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요

by 천우주




기분은 좀 어떠세요?

네?

무섭다구요?

하하 그래요. 그럴 거예요.

괜찮아요. 다들 그러니깐.

여길 한 번 보실래요?

보시고 나면 분명 기분이 나이질 거예요.

약속해요.


처음엔 조그만 아기였죠.

어때요? 잘 보이시나요?

흠뻑 젖은 몸으로 울고 있네요.

노란 콩나물 같은 두 손을 꼭 쥐고 말이죠.

저 때 참 많이 놀래셨죠? 왜 안 그랬겠어요.


지금은 엄마 품에 안겨 웃고 있네요.

보세요! 저 환한 미소를!

어쩜 저렇게 예쁜지!!

세상 가장 예쁜 미소예요. 그죠?


첫 돌이 되었네요.

연필과 명주실을 꼭 쥐고 방긋 웃는 당신.

당신을 바라보는 부모님의 눈을 보세요.

느껴지죠? 그들의 사랑이?

그래요.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존재였어요.


이제 조금 더 컸군요.

엄마와 아빠를 또박하게 말하고

아장아장 걷고 달리네요.

한 걸음마다 꺄륵대는 당신의 웃음에

온 가족이 행복했더랬죠.


학교에 가는 첫날이군요.

커다란 운동장 가운데서 낯선 아이들에 둘러싸여서

엄마의 손을 꼭 쥐고 있네요.

기억나나요? 저 겁먹은 눈망울이?

그래도 당신은 지지 않고 용감히 엄마의 손을 놓고

씩씩하게 세상으로 나아갔죠.


이제 제법 자랐어요.

여드름 가득한 얼굴에 부끄럼도 많아졌구요.

어디 그것뿐인가요. 고민도 많았고 화도 많았죠.

아! 말도 참 안 들었었죠.

부모님 속도 많이 썩였구요.

그렇죠?


입가도 거뭇해지고 키도 더욱 커졌군요.

어른티가 나요.

다 자란 당신 눈에 꿈과 희망이 보이네요.

무모하기도 하고 용감하기도 했었죠.

그래도 마음은 여전히 여렸어요.


결혼식 이군요.

멋지게 차려입고 수줍게 웃네요.

당신의 신부는 참 예쁘고 다정했어요.

평생을 함께 하겠노라 다짐했던 사람.

저 때 당신, 참 행복했는데.


시간이 좀 더 흘렀네요.

안타깝게도 헤어지셨군요.

그렇죠. 알 수 없는 게 인생이죠.

그래도 당신은 신부를 사랑하죠.

지금까지도.


아이는 없으셨죠?

아! 그래요. 가슴 아픈 일이 있으셨죠.

빛도 보기 전에 별이 되어버린.

보이네요. 저 때였죠?

당신, 참 많이 우셨군요.

괜찮아요. 이젠 그러지 않아도 돼요.

정말로 빛나는 별이 되었으니깐.


이제 제법 나이가 들었군요.

주름은 늘었지만 얼굴은 온화해졌어요.

열정도 고민도 많이 희미해졌구요.

그리고 여전히 혼자시구요.

많이 외로우셨나요?

그래요. 그랬을 거예요.


어느새 머리가 많이 희끗해지셨네요.

키도 많이 줄으셨고, 앞도 잘 안 보이고.

어느 모로 봐도 이제 젊은 사람은 아니군요.

그래도 잘 지내고 계시네요.

여전히 다정하게 웃을 줄도 아시고.


아!!... 이제 정말 작아지셨군요.

바싹 마른 팔과 듬성한 머리.

당신 정말 조그맣네요.

병, 이셨죠?

네. 그렇죠. 어쩔 수 없는 일이죠.

딱히 뭘 잘못해서는 아니에요. 그냥 그런 거죠.

어느 날은 해가 뜨고, 어느 날은 바람이 부는 그런 것.

그러니 마음 쓰지 말아요.


이제 주위를 한 번 보세요.

혼자 지내오신 분인데도 참 많은 사람이 모였어요.

작아진 당신을 보며 모두들 안타까워하고 있네요.

저길 봐요. 당신의 옛 신부도 와 있군요.

당신, 잘 살아오셨나 봐요.

분명해요.


어때요? 잘 보셨나요?

기분이 좀 나아지시죠?

거 봐요. 그렇다니까요.

네? 마지막 인사요?

아뇨, 그런 드라마 같은 일은 없어요.

그냥 가는 거랍니다.

세상에 올 때도 그렇게 왔잖아요?


자자 서운해하지 마세요.

그래도 한 가지는 할 수 있으니까.

웃으세요.

제가 일생을 보여드린 건 그것 때문이에요.

지나온 모든 날과 남겨진 모든 것에 미소를 지어주세요.

세상에 처음 와 지었던 그 미소,

엄마의 눈을 보며 지었던 그 미소를요.

네, 그렇게요.

잘했어요. 그럼 됐어요. 된 거예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해요.

그렇게 못하는 사람들도 얼마나 많은데요.


자 이제 일어나세요.

당신의 작은 몸을 힘차게 일으켜 세우고 저를 따라오세요.

어서요.

네? 거기엔 뭐가 있냐구요?

뭐가 있을까요?

가보면 안답니다.

걱정 마세요. 다시 돌아가는 것뿐이니깐.

자! 이제 제 손을 잡아요. 그리고 우리 함께

돌아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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