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속인듯 과속으로 단풍이 지나간다 - 북한산국립공원 도봉산 단풍
상투적인 표현은 듣기에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딱히 그보다 나은 말이 없을 때도 많다.
"단풍이 절정이다"
왜 절정이라고 했을까.
가장 좋을 때, 가장 무르익었다는 뜻이겠지만
그보다 앞서 짧은 순간을 강조하는 게 아닐까.
단풍은 정지하지 않고 시간처럼 흐른다.
설악산에서 한라산까지, 남하하는 속도를 말하는 것을 보더라도
단풍은 명사이기보다는 확실히 동사다.
저속인 듯 과속으로
단풍은 본듯만듯 지나가기 일쑤다.
그런데 올해는 어쩌다 단풍을 만났다.
오전 오후 몇 차례나 다른 모습이 정말 움직이는 듯했다.
(햇살이 들었다 숨었다 한 때문이었다.)
도봉산 계곡의 단풍이 참 아름다운 하루.
같이 봤으면 더 좋았을 걸.
단풍이 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