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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랑 Mar 21. 2019

잠들게 해주세요

며칠째 자는 게 시원찮다. 금주 기간이라 일단 잠에 들면 깨지 않게 되긴 했는데, 문제는 그 '일단 잠에 들'기 까지의 과정이다. 자정에 누워서 눈을 감고 바로 잠들면 좋겠는데 한참 머릿속에 이런 저런 생각이 굴러다닌다. 그러다 문득 핸드폰을 보면 12시 30분, 1시 12분 이런 식이라 '아이고 망했다' 하고 시무룩하게 다시 눈을 감는다.

사실 저번 시즌의 <100일 명상 프로젝트> 당시에 바디 스캔 같은 걸 잘 경험해뒀더라면 도움이 됐을텐데. 100일 내내 명상 망한 기록만 남기고 울면서 끝낸 덕분에 이제 와서 꺼내 쓸 카드가 마땅치 않다. 가만히 누워서 호흡만 고르고 있어도 좋다는데 나는 영 잠들지 못 한다.

그렇게 1시, 2시가 다 되어 잠들고 나서 아침 7시에 일어난다. 9시 출근을 여유있게 하려면 7시 40분에는 집 근처 정류장에서 마을버스를 타야 한다. 그리고 광역버스를 갈아탄 후에 밤새 쌓인 소식을 이 앱, 저 앱 돌면서 쭉 훑어보고 한 20분쯤 눈을 붙인다. 그렇게 하면 도합 6시간 정도의 수면 시간이 쌓인다.


고등학교 때는 그래도 기숙학교에 다녀서 학교 건물과 기숙사가 2분 거리였다. 정규 수업과 보충 수업이 끝난 후에는 기숙사 건물 1층에 있는 정독실에서 11시까지 정해진 시간만큼 자습을 하고 방에 올라갔다. 씻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가 취침 점오를 하고 나면 거의 12시. 그리고 1시쯤까지 웹 서핑을 하다 잤다. 아침 기상은 6시 30분. 50분 정도 아침 운동도 했다. 요가와 검도를 격일로 번갈아서.

수면 시간으로 치면 그 시절보다 그래도 넉넉히 자는 거라고 봐도 될 것 같다. 그런데 팔팔했던 그때랑은 영 다른 컨디션이 발목을 질질 잡아 끈다. 역시 노화와 체력이 문제일까나. 나이 들면 잠이 줄어든다더니, 그냥 잠 못 드는 밤이 는다는 소릴 한 게 아닌가 싶다. 잠드는 건 힘들고, 수면의 질은 좋지 않고, 그래도 피로가 충분히 풀리려면 충분히 오래 자야 하고. 아이고 망했다. 오늘은 잘 자고 싶다. 잘 자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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