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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andol Oct 13. 2016

그럭저럭 공평한 가을 풍경

선유도에서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가을 햇살이 주어진다.

따뜻한 빛., 가을 햇살.
산딸나무 열매가 탐스러워~

날씨가 쌀쌀해진 바람에, 따뜻한 햇살이 반갑다.

음지와 양지가 자주 교차하는 곳에 있으면 이런 햇살의 따뜻함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여기저기로 몇 미터 옮겨 다니는 중에도 쉽게 태양광 에너지의 헤택을 실감하는 것이다. (신기하지 않은가. 전기난로가 없는데도.)

등짝으로, 어깨죽지로, 좌우 뺨으로 느끼는 자연광의 따뜻함과 서늘한 가을 바람.

이곳에는 나뭇잎들이 그런 역할을 한다. 햇빛의 따뜻한 간지러움을 만드는 촉매라고 할까.

지상과 지하가 독특하게 나뉜 공간의 특징도 또 하나의 이유일 수 있겠다.

담쟁이, 억새, 산딸나무열매

여기가 어디냐고요? 한강에 있는 작은 섬, 선유도.

버스를 타고 양화대교 위를 지나보면, 다리가 음표의 작대기처럼 섬의 한쪽을 스치고 지남을 알 수 있다.

정식 명칭은 선유도공원이지만, 내 생각에 작은 식물원이다.

섬으로 들어가는 다리 위에서부터, 큰 버드나무와 포플러 나무를 내려다보는 것부터 그렇다.

수생식물원, 녹색기둥의 정원, 선유도공원 이야기관......

작고 독특한 식물원이라고 하자.  

줄사철나무로 만든 기둥들

일반적으로 나무는 아래서 위를 쳐다보게 된다.

해서 백합나무처럼 꽃이 꼭대기 부근에서 피거나, 구상나무처럼 열매가 꼭대기에서 피는 경우는

그것을 가까이서 보기 힘들다. 나뭇잎도 마찬가지.

항상 아래서 위를 쳐다보게 되는 큰 나무를 위에서 아래를 보면 색다른 느낌이다. 못 보던 것도 관찰하게 된다.

잘 안다고 생각했던 친구의 색다른 모습을 보는 것처럼.

팽나무 사이로 보이는 하늘
하늘을 향해 두팔 벌린 싸리. 참 큰 싸리나무다.

선유도에 자란 물푸레나무나 산딸나무가 그렇다.

해가 드는 곳을 찾아 위로 쑥 자라 오른 나무의 수관 부분(윗부분).

잘 자란 잎을 아래층에서 볼 때와 위에서 코앞에 두고 마주할 때는 다른 맛이 있다.

둘 다 가을 물이 한참 올랐다.  

물푸레나무는 노란빛이 점점 더해 가고, 산딸나무는 특유의 붉은 축구공 같은 열매가 탐스럽게 익었다.

가을은 연인

올해처럼 병충해가 심했던 때, 이렇게 선명한 산딸 열매를 본 것이 처음이다.

아래로 떨어진 열매 몇 개를 욕심내 본다.  

산에서 자라는 것보다 향기나 단맛은 떨어진다.

매년 맛볼 때마다 느끼지만 열대과일 같은 특유의 맛.

자귀나무 열매 맺고, 담쟁이 넝쿨 단풍 들어가고

이것을 개량해서 사람이 먹기 좋은 과일로 만들 순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물론 그런 생각을 뒤따라 이런 생각이 든다.

'과육이 쉽게 익고 물러져서 저장하기가 힘들 거다. 또 과일로 먹을 만큼 크게 재배하기가  쉽지 않은 종일 거다'

더불어 '그러면 새들이 먹을 것까지 다 뺏어먹는 거 아니야?'  

호장근 단풍과 산딸나무 열매가 여우 얼굴로 변신

그런 것까지 탐하지 않아도, 여기서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건 차고 넘친다.

풀과 나무, 하늘과 한강이 만들어주는 공간, 요즘 말마따나 탁 트인 '뷰' 그리고 가을 햇살.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더한다면, 금상첨화.

웨딩사진, 기념사진을 찍는 커플들... 아이들과 함께 나온 가족들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런 풍경들을 보며, 역시 자연은 그럭저럭 공평하다는 생각으르 한다.

햇살 하나하나가 가늘고 부드러운 실 같은 것이라면, 모두에게 공평하게 그것을 휘감아 주는 것이다.

물론 안타깝게도 이것마저도 누리거나, 느끼지 못할 이도 많을 것이다.

너무 많이 가지거나 또는 정말 가진 게 너무 없어서.


찾아갈 때는 서울지하철 9호선 선유도역을 이용하시라.

선유도공원 홈페이지에는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과거 선유정수장 건물을 자연과 공유할 수 있도록 최소한으로 개조한 후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의 환경재생 생태공원이다. 선유봉이라는 작은 언덕이 있어 신선들이 유람하며 즐겼다는 한강 위의 작은 섬 선유도는 이제 색다른 서울의 명물로 자리매김하였다. 1965년 양화대교가 개통되고 1968년 본격적인 한강 개발이 시작되면서 선유도는 섬이 되었다. 1978년에는 선유도 정수장이 신설되었다. 2000년 선유도 정수장이 폐쇄된 뒤, 물을 주제로 한 공원으로 만들기로 하고 산업화의 증거물인 정수장 건축 시설물을 재활용하여 녹색 기둥의 정원, 시간의 정원, 물을 주제로 한 수질정화원, 수생식물원 등을 만들었다. 2002년 4월 26일, 선유도공원으로 문을 열면서 시민들에게 개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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