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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Dec 23. 2023

자고 싶지만 돈가스는 먹고 싶어

일 하면서 우아하게 숨 쉬는 법

  점심은 돈가스를 먹기로 했어요. 전날 밤부터 돈가스가 먹고 싶었어요. 잠드는 침대가 꼭 돈가스 튀김처럼 폭신했어요. 꿈에 돈가스가 나올 것 만 같았죠. 자고 싶지만 돈가스가 먹고 싶었어요. 하지만, 돈가스는 내일의 과제로 남겨두고 잠에 들었어요.


  돈가스를 먹기로 한 오늘이 되었어요. 오늘의 점심시간이 되니 돈가스를 먹으러 나갈 여유는 없었어요. 그래서 배달을 시켜야 했어요. 분명 전날 밤, 잠들기 전 까지는 꼭 밖에 나가서 먹어야지만 될 것 같았어요. 점심시간에 여유롭게 나가서, 돈가스 집에서 돈가스를 시켜 먹는 상상을 하며 잠들었거든요. 하지만, 나갈 수 없었어요.


  평소 점심시간이라면, 집에서 십분 정도의 시간 동안 점심밥을 먹어요. 그리고 남음 시간은 잠시 눈을 붙여요. 먹자마자 바로 잠을 청해요. 침대 밖은 위험해요. 그래서, 점심시간에는 소가 되는 시간이에요. 먹자마자 바로 누워서 잠에 들어요. 하지만 오늘은 밖에 나가서 돈가스를 먹고, 겨울의 공기를 느끼고 싶었어요. 그래야만 할 것 같았어요. 아! 크리스마스 선물 포장지도 사고 싶었어요. 다음 날 선물할 물건이 있어요. 하지만 생각만 할 뿐, 여유가 없었어요.


  점심을 먹고, 잠을 잘 여유도 없었어요. 돈가스를 나가서 먹을 여유도 없었고요. 그래서 쿠팡이츠를 주문했어요. 평소라면 세이브 배달로 할인을 받을 테지만, 오늘은 한집 배달로 주문을 했어요. 하지만 내 돈가스는 평소 세이브 배달처럼 느리게 왔어요. 배달의 민족이 소리치고 있었죠. 그렇게 여유가 없던 점심시간이 야속하게 흘러만 갔어요.


  오늘 배달로 돈가스를 시켜 먹었어요. 점심시간에 잠도 잘 수 없었어요. 여유가 없었어요. 왜 여유가 없을까 생각을 했어요. 12월이 끝나간다고 생각하니. 아니 올해를 보낼 준비를 아직 하지 못 한 것 같아요. 그래서, 여유가 없는 것 같았어요. 돈가스는 맛있었어요. 일본식 돈가스를 먹었어요. 지난밤 폭신하게 누운 돈가스는 경양식 돈가스에 데미그라스 소스가 듬뿍 올라간 돈가스였어요.


  잘 모르겠어요. 돈가스를 먹고 있지만 자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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