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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랑 Mar 23. 2018

제발 좀 움직여요

<100일 글쓰기 65/100>


맥주를 계속 마시니까 배가 계속 나오는 것 같아.

그걸 이제서야 안 거야?

...그렇게 많이 나왔나 보구나.

아니, 그런 말이 아니라...


아침 저녁으로 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전신 거울에 비치는 실루엣이 영 예전같지 않다. 굴곡은 둔해졌고, 도드라지던 근육은 죄다 살에 파묻혀 자취를 감췄다. 파자마 바지를 입으면 밴딩 위로 옆구리살이 볼록하게 솟는다. 아무래도 매일 앉아서 일을 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명치 아래로 주욱 살이 붙을 수밖에 없다. 등도 마찬가지로. 등에 긴장을 하고 앉아있기가 쉽지 않으니 자세도 구부정해지고 등살이 두툼해졌다.

지난 여름 이후로 운동이라는 걸 한 적이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올초에는 분명히 '더 강인한 육체를 갖겠다!' 라고 다짐했던 것 같은데 말이다.

출근 시간은 안정적으로 30분 당겼지만 퇴근 시간은 여전하거나 오히려 늦어졌다. 집에 돌아오면 아홉 시, 열 시가 되는 건 예사라서 그 때서야 저녁을 챙겨 먹는다. 허기지고 피곤하니까 제대로 된 식료품을 구매해서 뭘 해먹는 게 아니라 바로 입에 집어넣을 수 있도록 라면을 끓이거나 햇반을 데워 김치랑 김만 꺼내 먹거나, 냉동해뒀던 남은 피자를 데워 먹곤 한다. 그렇게 먹고 나면 한 시간이 훌쩍 가고, 그대로 앉아서 그날의 글쓰기를 하고 조금 멍 때리다보면 열두 시가 되고 만다. 소화를 시킬 틈도 없이 내내 앉아있다가 간단히 씻고 그대로 누워서 잠을 자는 것이다.

다음날 일어나서 회사까지 가는 길에도 전날 밤 먹은 저녁이 위에 오롯이 들어있는 느낌이다. 아주 고요하게, 그러나 묵직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더부룩하게 느껴지다가도 묘한 공복감이 들기도 한다. 앉지 않은 상태에서 장비를 켜고 가습기에 물을 채우고 안약도 넣고 따뜻한 물도 텀블러에 가득 채워온 후 앉으면 그 때부터 제대로 된 연동 운동을 시작한다. 내키지 않아도 점심을 먹고 오후에 또 쭈욱 앉아서 일을 하고.


움직일 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경각심이 든다. 대학 선배 중 하나는 매일 야근까지 하고 새벽 1시, 2시에 퇴근을 하고서도 헬스장에 가서 한 시간씩 꼭 운동을 하고 또 꼭두새벽에 일어나 출근을 한다고 했다. 남들 몇 년씩 걸리는 시험을 첫 해에 붙을 정도로 집중력과 의지가 대단한 사람이긴 했다. 그럼에도 그렇게 챙겨서 운동을 한 것은 그마저도 하지 않으면 체력이 떨어져 정말로 견딜 수 없게 되기 때문이라고. 매일 키우는 건 글쓰기용 잔근육뿐만 아니라 더 건강하게 지내기 위한 진짜 잔근육도 필요한 시점이다. 잔병치레가 잦으면 오래 산다는데, 건강하지 못해 고통 받으면서 오래 살면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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