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마지막 근무일이에요. 출근을 했고, 해야 하는 일들을 했어요. 해야 할 일이라고 거창한 것이 없어요. 오늘 내 마음과 같이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마음인 것 같아요. 한 해를 마무리한다는 느낌으로 연말평가에 대한 셀프 리뷰를 남겨요. 내 성과가 무엇이었고, 무엇이 아쉬웠는지. 또, 무엇을 개선할 것인지를 적어요. 적으면서 작아져요. 지난 일 년은 길었는데, 몇 문장으로 밖에 증빙할 수 있는 것이 없음에 안타까움을 느껴요. 지난 시간이 우아한 것 같지 않아요. 우아함이란 무엇일까 생각에 잠겨요. 그렇게 10분 알람을 맞추고 침대에 누워있다가 일어났어요.
일어나서 이메일 창을 열어봐요. 새로 들어온 이메일이 없어요. 슬랙을 열어봐요. 새로 들어온 이메일이 없어요. 오늘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아요. 커피를 한 잔 내려서 자리에 앉았어요. 고요해요. 아무 소리도, 아무 일도, 아무 반응도 없어요. 멈춰버린 것 만 같아요. 한 해가 끝나간다는 것을 온 세상이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새 해를 준비한다기보다는 가는 오늘을 붙잡고 늘어지는 느낌이에요. 기대감이 없어서겠죠?
어느 순간부터 내년을 기대하지 않게 되었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이라는 표현으로 그 기대감과 설렘을 묵인해요. 이제는 그냥인걸요. 그런 하루하루가 모여 지금의 내가 되었어요. 분명 설렘이 있었고, 카운트 다운을 하고, 제야의 종소리를 기다렸던 어제가 있어요.
지난여름 호주에서의 폭죽 소리가 아른 거려요. 호주의 여름은 겨울이고, 크리스마스고, 새해였어요. 그때도 기대감보다는 정리에 가까웠어요. 그 삶을 접는 과정이었고. 끝이 보이는 시간이었어요. 누군가 죽는다면, 종말을 맞이한다면 그런 차분함과 고요함. 그 고독을 즐겼을 거예요. 왜 오늘이 그런 느낌인지 나는 잘 모르겠어요.
아무튼, 해피뉴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