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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다

2023년 08월 09일

by 천우주


라이킷을 건너가다 @은수 작가님의 글을 통해 어느 브런치 작가님의 '부고'를 알게 되었습니다.

비록 제가 모르던 분이셨지만 '브런치'라는 같은 공간에서 활동하셨던 분의 부고를 접하니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영원한 평화와 휴식이 있는 그곳으로 돌아가셔서 항상 밝고 따뜻하시길 기도합니다.







돌아가다



부고를 접하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다 죽음에 관한 단어 중 '돌아가다'가 마음에 남습니다.

돌아가다...


'죽음'이란 일생의 단 한 번뿐인 사건을 높여 표현할 때 우리는 흔히 '돌아가셨다'란 표현을 사용하곤 합니다.

그렇지만 그 말을 단순히 '높임말'이라 하며 지나치기엔 '돌아가다'란 단어가 주는 뜻이 너무도 깊고 심오합니다.


죽음이 돌아가는 것이라면 어디로 돌아가는 것일까요?

나는, 또 우리는 어디서 왔을까요?


언제 어디서 무슨 이유로 그 말이 사용되었는진 알 수 없지만 '돌아가다'는 생의 마지막이 끝이 아니라는 뜻을 품고 있습니다.

돌아간다는 것은 온 곳이 있다는 뜻이고 우리는 결국 그곳으로 다시 가게 됩니다.


우리 모두가 맞을 것임이 너무나도 확실한 삶의 끝.

마지막 한 번의 숨을 내쉬는 그때.


마지막 그 한 번의 내쉬는 숨결의 끝은 모든 것의 종착지를 알리는 신호가 아니라 회귀를 알리는 신호라고 '돌아가다'는 얘기합니다.


태풍이 몰고 온 빗소리를 들으며 글을 토닥거리는 지금,


대기에서 태어난 태풍은 해류와 기온과 기압과 그 밖의 많은 요소들로 인해 바다를 지나 육지를 거치며 짧은 생을 마감하고 다시 대기로 흩어져 돌아갑니다.

태풍은, 강한 바람과 많은 비를 뿌리며 세상을 흩트려 놓지만 그것이 그의 의도는 아닙니다.

그는 태어나 만난 기온과 기압과 기류들과 소통하며 서로 영향을 주고 영향을 받으면서 그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뿐입니다.

태풍은 그가 삶아온 흔적으로 큰 피해를 입히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 유익한 역할도 합니다.

피해이든, 유용함이든 태풍은 태어나 지나고 사라질 때까지 흔적을 남기지만 자신의 삶이 끝나면

본래 자신이 태어나기 전에 아무것도 없었던 그때처럼 공간에 먼지 하나 남기지 않고 다시 자신이 왔던 곳, 대기로, 그 공간으로 돌아가버립니다.


나도, 우리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수정과 착상을 통해 육체가 모습을 갖추면 저 깊은, 우주보다 더 크고 더 깊은 '고요와 꿈의 바다'에서 영혼이 잠시 떨어져 나와 그 육신에 머물다, 때가 되면 본래 왔던 곳,

고요와 꿈의 바다로 다시 돌아가 영원토록 이어질 평화의 꿈을 꾸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삶은 육체가 시드는 과정이 아니라 영혼이 돌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살아가며 생기는 마음과 생각과 감정은 저 깊은 공간, 고요와 꿈의 바다로 흩뿌려지고 흩뿌려지다, 마지막엔 본래의 자신마저 흩뿌려 돌아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돌아간 영혼은 다시 고요와 꿈의 바다와 하나가 되어 꿈을 꾸다 때론 따뜻함으로, 때론 바람으로, 때론 햇살로 우리에게 안부를 전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뭇잎 하나, 꽃잎 하나, 돌멩이 하나까지도 그런 꿈의 발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지금 이 자리, 여기, 이곳, 이 시간에서 이렇게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은 지금까지 모든 돌아간 것들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그렇습니다.

내가 존재하는 건, 존재했던 모든 것들 때문입니다.

그래서 감사합니다.


모든 고인분들의 명복과 그분들 모두가 영원한 고요와 평화의 꿈을 꾸길 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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