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다

2017년 02월 13일 '씀' 앱에 씀

by 천우주

오늘도 즐거웠어요.

나는 하루 종일 꽃밭을 뛰었더랬죠.

색색의 꽃들이 달콤한 향기를 뿜으며 온 들판을 채우고 있었죠.

저 멀리 언덕에 피어오른 무지개는 참 아름다웠더랬죠.

사슴이 머무는 호수엔 하늘이 그대로 비쳐 보였고 밤이면 또 얼마나 반딧불이들이 날아올랐던지.

나는 토끼와 여우와 다람쥐와 함께 들판을 달리고 바람을 맞으며 물을 찾아 마셨어요.

끝없이 끝없이 웃었죠.

꽃과 나무와 하늘과 동물들과 언제나 즐겁게 뛰어노는 나는 공주랍니다.

이 아름다운 숲의 공주, 마법의 공주

내가 사는 성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당신에게 얘기해도 믿지 못할 거예요.

아침마다 줄을 서서 나에게 인사하는 그 많은 신하들은 또 어떻구요.

나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은 나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가득하지요.

나는 또 바람을 타고 날았죠.

하늘의 새들보다 높이 날고 구름과 얘기하며 별들까지 닿았어요.

그곳에서 나는 아기별도 만나고 어린 왕자도 만났죠.

그의 장미도.

우리는 모두 친구랍니다.


그렇게 즐겁게 놀았어요.

이제 곧 해가 뜰 건가 봐요.

나도 이제 돌아갈 시간이에요.

아 종소리가 들리네요.

일어날 시간이네요.

청소를 하고 아침 준비를 돕고 또 매를 맞겠지만 어쩌겠어요.

놀이는 언제나 끝이 있는 법이죠.

어쩌면 돌아가지 않아도 될지 모르겠어요.

어젯밤엔 무척 아팠거든요.

아니 곧 그렇게 될 것 같아요.

그런 느낌이 들어요.

여기 다른 세계에 영원히 숲과 마법의 공주로 머무를 시간이 곧 다가오리라는 걸.


그러니 오늘은 일어날래요.

그날이 빨리 오길 기다리며.






소제목에서와 같이 이 글은 '씀'이란 앱에 2017년에 적었던 글이다.

요즘은 통 이용하고 있지 않지만 '씀'앱은 매일 하나의 단어를 주고 그 단어를 주제 삼아 자유로운 형식의 글을 쓸 수 있는 앱이다.

당시 썼던 글에서 자연스럽지 못한 단어와 문장 몇 개는 수정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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