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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andol Oct 03. 2016

하늘공원 황혼의 억새밭

밤이 되어가는 데도 사람들이 끊임없이 새로 들어온다.  

갈 데까지 갔다고 '갈대'

갈대와 억새가 구분이 어려워 이렇게 외운 적이 있다.

산에 있는 것은 억새, 산에서부터 점점 내려와 갈 데(강가, 물가)까지 내려온 것은 갈 데까지 갔다고 갈대라는 말이다. 잎만으로 보고 쉽게 구분하자면 억새는 긴 잎에 세로로 가운데 흰 줄이 그어져 있다.


갈대 하면 낙동강변 을숙도. 지금은 싹 단장해서 멋진 공원이지만, 1970~80년대만 해도 천연 갈대밭이 장관이었다. 안으로 점점 들어가다 보면 쉽게 길을 잃기도 한다. 키를 넘는 갈대밭의 샛길 안을 혼자 걸었다. 아름다웠지만, 걷다 뒤로 고개를 돌리면 순간 섬찟하기도 했다. 여러 가지 유명한 배경이 된 것도 그 때문이다.

억새밭 하면 먼저 등산꾼들이 한 마디씩 거든다. 강원도 정선, 가평, 제주도... 산속에 넓게 자리 잡은 평원에 유명한 억새밭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석양이 배경으로 반역광의 금빛 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짧고 큰 감동 끝에 어둠 속에 묻힌다. 가을이면 억새축제도 만발이다.

서울 도심,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억새가 들판을 이루었다.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주변의 하늘공원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말 그대로 장사진이 되어 나무계단을 오른다. '맹꽁이'라는 이름의 전기자동차를 타고 오르는 사람도 많다. 한 대 10여 명 정도가 탑승하는 모양. 그렇게 사람들이 정상 억새밭에 쏟아진다.

낙동강변 을숙도가 지금처럼 모양 좋게 개발되지 않은 시절, 이곳은 쓰레기 매립지였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거대한 쓰레기들의 산. 못 쓰고 버린 쓰레기였지만, 그것을 모아놓으니 없는 게 없다. 쓰레기의 계곡에는 억새밭이 아니라 마을까지 있었으니까. 세상의 모든 폐기물들에서 뜯어낸 것들로 만든 마을. 집집마다 사람이 살았다.  


쓰레기 폐기물 더미였던 그곳이 지금은 수많은 야생동물이 서식지가 될 정도로 숲과 초지로 변했다. 쌓아 올린 산의 정상에는 은빛의 억새가 피고, 황혼이 그것을 금빛으로 물들인다. 밤이 되어가는 데도 사람들이 끊임없이 새로 올라온다. 야경이 더 멋있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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