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활 타오르는 단풍, 바람 지나면 사라지는 들의 풀
<인생은 그 자리가 풀과 같고, 그 영화가 들의 꽃과 같도다.
그것은 바람이 지나가면 없어지나니, 그 있던 자리도 다시 알지 못하거니와>
성경 시편의 한 구절은, 인생이 풀처럼 덧없단다.
가을 저녁 황금빛으로 변해가는 풀을 바라보면
보이는 것은 풀이 아니라 시간이다.
바스러지고 흩어질 저것들이
사람의 시선을 붙드는 이유는
인생이 풀 같음을 잊지 말란 걸까.
바위를 파고 새긴 맹서도
시간의 묵직한 힘 앞에서는 잊히는데,
사람의 약속과 기억이 무엇이랴.
활활 타오르는 단풍을 보며
시편의 구절이 어울리는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