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그리지 않는 미술 수업이야기(5)
교직 생활을 시작하면서 줄 곧 첫 해 5학년 담임을 제외하곤 6학년 담임을 내리 5년 동안 했었다. 2016년도에는 처음으로 4학년을 맡게 되었다. 6학년 아이들에 익숙했던 나에게 4학년 아이들은 참 어려 보였다. 귀여운 모습도 있었지만 6학년에 비해 너무 많은 것을 물어보고 설명을 일일이 해야 해서 적응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지나고 나서 보면 해가 갈수록 아이들과의 추억이 쌓이고 가끔씩 생각나는 학생들도 있다. 그리고 해마다 참 나랑 잘 맞은 학생들이 많은 반도 있었고, 그 반대로 정말 힘든 반도 몇 번있었다. 2016년도 아이들은 가장 착하고 바른 아이들이 반에 많았었다.
작년에 수업대회에서 입상하지 못한 아쉬움에 한번 더 도전하고 싶었지만 처음 맡는 학년이라 망설임이 있었다. 그래도 다시 나가는 동료 교사들과 수업을 잘 듣는 반 아이들에게 힘을 얻고 2번째 도전을 결심했었다.
주제 그림이 필요해
6학년 때 매번 했던 추상 미술은 내려놓고 4학년 교육과정에 부합하면서 쉬운 미술 감상 방법을 고민했다. 학년이 내려 갈수록 정적인 수업보다는 동적인 수업이 필요했으므로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보았다. 우선 교과서에 있는 흥미 있는 그림을 토대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질문을 만들고 감상 관점을 간략하게 설정했다. 여기까지는 비슷했다. 그러나 아이들의 호기심과 감상의 즐거움의 접점을 찾아야만 했다. 바로 그림의 전 후 장면을 아이들이 직접 꾸미는 것이었다. 그리고 작년에 너무 많은 그림을 사용한다는 충고를 듣고 주제 그림을 중심으로 수업을 준비했다.
바로 보테로의 그림이다. 보기만 해도 웃긴 그림이었다. 아이들은 그림을 보고는 "뚱뚱하다"라는 말을 자꾸 했었다. 4학년 학생에게 반응이 좋았던 보테로의 작품들은 이후에도 수업 때 많이 썼었다. 그림을 보여주기 전에 한참 귀여운 우리 집 첫째의 동영상을 보여주고 아이들에게 "다음 행동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했다. 나중에 그림의 전 후 장면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복선(?)이었다. 첫 번째 활동으로 그림 속에 나오는 모든 것을 모둠 칠판에 적게 했다. 아이들은 수십 가지를 열중해서 적었다.
- 아저씨, 아주머니, 검은 우산, 핸드백, 시계, 모자, 나무, 귀걸이, 열매.....
이야깃거리를 만들기 위함도 있었고 아이들이 그림을 자세히 보기 위한 활동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활동의 핵심 질문으로 학생들이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제시했다.
1. 남자, 여자는 어디에 있나요?
2. 두 사람은 어디에 가나요?
3. 남자의 손은 왜 우산을 가리키고 있나요?
질문은 쉽다. 갈수록 열린 사고를 유발하는 질문이다. 아이들은 저마다 상상력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질문은 숲 속이라고 쉽게 이야기했다. 두 번째 질문은 주로 의상을 보고 파티나 산책을 왔다는 아이들도 있었고, 도서관에 가는 길이라고 하는 녀석들도 있었고 표정을 보니 길을 잃어버린 것 같다고도 했다. 우산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은 생각보다는 다양하게 나오지는 않았다.
너희들의 끼를 보여줘
드디어 핵심 활동이 이었다. 아이들이 즐겁게 잘 따라줘서인지 계획했던 시간이 오히려 남았던 것 같다. 핵심 활동에 필요한 소품을 그럴듯하게 준비했다.
우선 그림 앞 뒤 장면을 아이들이 꾸며서 보이지 않게 했다가 가림막을 넘기면 학생들이 장면을 연출하도록 계획했다. 사실 수업에 역할극을 넣으면 학생들은 즐거워 하지만 지도하는 선생님이나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설픈 경우가 너무 많다. 그 만큼 공개 수업을 하기에는 위험도가 높았다. 그래도 학생들이 그림을 재미있게 보고 즐겁게 수업에 참가하는 모습이 중요했다. 드디어 그림의 전 후 장면을 모둠별로 이야기를 만들고 발표할 시간이었다. 학생들은 저마다 긴장한 모습도 있었지만 친구들에게 자신들이 준비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주로 학생들은 두 부부가 길을 잃고 헤매는 모습을연기를 했었다. 서로는 탓하며 싸우는 부부, 화가 나서 남편을 두고 가는 부부, 길가던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부부, 좀 엽기적인 모둠은 남편을 저세상으로 보내기도 했다. 그중에서 제일 좋았던 장면은 두 부부가 사이좋게 문제를 해결하는 부부였다. 휴대폰을 꺼내더니 네이버 지도를 서로 보면서 찾아가는 장면에서 참관하던 선생님들이 많이 웃으셨다. 다소 엉성하고 중간중간에 끊기는 장면도 있었지만 수업하는 나도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돌아보면 이때 아이들이 역할극을 좋아해서 국어, 사회 시간에도 많이 했었다. 무사히 수업 촬영을 마치고 나도 아이들도 즐거운 시간임을 서로 느낄 수 었었다.
최종 심사 까지...
2차 동영상 촬영을 제출하고 작년처럼 조바심은 나지 않았다. 수업이 너무 즐거웠었고 아이들이 재미있어하는 모습이 보람되었다. 여태껏 많은 수업을 했지만 이날 수업이 제일 즐겁고 잘한 수업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자연스럽게 가을 최종 심사까지 통과가 되었다.
" 좋은 수업이란 무엇일까?"
학습 목표를 달성하고 배운 내용을 잘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아이들이 그 시간 동안 웃고 떠들면서 행복을 서로 나누는 것도 가끔씩 필요하다. 어른이 되어서 잘 가르치는 선생님보다는 재미있었던 선생님이 기억에 남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