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가 가득한 가을
아침 이른 시간부터 싸돌아 다니다 보니 하루 동안 여러 날씨를 만났다.
우산을 휘청거리게 만드는 비바람 속에 작은 산을 올랐다.
적당한 골짜기 안에 들어앉은 산 아래 마을 집이 모두 예쁘다.
'그저 살라고 해도 불편한 교통이 감옥일 거다'라며,
먼데 강가로 시선을 돌려 구경한다.
좋은 풍경이다만, 이렇게 마을이 넓어지면 이 자리도 없을 거다.
비가 점점 잦아들더니 오후에는 약속한 대로 날이 걷힌다.
욕도 많이들 하지만, 이럴 땐 기특한 기상청이다.
아침의 강한 빗줄기만을 본 사람이 어찌 오후의 이 날씨를 예상했을까.
오후에 너희는 우산이 필요 없으리라, 과학의 예언.
태풍의 끝자락이 오만 잡티를 다 걷어내자 맑은 하늘이 드러났다.
땅에는 말 그대로 황금빛 들판, 융단이다.
그런 풍경을 보고 있자니 딱히 묘사할 말이 없다.
청명한 가을 하늘이며, 황금빛 들판이나 들먹일 테니까.
형언할 수 없는 건, 이 풍경이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이다.
이 시간이 영원하다면 이토록 마음에 와 닿지 않을 거다.
아니 어쩌면 영원한 거일 수도 있겠다.
풍경은 영원히 다시 반복되지만, 바라보는 우리는 매년 변한다.
저녁 석양 무렵 이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간은
그래 봤자 며칠 남지 안았을 것이고
태풍 끝에 오는 이런 하늘 아래 서 있는 건
생애 몇 번 되지 않을 터.
그래서 아름다운 것은 좀 슬프다.
못 봐서 슬프고,
봐서 슬프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