수업을 그리는 것이 다라고 생각할까?
해가 갈수록 사회는 빠르게 변하고 학교도 그 속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변화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의 내용과 방법도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과학은 실제로 실험을 해야 하는 수업이 대분이고, 음악은 작곡 작사가 들어가고, 영어는 원어민이 함께 하고 있다.
그런데... 안타까운 현실이 있다. 미술은 필자의 어릴 때나 지금이나 이 글을 읽은 분들의 학창 시절과 크게 변한 것이 없다. 그리기, 만들기?? 풍경화, 포스터, 상상화, 재미있는 일 그리기, 교실 꾸미기??
“ 내일 미술 수업 있어요.”라고 내가 말하면 학생들은 대답은 정해져 있다.
“ 준비물 뭐예요? 물감 가져와요? 색연필 필요해요?
학생들은 미술시간이 곧 그리기이자 만들기이다.
“ 아니, 내일은 그림 감상 수업할 거야”
“ 에이, 그거 재미없어요, 다른 것 해요, 만화 그리기 해요.”
너무나 당연한 아이들의 반응이었지만 난 “그게 아니라 선생님이 준비한 것은 재미있는 감상수업인데”라고 강조했다. 아이들의 눈동자가 동그래졌다.
미술 감상 수업이 왜 중요해?
우리는 언제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까?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시작도 비슷하지만 그림 그리는 것도 고등학교 후 거의 하지 않는다. 일부 관련학과에 진학하거나 몇몇 취미로 하는 사람 외엔...
그런데 그림 보는 일은 언제까지 할까?
살다 보면 미술관에 갈 일이 종종 생긴다. 데이트 장소로 가기도 하고,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 가기도 하고, 몇몇은 그림을 구입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일생에서 내가 그림을 그리는 일은 20대 이후로 별로 없지만 그림을 볼 시간은 많다. 그런 생각이 들자 더욱 미술 수업의 방향을 좀 바꾸고 싶었다. 그림을 보고 느낌을 말하는 틀에 박힌 미술 감상수업 말고 다른 것이 필요했다.
애들아, 여기에 사람이 몇 명 있을까?
2015년부터 매년 첫 번째 감상수업에 보여주는 그림은 똑같다. 아이들에게 다짜고짜 현대미술, 추상 미술을 보여주면 바로 “어려워요”라고 생각하고 너무 유명한 그림(예를 들면 “모나리자”)은 흥미를 잃기 쉽다. 그리고 유튜브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움직임이 없는 그림을 가지고 40분 동안 수업을 하려면 재빠르게 그림 속에 나만의 비밀장치를 숨겨서 아이들에게 전달해야만 한다.
아이들이 이 그림을 보면 첫 반응은 어떨까?
대부분 “잘 그렸어요”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이상해요”, “아저씨가 악마 같아요.”, “여자 머리에 뿔이 있어요.” “못생겼어요.”......
여기서 가 중요하다. 아이들이 이 그림을 더 볼지 말지가 결정된다.
1. 그림에 사람이 몇 명 있을까?
“ 너무 쉬워요, 두 명이요.” 아이들의 답변이다.
매년마다 아이들에게 이 그림을 소개할 때 더 자세히 보라고 말한다. 마치 내가 그림에다가 사람을 숨겨 놓은 것처럼 말이다. 그제야 아이들은 선생님이 무언가를 숨기고 말을 안 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갑자기 집중하기 시작한다. 몇십 초의 정적이 흐르고 한 아이가 아주 흥분된 목소리로 “찾았어요, 여기 중앙 거울에 있어요.” 이때부터 아이들은 그림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하는 첫발을 내딛게 된다. 다행히도 최근에 학교에는 몇 년 전부터 스마트패드가 보급되어 있어서 자기 자리에서 그림을 확대해 볼 수 있다.
“ 그래, 그럼 이 거울 속에 사람은 누구일까?” 딴 짓을 하던 녀석들도 하나둘씩 그림에 집중한다.
2. 그림 속 두 사람은 어떤 사이일까?
여기서부터 아이들은 그림을 보고 온갖 상상력을 동원하기 시작한다.
“ 검은 옷을 입은 마법사가 공주를 잡아서 납치하는 그림 같아요.”
“ 여자가 임신해서 애를 나으려고 의사를 불렀어요.”
“ 옛날 시대에 남자랑 여자가 결혼하는 것 같아요.”
저마다 그림 속에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고 친구들의 재미있는 이야기에는 웃음을 터트린다. 지루함은 찾아볼 수 없고 아이들은 기대에 찬 시선으로 다음 선생님 질문을 기다린다. 그리고 신기한 것은 미술 감상 수업을 하다 보면 아이들이 가끔씩 작가의 의도나 그림의 상황을 정확히 맞히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3. 그림에 이상한 점이 있어. 찾아볼까? 힌트는 아침인데 이건 이상해.
아이들은 그림을 거의 해부할 정도로 보기 시작한다. “뭐가 이상하지?”라는 말을 쉴 새 없이 이야기한다.
“아저씨 모자가 너무 커요”
“아줌마 머리에 뿔이 있어요.”
“벽에 이상한 글자가 있어요.”
“아니, 애들아 이 그림의 시간이 아침인데 이상한 점이 있다니까.”
그림의 시대상을 잘 모르기 때문에 그림 속 하나하나 장면이 아이들에게는 이상하게 보이는 것 같다.
내 말에 아이들은 답을 찾기 위해서 더욱더 그림에 몰두한다.
사실 첫 감상 수업을 하면 40분 안에 끝내기가 어렵다. 보통은 2교시까지 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아이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그림에 대한 설명도 중간중간에 한다. 거울 속에 있는 사람은 화가이고 두 사람은 결혼을 하고 있다고...
아이들은 10여분 이상 찾다가 못 찾는 경우가 많았다. 딱 한 해 빼곤 대부분 다른 것을 찾고 헤맸다. 필자도 사실 이 그림을 준비하면서 위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었다.
난 마침내 결정적인 힌트를 말했다.
“답은 그림 위쪽에 있어 잘 살펴봐. 아침인데 안 어울리는 부분이야.”
다는 아니지만 이때쯤이면 몇몇 아이들이 답을 찾는다.
“ 촛불이 아침인데 아직 한 개가 켜져 있어요.”
그말을 듣고 다른 아이들도 서로 진짜인지 확대해 보고는 매우 아쉬워한다.
“ 에이, 시시해요. 우리가 어떻게 알아요.”
그리곤 자연스럽게 수업을 마치면서 난 아이들에게 슬며시 물어본다.
"다음에 또 감상수업할래?"
다행스럽게도 대부분 학생들의 대답은 “네”, "재미있어요", “다음에 다른 그림으로 해요”가 많았다.
또 한 가지 감상수업은 그림실력과는 전혀 관계없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인지 미술시간만 되면 늘 주눅 들던 녀석들도 덩달아 신나 했다.
" 다음 그림은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