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이야기
사전에 적힌 부자의 뜻에 따르면 재물이 넉넉한 사람이 부자라고 되어있지만 그 '넉넉함'의 기준이 어느 정도인진 나와있지 않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넉넉해야 부자라 할 수 있을까?
10억? 아니면 100억? 1,000억?
그것보단 상위 1%? 아니 상위 0.1%? 0.001%?
다들 부자 부자 하는데 어느 정도의 재산이 있어야 부자인지 정도는 알아야 부자가 되려고 해 볼 것 아니겠는가.
학위나 자격증처럼 부자도 공인된 증명서 같은 게 있다면 이런 고민이 필요 없겠지만 불행히도 그런 증명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단순히 자산이 많으면 부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그게 또 그렇지만도 않았다. 많다의 기준은 상대적이니 얼마를 가지든 나보다 많이 가진 사람은 분명히 있을 것이고 결국, 세상에서 가장 많은 자산을 가진 최상위의 1인이 되지 않는 이상 부자라 칭하는 게 애매해지기 때문이다. 수 십억, 수 백억 정도 있으면 부자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 역시 너무 애매하지 않은가? 부자에 대해 어떤 기준이 없다면 아무리 재산을 모은들 어떻게 자신이 부자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 있겠는가?
부자의 재산 기준에 대해 공식적으로 나와있는 내용은 없다. 하지만 어느 정도 사회적 인정이 가능한 기준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적 인정이 가능한 기준의 재물은 어느 정도 일까? 얼마를 가져야 비로소'부자의 반열'에 올랐다고 할 수 있을까?
답을 알기 위해 상상을 좀 해봤다.
1억...... 은 아니지. 무슨 주택복권 시절도 아니고. 그렇다면 10억? 10억도 턱도 없다. 로또 1등? 아니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엔 로또로도 부족하다. 그렇다면 100억? 100억 정도 있으면 부자 스펙트럼의 저 끝쯤에 오를 수 있을까?
그럴 것 같긴 한데... 욕심을 좀 부려 생각해 보니 100억도 좀 불안하다. 요즘 아파트 값이 많이 내렸다고는 하지만 대도시의 좀 살만한(이라고 쓰고 남들이 좋다고 인정하는) 아파트 한 채 가격이 10억~40억 정도 하는 것 같으니 그 중간값인 20억 정도로 우선 내 집 하나 장만했다 가정하자. 거기에 미래를 위한 투자 겸 여분으로 그보다 가격이 좀 더 낮은 10억 정도의 아파트를 비상금 개념으로 가지고 있다고도 가정하자. 그 정도는 되어야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를 기나긴 인생에 조금은 안심이 될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여유롭고 안정된 노후를 위해 도시와 가까운 시외에 전원주택 하나 정도 더 보유하면 마음이 훨씬 든든할 것이다. 은퇴 후 조용히 보낼 수도 있고 말이다. 여기까진 100억으로도 충분히 차고 넘친다.
하지만 가족도 생각해야 한다. 부모님도 잘 부양해야 하고 형제자매 친척들과 사이가 좋다면 그들도 어느 정도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식들. 자식이 있다면 그들이 성인이 될 때까진 남 못지않은 교육과 양육도 해야 할 것이다. 국내 교육은 그렇다 치더라도 유학이라도 보내려면 한 두 푼으론 어림도 없다. 그것이 끝은 아니다. 이 험한 세상에 자식들이 힘들지 않게 살게 하려면 어느 정도의 기반도 마련해줘야 한다. 남 눈치 보지 않고 살 수 있는 집도 하나 장만해줘야 하고 결혼도 시켜줘야 한다. 거기다 아주 조금 욕심을 부린다면 나 가고 난 뒤 자식들이 걱정 없이 먹고살 수 있게 자그마한 건물이나 가게라도 해준다면 부모로서 그보다 더 뿌듯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려면 100억으로도 조금은 불안하다.
그래. 그냥 시원하게 1,000억 정도라고 하자. 그 정도 돈이 있다면 돈으로 해결 가능한 웬만한 건 다 해결할 수 있을 것이고 게다가 어느 누구도 부자가 아니라고 말하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1,000억을 부자의 기준으로 하려고 하니 나가도 너무 나간 느낌이다. 그 정도의 재산이 있다면 확실한 부자겠지만 기준이라기엔 너무 높다. 사실 1,000억 정도의 재산이 있다면 부자의 상위등급인 재벌이라 봐야 할 것이다. 목표기 높을수록 좋다고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지 평범한 사람들에게 1,000억은 그야말로 꿈만 같은 돈이다. 동네 앞산도 완등해보지 못한 사람에게 히말라야 14좌 완등을 목표로 하라는 건 말도 안 된다. 그러니 개인적 상상은 이쯤 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