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arandol Oct 07. 2018

아름다운 것은 좀 슬프다.

임진강 가 가득한 가을

아침 이른 시간부터 싸돌아 다니다 보니 하루 동안 여러 날씨를 만났다.

우산을 휘청거리게 만드는 비바람 속에 작은 산을 올랐다.

적당한 골짜기 안에 들어앉은 산 아래 마을 집이 모두 예쁘다.

'그저 살라고 해도 불편한 교통이 감옥일 거다'라며,

먼데 강가로 시선을 돌려 구경한다.

좋은 풍경이다만, 이렇게 마을이 넓어지면 이 자리도 없을 거다.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흐린 가을의 풍경


비가 점점 잦아들더니 오후에는 약속한 대로 날이 걷힌다.

욕도 많이들 하지만, 이럴 땐 기특한 기상청이다.

아침의 강한 빗줄기만을 본 사람이 어찌 오후의 이 날씨를 예상했을까.

오후에 너희는 우산이 필요 없으리라, 과학의 예언.


태풍의 끝자락이 오만 잡티를 다 걷어내자 맑은 하늘이 드러났다.

땅에는 말 그대로 황금빛 들판, 융단이다.  

그런 풍경을 보고 있자니 딱히 묘사할 말이 없다.

청명한 가을 하늘이며, 황금빛 들판이나 들먹일 테니까.

형언할 수 없는 건, 이 풍경이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이다.

이 시간이 영원하다면 이토록 마음에 와 닿지 않을 거다.

아니 어쩌면 영원한 거일 수도 있겠다.

풍경은 영원히 다시 반복되지만, 바라보는 우리는 매년 변한다.


저녁 석양 무렵 이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간은

그래 봤자 며칠 남지 안았을 것이고

태풍 끝에 오는 이런 하늘 아래 서 있는 건

생애 몇 번 되지 않을 터.


그래서 아름다운 것은 좀 슬프다.

못 봐서 슬프고,

봐서 슬프고.





작가의 이전글 가을이란 지우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