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란 Dec 15. 2023

내가 제일 좋아하는 순간

일 하면서 우아하게 숨 쉬는 법

  재택근무로 오랜 시간을 방 안에서 보내요. 집에서 일을 하다 보니, 좋아하는 시간이 생겼어요. 그 시간은 오후 2시예요. 점심을 먹어 배도 적당히 부르고, 방안에 드리우는 햇볕이 따뜻해요. 그럼 일하다가 잠시 숨을 돌려요. 밖을 나가지 않아도 창문으로 네모난 하늘이 보여요. 그 시간을 좋아해요.


  오후 2시. 그 시간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방문 너머의 베란다를 바라보면 햇빛이 블라인드 사이로 드리워요. 그 햇빛은 블라인드의 누런 색으로 마치 노을빛으로 베란다를 물들여요. 우리 집 베란다가 남향인지, 북향인지 모르겠어요. 그 햇빛은 너무 밝지도 않고 적당히 어두워요. 햇빛은 방 안의 나무 그림자를 머금고. 그 나무 그림자는 흔들림이 없어요. 방 안의 공기가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에요. 블라인드. 나무. 나무의 그림자. 살포시 겹쳐요. 적당한 빛과 고요한 어둠, 방안 가득 안온한 순간이 찾아와요.


  나는 그 순간을 사랑해요. 일 하면서 제일 좋아하는 순간이에요.


  다음으로 좋아하는 시간은 오후 5시예요. 나에게 5시는 퇴근 시간과 업무 시간이 섞여 있는 오묘한 시간이기 때문이에요. 이때는 업무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요. 오늘 내가 끝내지 못한 일이 무엇인지, 내일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말이에요.


  정규 근무 시간은 9시 30분부터 6시 30분까지지만, 저는 선택 근무로 일을 하고 있어요. 대체로 8시부터 일을 시작해서 5시면 나의 소정 근로 시간은 충분히 채워요. 그럼에도 5시부터 업무를 하는 1시간은 내 업무 시간의 덤인 시간이에요. 그 시간이 있기에 재택근무로 일을 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오후 5시가 되면 마음은 한껏 부풀어요. 좋아요. 나무를 바라봐요. 나무가 충분히 수고했다고 인사를 해줘요. 그 순간.

이전 08화 일 하면서 우아하게 숨 쉬는 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