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그리지 않는 미술 수업이야기(4)
브런치 작가가 되고 숨 가쁘게 네 번째 미술 수업이야기를 지금 쓰고 있다. 몇 년 동안 낡은 외장하드에 보관된 수업자료와 그림 자료를 뒤적거리면서 그래도 교사로서 노력한 흔적을 다시 보니 뿌듯하다. 이렇게 모은 동영상, 그림 사진, 지도안이 다시 빛을 볼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연속해서 수업 이야기를 하니 뭔가 반복되는 것 같아서 몇 년간 미술감상 수업을 하면서 초등학교(4, 6학년 위주) 아이들에게 반응이 좋았던 그림 top 10을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의 경험을 기준으로 한 지극히 주관적 생각임을 미리 밝힌다.
내가 가르친 초등학생들이 좋아하는
그림 TOP10!!
10위 : 밀레 "만종"
너무나 유명한 밀레의 대표작이다. 부부 소작인이 고된 일을 마치고 감사기도를 드리는 이 그림은 아이들 눈에 지루하게 보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학생들이 그림에 대해 많은 질문을 했다. 종교적인 이유로 마음에 들어하는 학생들도 종종 있었다. 왜 그렇게 힘들게 일해야만 했는지, 무슨 농사를 짓는지, 뒤쪽 수레에 실려 있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했다. 수업을 받는 학생들에게 선생님이 이것저것 설명하지 않아도 그림의 평안함과 따뜻함이 자연스럽게 전달되는 것을 보면서 화가 밀레의 존재를 느끼게 했다. 세상을 살아갈수록 이 그림이 많은 위로를 줄 것 같다.
르누아르 그림 또한 학생들이 대부분 좋아했다. '피아노 치는 소녀들'은 우선 색감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선처리가 학생들에게 친근하게 느껴진 듯하다. 그리고 피아노라는 소재를 아아들이 쉽게 접할 수 있어 더 동질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림을 잘 그렸다고 이야기하고, 두 소녀의 모습이 예쁘고 자매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밝은 주황과 갈색의 느낌을 잘 살려냈고 따뜻한 햇빛이 마치 방안을 가득 채운듯한 느낌이다. 어느 하나 불안한 모습이 없어 보이는 그림에 아이들이 좋아했던 것 같다.
8위는 롭 곤잘레스의 작품이다. 제목을 정확하게는 찾지 못했다. 여기부터는 비현실적인 작품이 많이 나온다. 아직 수업이야기에 쓰진 않았지만 아이들이 '초현실주의' 작품에 특히나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이화가의 작품은 대부분 재미있다. 현실에서 이뤄질 수 없는 것을 그림 속 인물들이 화가의 상상력과 어우러져 표현되었다.
그림 속에서 거울을 깔고 있는 여인 뒤쪽이 호수가 되어 나무배를 타는 사람이 보인다. 고니도 거울 위에서 유유히 나가고 있다. 지루하고 따분한 일상이 반복되는 분들이 있다면 이 화가의 그림을 찾아본다면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비슷한 초현실주의 작품은 수업이야기 때 소개하겠다.
이 화가의 그림은 사실 학생들에게 보여주기에는 기괴하고 어둡고 부적합한 그림들이 많다. 이 작품은 그중에서 가장 양호한 그림이다. 백진스키는 대학교 때 졸업 작품을 준비하면서 알게 된 화가이다. 나도 이 어두운 그림과 비슷하게 멋지게 그리고 싶었으나 교수님한테 크게 혼이 났었다. 주로 학생들에게 그림으로 이야기를 만들 때 가끔씩 보여준 것 같다. 아이들이 이 그림의 제목을 보고 많이 한 이야기는 백설공주에 나오는 마녀의 거울 같다는 발표를 했던 것 같다. 판타지적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이 그림 또한 학생들의 주목을 끌었던 것 같다.
드디어 한국 화가의 작품이다. 조선 중기의 시인이자 문인인 김득신의 "야묘도추"이다. 학생들은 그림에 나오는 할아버지(?)가 여러 가지 동물들을 쫓아내는 장면이 인상적인 듯했다. 뭔가 정적일 것 같은 한국화도 그림의 구도에 따라 생기가 넘치고 마치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담아낸 것이 걸작이다. 아이들에게 "왜 그림 속 아저씨가 화가 났을까?"라고 질문하자 다양한 답변이 나왔다. 부부 싸움해서 뒤에 아주머니가 밀었다는 한 아이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고양이가 병아리를 물고 도망가는 것을 쫒아가는 재미있는 그림이다.
너무나 유명한 그림 '클림트'의 <키스>이다. 이 그림은 특히 6학년 아이들에게 큰 반응이 있었다. 사춘기에 접어든 녀석들이 그림을 보고 징그럽다, 야하다, 더럽다 등등... 얼굴을 붉히는 녀석들도 꽤 많았었다. 그리고 반에 서로 좋아하는 학생들이나 남자 친구, 여자 친구가 같이 있는 경우에는 난리가 났었다. 색감이나 무늬들을 설명하면서 디자인적으로 영감을 많이 준 그림이라고 소개했던 것 같다. 화려한 황금빛이 나도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그림이다.
보자마자 웃픈(?) 그림이다. 바나나 사람 두 명이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데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설정 자체가 아이들에게 큰 재미를 줬던 것 같다. 제목을 찾으러 고 노력했으나 잘 몰라 아이들이 많이 이야기한 '바나나 연인'으로 부르겠다. 학생들의 눈에는 벗겨진 바나나가 마치 죽는 듯하게 보여서 그런지 사랑하는 연인을 잃어서 슬퍼한다는 발표를 많이 했던 것 같다. 나 또한 서 있는 바나나의 표정이 슬퍼 보인다. 다시 봐도 개그가 가미된 웃픈(?) 그림이다.
3위는 미술 경매 수업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그림 중 하나인 클레의 "고양이와 물고기"이다. 추상 미술작품 중에는 그나마 형태가 있어서인지 학생들이 쉽게 받아들였다. 마치 고양이가 머릿속에서 물고기를 생각하는 듯한 천진난만한 그림이다. 색감도 알록달록하고 만화 캐릭터 같은 고양이의 모습에 학생들이 특히나 좋아했었다. 고양이 이야기가 나오자 자기 집 고양이를 자랑하는 녀석들도 꽤 많았던 것 같다. 아이들의 동심이 잘 반영된 그림이다.
너무나 유명한 그림이다. 각종 광고와 영화, 포스터에 패러디 단골 작품인 뭉크의 '절규"이다. 이 그림을 보여주면 반 학생 중 2~3명 정도 빼곤 다 자기가 아는 그림이라고 난리가 난다. 보자마자 그림 속 인물을 따라 두 손을 볼에 대고 소리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아이들에게 뭉크가 왜 이 그림을 그렸는지 설명하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곤 했다. " 왜 노을이 무서워요? 예쁘잖아요"라는 말이 가장 많았었다. 그러나...... 반에는 꼭 한두 명 뭉크스러운(?) 아이가 있다. " 선생님, 저도 노을이 무서워요 피가 생각나요..." 뭉크의 마음을 설명하기 전에 뭉크가 왜 이렇게 공포에 질렸는지 물어보면 아이들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공포스러운 장면을 들을 수 있었다.
대망의 1위 작품은 바로 리히텐슈타인의 "우는 여자"이다. 이 그림은 보자마자 모든 학생들이 묻는 단골 질문이 있다. "선생님 저 여자 울어요 웃어요?" 내가 몇 마디도 하기 전에 아이들이 알아서 붉은 머리칼 여자가 왜 저러고 있는지 너무 궁금해했다. 난 딱 한 질문만 해도 수업 시간이 아주 잘 간다. " 이 여자 왜 울까요" 아이들은 저마다 온갖 막장 드라마 이야기부터 자기가 본 만화나 애니메이션까지 동원한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들으면 참 신기하고 재미있다. 이것이 미술 감상 수업의 가장 큰 매력이다. 그에 더해 한 가지 질문을 더해본다.
" 애들아, 이 여자 뭐하는 사람 같아?"
혹시나 미술 감상 수업을 준비하거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들은 무엇이 있을지 궁금한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