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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크리스마스

by 천우주


또 한 번의 크리스마스를 맞는다.


종교는 없지만 나는 크리스마스를 좋아하고 예수님을 좋아한다.

예수님은 '사랑'이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말씀하셨다. 사랑하라고.

스스로를, 하나님을, 예수님을, 이웃을, 그리고 원수를.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
(요한복음 중)

그러니 너희 듣는 자에게 내가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미워하는 자들에게 선을 베풀며,
너희를 저주하는 자를 위해 축복하고,
너희를 모욕하는 자를 위해 기도하라
(누가복음 중)


최근 들어 자주 흥얼거리는 노래가 있다. '나는 반딧불'이란 노래다.

노래는 자신이 별인 줄 알았지만 벌레였음을, 그래도 괜찮음을 얘기한다.

노래를 들으며 지구가 반딧불의 둥지 같다고 생각했다.

생명의 빛으로 촘촘히 빛나는 반딧불이의 둥지.

우주의 입장에서 나란 존재는 미립자 속의 미립자보다 작은 존재지만 그럼에도 생명이란 빛을 내고 있다.

나도 너도 우리도 미운자도 원수도 모두 생명이란 빛을 반짝이는 같은 존재다.

더 나은 것도 더 못한 것도 없는, 함께 모여 빛을 내는 작고 연약한 존재다.

그러고 보면 지구는 어쩌면 신이 켜놓은 50 억년 된 트리일지도 모르겠다.

어두운 밤, 검은 행성 곳곳에서 반짝이는 조그마한 반딧불들로 가득한 우주의 트리.

그 모습을 상상하니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신이 보시기에 좋았다'는 말을 조금은 알 것 같다.


크리스마스다.

많은 일이 일어났지만 그럼에도 크리스마스다.

이 땅에 아직 사랑이 살아있음을, 사랑을 설파하다 떠난이가 있음을 상기하는 크리스마스.

올해, 내게 있어 크리스마스의 의미는 그렇다.

나는 별이 아니라 벌레다. 특별할 것 없는 벌레다.

그래도 괜찮다. 나는 살아있고 내 안에 있는 생명의 빛은 아직 꺼지지 않았으니.

올해의 크리스마스는 그거면 충분할 것 같다.


다가온 크리스마스에 인사를 건넨다.

'안녕 크리스마스'

오늘은 하루종일 웃고 다닐 생각이다.


모두들 메리크리스마스








'나는 반딧불'을 흥얼거려봤다.

원곡 가수에겐 미안할 따름이다....


원곡(유튜브)

https://youtu.be/9XFGRri2ivs?si=zAwxGQwXO7yQoK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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