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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랑 Feb 11. 2018

일요일 안녕

<100일 글쓰기> 25/100


  현재의 직업이 아니라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다면 무엇을 했을 것 같냐는 질문을 받았다. 찬찬히 기억을 더듬다 보니 취직 후에 직장을 비교할지언정 직업을 비교해본 적이 있던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직업 (職業)
: 개인이 사회에서 생활을 영위하고 수입을 얻을 목적으로 한 가지 일에 종사하는 지속적인 사회 활동


  Daum 사전에 '직업'이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풀이다. 사전적인 정의에 한정하자면 입에 풀칠하기 위해 하는 행위라는 의미가 가장 큰 것 같은데, 그러면 역시 연봉일까나. 검색해보니 몇 년 전에 조사한 자료인지는 몰라도 직업별 연봉 순위 1위로 '도선사'가 올라 있다. 평균 연봉은 1억 3천 만원 수준. 평균 연봉이니까 많이 버는 쪽은 몇 십 억대로 벌지도 모른다.

  며칠 간 현재 지갑 사정을 고려하면 CD를 몇 장이나 살 수 있나 고민하며 만수르의 초 단위로 불어나는 자산을 부러워하던 나이니 혹하긴 한다.

  한편으로는 '이직 생각 없어?'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는 '아직 연봉이 제일 중요한 요인은 아니라서요.' 라고 대답을 했다. 어쨌든 입에 풀칠은 하고 간간이 CD 한 두 장 정도는 살 수 있는 홀몸의 젊은이니까.


  이번엔 사전적인 정의에 얽메이지 않고, 연봉도 조금 뒤로 제껴두고, 찬찬히 다시 생각을 해본다.

  학교에 다닐 때는 쇼비즈니스 쪽에서 크리에이터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공연제작하는 회사에서 살 깎아먹으며 굴러도 봤고, 연예기획사에 인턴 지원을 하기도 했다. 제대로 배워서 제대로 입봉하기 쉽지 않은 필드이기도 했고, 벌이도 시원찮은 편이라 몸 삭아가며 버텨낼 자신이 없었다. 학업을 마무리할 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었고.

  그럼에도 연봉에 대한 고민이 진짜로 없다면-이라고 생각하면서 올림픽 개막식 영상을 보고 있으니 또 새삼스럽게 속이 울렁거린다. 당시에 교육 받던 회사의 본부장님은 올림픽 개막식은 한 나라의 국격을 보여주는 것과 다름이 없어서 가장 능력 있는 크리에이터가 가장 스케일 크고 특색 있는 연출을 하니 꼭 챙겨봐야 한다고 하셨었다.

  하이테크와 로우테크를 정교하게 얽어서 만드는 게 라이브 공연이라고 배웠는데, 이번 개막식은 하이테크를 다 때려 박은데다 이 정도 스케일의 공연을 마지막으로 본 지 너무 오래 되서 그런지 정말 속이 이상하다. 이런 건 IMAX 관에서 빵빵하게 봐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까지.

  아무래도 마음에 남았나보다. 결국 포기하게 됐던 그 시절의 상흔이 진하게. 앞으로는 누가 물어보면 '저는 공연 연출을 하고 싶었어요.' 라고 또박또박 대답해야지. 아, 그 길을 택했더라면 아마도 월요일인 내일이 휴일이었겠지. 별 생각이 다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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