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가을
낙엽이 수북이 떨어지고 귀뚜라미 소리가 밤새 들리는데도 여전히 덥다는 게 신기하다.
떨어져 쌓여가는 낙엽을 보노라면 계절이 바뀌어 낙엽이 되었는지 햇볕에 말라버려 낙엽이 되었는지 모르겠고, 맑게 울리는 귀뚜라미 소리는 진짜 귀뚜라미 소리인지 아기 매미의 울음소리인지 모르겠다. 살다 보니 이렇게 신기한 여름도 있다.
오늘도 땀을 엄청 흘렸다. 겉옷이 흠뻑 젖었고 속옷 역시 마찬가지였다. 낮동안 받았던 태양의 열기가 한 밤이 되어도 여전히 몸속을 달구어 피부를 뜨겁게 한다.
그러려니 한다. 추운데도 더운 것이면 문제겠지만 더워서 더운 것이니 아무 문제가 없다.
머지않은 언젠가의 겨울, 추위가 예사롭지 않은 그날이 오면 나는 매서운 칼바람에 꽁꽁 언 손을 주머니 깊숙이 넣고 얼얼해진 턱을 딱딱거리며 올해의 여름을 추억하겠지. 지금의 내가 언젠가의 매서웠던 추위를 떠올리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