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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Dec 09. 2022

갈비찜 그리고 잡채

생일상엔 이만한 게 없지!

며칠 동안 무슨 음식을 준비할까, 이래저래 생각해봤지만 결론은 결국 갈비찜, 잡채 그리고 미역국이다. 미역국이야 생일이니 디폴트인 거고, 메인디쉬에 대한 생각이 깊었던 거다. 색다른 것도 고민해 보긴 했지만, 육고기 좋아하는 동거인에겐 갈비찜 만한 게 없지 싶다. 거기에 너무 가볍지도 않고 적당히 정성 들인 티도 나니 금상첨화랄까.


갈비찜 역시 시간이 오래 걸리는 요리이긴 하나, 내가 계속 뭔가를 한다기보단 기다림이 주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어젯밤부터 핏물을 빼기 위해 소갈비를 물에 담가 뒀다. 내 생각엔 최소 3-4시간을 담가 두는 게 좋은데, 하룻밤을 재웠으니 충분한 거 같다. 이제 잘 건져서 큰 냄비에 담아 물을 충분히 붓고 1시간 정도 끓여준다. 그 사이에 야채와 양념을 준비하는데, 무, 당근을 큼직하게 썰어주는데, 모서리 부분을 둥그렇게 자른다. 부스러지지 않도록 둥그렇게 만들어주는 게 포인트. 밤이 없어서 오늘은 냉동실에 있던 은행을 좀 넣기로 했다. 야채 손질이 끝나면, 양념을 준비한다. 간장 많이, 설탕, 맛술, 요리당, 다진 마늘, 다진 파, 참기름, 깨를 넣고 섞어주면 모든 준비 끝.

이쁘게 다듬어진 야채(좌), 냄비에 모두 쏙!(우)

삶아진 갈비를 건져서 칼집을 살짝 넣어주고, 준비한 양념에 버물버물한 후, 냄비에 야채와 함께 넣고 육수를 부어준다. 국물이 자작해질 때까지 푹 끓여주면 맛있는 갈비찜 완성!

완성된 비주얼


잡채는 한국인이라면 대부분이 좋아하고, 당면을 처음 접하는 외국인들 조차 궁금해하며 맛있게 먹는 음식일 거다. 어릴 때 생일이나 명절이 되면 엄마가 준비하던 요리 중, 내가 제일 좋아했던 것도 잡채였다. 우리 집은 딸만 셋이었는데, 모두 육고기를 좋아하지 않았고, 반대로 아빠는 육식파였다. 특히 돼지고기를 좋아하셨는데, 그래서 엄마는 항상 두 가지 버전을 준비하곤 하셨다. 요즘 말로 하자면 비건 요리를 하나 더 준비하셨던 거. 잡채에 채 썬 돼지고기를 제외한 모든 재료를 넣고 버무리신 다음, 일부를 덜어놓고 돼지고기를 넣어 버무리는 방식이었다. 어릴 때부터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잡채를 먹어서인지, 내가 만드는 잡채에는 고기를 넣지 않는다.

수북헌 야채와 어묵

잡채는 준비하는 시간이 다소 걸리는 요리다. 준비 과정만 보면 사실 월남쌈 준비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우선 재료들을 모두 채 썰어서 따로따로 볶거나 데쳐주는데, 오늘은 당근, 양파, 오이, 어묵, 목이버섯을 볶아 준비하고, 시금치, 콩나물은 데쳐서 준비했다. 이제 불려둔 당면을 삶을 차례. 당면은 최소 30분 정도는 미리 물에 담가 불려주고, 끓는 물에 넣고 살짝 삶이준다. 너무 오래 삶으면 면이 뭉쳐버리니, 이 부분은 주의해야 한다. 당면을 삶을 때 물에 살짝 간장과 설탕을 넣어 간을 해줘도 좋다. 당면이 삶아지면 채반에 건져 참기름을 넣고 한 번 버무려 둔다. 이렇게 하면 당면이 부는 것도 방지할 수 있고 면끼리 붙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 자, 이제 모든 재료를 넣고 양념해 버무리면 끝. 양념은 간장, 설탕을 주로 하고 간이 싱거우면 소금을 살짝 더한다. 참기름도 추가하고 마지막에 볶은 깨를 솔솔 뿌려주면 완성이다.


잡채 준비하며 남은 시금치는 고추장 양념해 무쳐주고, 계란말이 추가해 밑반찬들과 미역국으로 차려내면 오늘 생일상 준비 끝이다.


조금은 수고스럽지만, 특별한 날 정성 들여 준비한 음식으로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을 갖는 거, 이런 게 행복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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