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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andol Jul 07. 2016

무궁화 國花

'무궁화 국화(國花) 지정을 위한 대토론회'가 열렸다. 그러니까 이때까지 무궁화는 우리 국화가 아니었다. 태극기는 정식 국기로 정했지만, 무궁화와 애국가는 그저 관습이었던 것이다.  그걸 몰랐다. 지난 6월 24일 박완주 의원이 ‘대한민국 국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단다. 무궁화를 국화로 지정하고 8월 8일을 무궁화의 날로 정하며, 국가와 지자체는 국화에 관한 정책 추진을 위한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한다는 내용.


여태껏 정식으로 법률로 지정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법률적인 시도가 수차례 있었지만, 현안에 밀리고 무관심이 가로막았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 '나는 무궁화보다 다른 꽃이 더 좋다'는 기호의 차이도 있다. '어떤 꽃을 국화로 하면 좋겠습니까?' 하고 묻는 순간 수십 가지 꽃이 등장할 수 있을 테니까.   

무궁화는 이름 그대로 무궁하다는 뜻을 가졌다. '피고 지고 또 피어 무궁화라네~'라는 가사에서 알 수 있듯이 한 나무에서 꽃이 계속 피어난다. 지금부터 만발해서 늦가을까지 계속 피어난다. 그런 특징으로 보자면 여름철 백일 동안 꽃이 피어있다는 배롱나무 자잘한 붉은 꽃도 마찬가지다. 한 번 피면 지지 않는다는 개념이 아니다. 두 나무 모두, 한 나무에서 연이어 꽃이 피어난다는 뜻이다.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이 가사는 한반도 전역에 무궁화가 많이 핀다는 뜻일까? 그러고 싶다는 이상을 타나 냈을 수도 있다. 애국가가 만들어지면서 무궁화가 국화로 자리 잡았다. 1900년대다.


아욱과 에 속하는 무궁화는 '중국, 인도, 시리아 등이 원산지다. 세계적으로 널리 자라고, 그리스에서도 많다'고 위키백과는 말한다. 매우 한국적이라고 생각했던 환상에 금 가는 부분이다. 물론 당나라에서도 한반도를 무궁화의 나라로 불렀다는 기록도 있다. 또 신라,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무궁화를 중요하게 여긴 흔적도 많다.

잎은 어긋나고 불규칙한 거치가 있다. 세 갈래로 살짝 갈라진다. 누구는 국화 잎이며 헷갈리기도 했지만, 꽃 피지 않아도 잎만 보고 알아야 정상이다. 색은 흔히 보아온 것처럼 분홍색이 많다. 하지만 보랏빛이 도는 종도 있고, 흰색도 있다. 안쪽의 붉은 부분을 단심이라고 한다. 님 향한 일편단심이 생각난다. 나라사랑의 고전적인 표현이다. 20여 종으로 개량해온 바람에 겹꽃, 반겹꽃도 있다. 원래는 5개의 꽃잎을 가진 홑꽃이었을 것이다. 겹으로 꽃잎이 피게 되면 나름의 아름다움이 더해지니 그렇게 개량했겠지. 이 꽃잎의 색에 따라 계통이 다르다. 배달계, 아사달계, 단심계 등. 우리가 국화로 삼아 키워왔다는 것을 이 이름들이 말해 준다.


언제까지나 영원한 것은 없다. 그걸 잘 아는 옛사람들이 무궁화라고 했을 테다. 하지만 또 모든 것은 무궁하다. 내가 없어도 또 다른 꽃송이들이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세상은 그렇게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만들며 이어진다. 우리 모두 그 이야기 중 한 토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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