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모든 것을 용서하듯 덮는다.
눈이 왔다. 새하얀 눈이 온 산이며 계곡을 조용하게 한다.
눈은 모든 것을 용서하듯 덮는다.
하지만 그렇게 놔둘 수 없는 산 아래는 온통 진창이다.
용서할 수 없고, 평화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람들의 도시라고나 할까.
염화칼슘을 뿌린 도로를 자동차가 지나고, 그때마다 반죽이 된다.
진창 속을 걸으며 사람들은 혀를 차며, 이 눈길을 그저 빠져나가고 싶을 뿐이다.
빠져나가려 할수록 질퍽거리는 도시의 눈길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고,
산에 내리는 눈은 평화다. 죽은 것도 살아나도록 한다.
마른 가지에 매달린 단풍잎도 눈꽃이 된다.
지상과 천상이 종이 한 장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