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공주일까?

#2. 그리지 않는 미술 수업 이야기(2)

by 키달쌤

첫 시간에 퀴즈 형식으로 그림을 보고 난 녀석들에게 이번 주에도 미술 수업을 한다고 예고했다. 몇몇 호기심 쟁이들이 쉬는 시간부터 무슨 그림인지 또 그림 속에 문제가 있는지 계속 물어봤다. 아이들이 첫 수업 때 충분히 흥미를 느낀 것에 1차 목표를 달성했다. 두 번째 시간에 확실한 재미를 주면 경험상 1학기 정도는 충분히 내 의도대로 수업을 이끌 수 있었다.


미술 감상 수업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단시간에 제일 참여도가 높은 방법이 퀴즈를 내는 것이었고 2~3번 정도는 비슷한 포맷으로 수업을 계획했다.


“ 오늘은.... 이 그림이야.”


<벨라스케스-"시녀들"/ 위키백과>


“ 우와. 잘 그랬어요.” “ 예쁜 사람이 많아요.”
특히 여학생들이 수업을 할 때면 이 그림을 좋아했다. 아이들이 저마다 그림을 보고 이 말 저 말을 하고 있었다.
“ 자, 그럼 선생님이 문제 내볼게.”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이들의 눈은 반짝였다.



이 그림에는 사람이 몇 명이 있을까?



아이들은 저마다 이야기하면서 모두 고개를 숙이고 사람 숫자를 세는데 정신이 없다. 사실 미술 감상 수업에서 사람 몇 명인 것이 뭐가 중요하겠냐 만은 일단은 모든 학생이 학습 능력과 배경 지식이 없이도 쉽게 참여하는 제일 쉬운 질문이었다.


“ 선생님 9명이요!!”
성질 급한 녀석이 먼저 손을 들고 말하자 나머지 아이들도 연이어 대답했다.
“ 저도 9명이요... 쉽다 이거...”

자기들끼리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만족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그때였다.
“ 선생님... 뒤 거울 같은데 사람이 더 있어요... 11명이에요.”
조용하고 차분한 학생이 말하자 아이들은 일제히 다시 그림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신기해하며 서로 이야기한다.

<벨라스케스-'시녀들'/위키백과 - 수업 자료 중>


“맞아 여기는 11명이 있어” 나의 대답은 아이들의 도전의식(?)을 더욱 자극한 듯 보였다. 그리고 뒤늦게 반에 꼭 한 두 명 있는 4차원적 학생이 12명이라고말한다.
“ 그림 앞에 개 한 마리도 있어요.”
이 말에 학생들이 까르르 웃고 분위기는 한껏 들떴다. 매년 비슷한 수업 흐름이었다.




애들아, 여기에 공주님이 있어. 누가 공주님일까?


“ 자 그럼 여기에 공주님이 있어. 누가 공주일까?”

<벨라스케스-'시녀들'/위키백과-수업자료>


아이들은 5지선다형 문제(?)를 보고는 유쾌하게 자신만의 논리를 펼치고 이야기한다.

“ 3번이야... 혼자 서 있잖아. 공주들은 저렇게 치마 잡고 인사해.”
“ 2번 같은데... 제일 예쁜 옷 입고 예쁘게 생겼어.”
“ 선생님 또 함정 팠을 거야. 5번이야.”


즐거운 자기들만의 수다들이 몇 분간 오고 가고 답을 알려주기 전에 선택한 번호대로 손을 들어보라고 했다. 이 수업을 할 때마다 2번이 많았다. 이 그림에서 공주를 찾는 일이 중요하다. 그림의 효과를 설명하고 그림 속 사람들의 신분이나 역할을 알려줄 때 이 질문이 학생들의 흥미를 일이키기 때문이었다.


“ 정답은 2번이야.”
맞춘 아이들은 자리에서 뛸 뜻이 기뻐하고 틀린 학생들은 아쉬워했다.

“ 2번이 공주인 이유는... 주인공은 항상 그림에서 어디에 있지?”
“ 중간이요!!”
“ 그림에서 주인공은 항상 어때요?
“ 예뻐요. 착해요. 눈에 띄어요.”


핵심 설명을 하기 전에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질문이었다. 이 그림에서 발라스케스는 ‘마르가리타 공주’를 주인공으로 그리기 위해 구도 상 중앙에 위치하고 빛의 효과를 살려 마치 조명을 비추는 것처럼 공주를 밝게 그렸다. 아이들은 내가 말하는 미술적 용어도 집중해서 듣는다.



“ 근데 말이야... 이 화가는 한 가지 효과를 더 넣었단다. 찾을 수 있겠니?”



이 질문은 쉽지 않은 질문이지만 여기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힌트를 줬다. 유심히 보던 아이들이 ‘4번’ 여자 표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 표정이 무서워요.”, “혼자 화가 난 것 같아 보여요.” “ 못생겼어요.”
“ 맞아... 그림에는 안 어울리지... 나이도 많고 키도 작고...”
“ 근데 왜 그렸을까?”


아이들은 곰곰이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정확한 답을 이야기하는 학생이 나왔다.
“ 공주랑 반대예요. 얼굴크기랑 표정, 옷 색깔, 머리 색깔도요.”
발표한 아이를 칭찬하며 난 설명을 이었다. 이 시대에 그림에는 가끔씩 주인공을 더 돋보이게 하려고 반대되는 사람을 그려 넣었다고......


“에이... 그래도 저 사람이 불쌍해요. 공주만 사람인가.”

늘 이 수업을 마무리할 때는 이 부분을 설명하면서 난 아이들에게 자기가 더 돋보이기 위해서 다른 친구나 사람을 이용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곤 했다.


“ 요즘에 공주와 왕자가 어디 있니, 너희들도 집에서 다 공주님, 왕자님인데.”

수업 마무리 종이 치자 아이들은 다음에는 무슨 그림 할 꺼냐고 보챘다.
“ 음... 다음 시간에는 다른 방법으로 그림을 소개할게....”

아이들의 연신 "재미있어요"라는 말을 듣고 난 또 다른 그림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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