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1일과 22일, 약수사에서 펼쳐진 장면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게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이연화입니다. 히스테리안 리서치클럽의 일원이기도 하고요. 제가 평소에 하는 일은 박물관에서 교육을 하는 강사입니다.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는 전시를 안내하는 일도 종종해요. 지금 이렇게 여러분 앞에서 자리 잡게 된 것도 비슷한 일을 하려고 합니다. 2024년 9월 21일과 22일, 약수사에서 진행되는 공동연구발표회에 대한 이야기를 설명드리겠습니다. 긴긴 설명의 이유는 결국 여기 와주신 분들이 이 자리를 좀 더 편안하게 나누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합니다. 그러니 지금 옆에 앉아 계신 분들과도 눈인사와 목례 정도는 나눠볼까요? 어색하시죠? 저도요. 그래도 시작했으니, 다가가 봅시다.
제가 간단히 소개를 했으니, 여러분의 정체도 좀 알고 싶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한분 한분 이름과 얼굴을 마주하고 묻고 싶지만, 그건 어려울테니~ 어떻게 여기 오시게 되었는지 여쭈어볼게요. 제가 보기를 몇 가지 준비했습니다. 내가 여기 온 이유에 가까운 것에 손을 슬쩍 손을 들어주세요.
-나는 약수사에 행사가 있다길래 한 번 와봤다.
-나는 히스테리안 리서치클럽이 행사를 한다고 해서 와봤다.
-나는 약수사도 히스테리안 리서치클럽도 둘 다 평소에 궁금해서 왔다.
-나는 정말 뜬금없이 왔는데, 이런 행사를 하고 있어서 앉아봤다.
저는 어떤 사람들이 왜 여기에 왔을지 너무 궁금했거든요. 몇 분만 이야기 더 들어보겠습니다. 어디까지 알고 어떤 점을 기대하고 오셨나요? 편안한 지점까지만 공유해주시면 됩니다.
이제 상호인사를 나누었으니, 저도 본격 행사 소개를 해볼게요. 제가 소개해드릴 수 있는 부분은 이 리서치클럽을 참여하면서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제 이름이 너무나도 불교와 가까운 '연화'지만... 불교도, 이곳 약수사도 어색해요. 이번 소개는 리서치 클럽에 대한 것이지만 동시에 이곳에서 어떻게 함께하는 방법을 배워보고 싶은 사람의 긴 인사라고 생각해주셔도 좋습니다. 끝까지 잘 부탁드려요.
오늘 행사의 이름은 '히스테리안 리서치클럽 공동 연구 공유회'입니다. 한글로 쓰긴 했는데, 뭔가 싶으시죠? 의미마다 분절해서 더 자세히 소개해드릴게요.
히스테리안 / 리서치클럽 / 공동 연구 공유회
히스테리안은 기록 및 출판, 전시 등 읽고 쓰고 만드는 단체입니다. 히스테리안 리서치클럽은 '히스테리안'에서 함께 연구하기 위해서 모인 사람들을 말해요.
이번 리서치클럽은 '숨은O'이라는 주제를 갖고 5월부터 9월까지 열댓명의 사람이 열댓번 만나서 긴 이야기를 나누며 각자 궁리한 것을 정리했어요.
리서치클럽은 만남과 대화 그리고 각자의 조사를 바탕으로 실제 사람들과 현장에서 나눌 수 있는 글을 한 편씩 작성했어요. 그리고 이 문서를 발표하는 행사로 '공동 연구 공유회'를 만들었어요.
제가 리서치클럽을 신청했을 때 히스테리안에서는 연구주제를 '숨은 O'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아래 내용을 앞에 계신 선생님이 낭독해주시겠어요?
시즌3. 숨은 O (2024)
전통과 근대성 사이에 놓인 다층적인 위계를 신명으로 표출된 몸짓들, 한이 담긴 사연들, 그리고 '흰 그늘' 개념을 출발점 삼아 검토합니다. 동아시아가 어떻게 근대화되었는가를 묻는 근대성 담론은 각개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근대화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전통을 향한 시선은 민족주의라는 양날의 검이 드리우는 그늘 아래 너무나 쉽게 거두어지는 듯합니다. 조선에서 대한제국으로, 일제 식민에서 분단 전쟁으로, 그리고 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단절적인 시공간 이곳저곳에서 우리는 그늘을 발견합니다. 그곳 조명을 등진 자리에서 지속하고 변형해 온 것들이 어쩌면 지금 우리의 삶과 염을, 역사와 무의식을 이루는 숨은 O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히스테리안 홈페이지 참고 (https://www.hysterianpublic.com/about-5)
그리고 이 소개글을 읽고 모인 사람들이 5개월간의 시간을 보내고 만든 행사의 소개는 이렇습니다. 이번에는 아까 낭독해주신 분 오른편에 분이 읽어주실래요?
행사소개
히스테리안 출판사는 한국의 미의식을 쫓으며 2024년 5월부터 ‘숨은 O’을 주제로 공동 연구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모임은 ‘믿음’을 바탕으로 형성된 ‘한국적인 것’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함께 한국의 근현대사를 되짚습니다.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 해방과 근대화를 거친 한국의 사상공간에서 ‘한限’과 풍류란 어떤 모양으로 발생하고 축적되었는지, 전통과 믿음이 급격한 산업화로 그림자가 되어버린 자리에서 오늘날 우리와 어떤 관계를 맺고 관계를 존속하고 있는지를 질문하였습니다.
히스테리안은 한국의 고유한 전통과 믿음의 자리를 그려보며 이것이 오늘날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긴 호흡으로 더듬어 가려 합니다. 그동안 클럽원과 함께 만들어간 이야기, 그 과정을 약수사(藥水寺)에서 소결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히스테리안 인스타그램 참고 (https://www.instagram.com/p/C_0gJOWyqrD/?img_index=1)
한번 쭉 읽어봤는데, 다가오는게 있으신가요? 있다면 좋고요. 없다면... 그냥 마음 편히 이 사람들이 "한국적인 건 뭘까"하고 오래 고민해봤다고 그것만 남겨주셔도 될 것 같습니다. 다른 글을 읽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궁금하시면 그때 또 읽어보셔요. 아마 그럼 또 새롭게 다가올거에요.
히스테리안 리서치 클럽은 두 개의 글 사이에 어떤 과정을 밟았을까요?
저희가 처음 약속한 만남의 횟수는 10번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계획은 언제나 예상 밖의 지점을 만나고 변화합니다. 공동 연구 공유회까지 포함해서 우리는 16번의 만남을 갖게 되었습니다.
0. 4월 21일 - 5월 12일, [클럽원 모집] 기획노트 https://brunch.co.kr/@hysterian/17
1. 5월 26일, [풍류의 계보 1] 병우
2. 6월 2일, [풍류의 계보 2] 병우
3. 6월 16일, [식민지 근대성과 풍류] 병우
4. 6월 23일, [오픈 레퍼런스 각설이 품바] 작가 윤결
5. 6월 30일, [아랑 설화] 인현, 다운, 연화, 유은, 민주
6. 7월 14일, [한과 신명, 그리고 히스테리] 지율, 마리, 수환, 민주
7. 7월 21일, [필드트립 부여] 현장노트1 https://brunch.co.kr/@hysterian/18
8. 7월 22일, [필드트립 부여] 현장노트2 https://brunch.co.kr/@hysterian/19
9. 7월 28일, [한과 연결] 승우, 예은, 민주
10. 8월 11일, [흰 그늘] 윤주, 혜림, 정아
11. 8월 25일, 주제 재구성: 토론
12. 9월 1일, 진행 및 준비사항 공유
13. 9월 5일, 약수사 답사
14. 9월 20일, 약수사 현장 준비
15. 9월 21일, 공동 연구 공유회 1일차
16. 9월 22일, 공동 연구 공유회 2일차
처음 우리가 약속했던 끝은 9월 1일이었고, 그때 각자의 연구를 공유하는 자리를 갖기로 했죠. 이렇게 약수사라는 공간에서 소결을 낼 수 있을거라는 예상은 못 했어요. 우연이라 생각했지만 인연이 있는 것이겠죠? 과정을 함께 만들며 이 자리까지 왔네요.
클럽원들의 연구는 공통의 주제로 부터 시작되어, 과정을 공유하며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개개인의 연구는 각자 다른 방식으로 심화되어 뻗어나갑니다. 하나로 수렴되는 연구물이 아니라 개별의 방식으로 공유된 시간을 어떻게 해석하고 연결되어 있는지를 비교해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약수사에서 '공동 연구 공유회'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서 진행됩니다. 하나는 원고 전시이고요. 다른 하나는 이렇게 현장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원고 전시는 공유회 내내 살펴볼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고요. 프로그램은 13시부터 17시까지 시간표에 따라 진행이 됩니다. 혹시 약수사가 어색하신 분들은 그림 참조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약수사 뒷편으로 산책길이 있어요. 크게 험하지 않으니 올라가보시면 좋겠네요. 올라가면 정말 풍경이 멋지거든요.
[원고 전시]
[프로그램]
[약수사 약도]
[약수사 사진 _ 사진. 이인현]
약수사
대한불교 조계종 직할교구에 속해 있는 전통사찰로서, 산세가 수려하고 숲이 많아 남쪽의 금강산이라 불리우는 관악산 자락에 위치해 있습니다. 최초 창건연대는 세종대왕 3년에 무명대사가 창건하였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1880년(고종 17년)에 명성황후가 법당을 중창하여 이후 영험한 기도도량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1923년경 화재로 인하여 전소 되었으나 당시 주지였던 영원스님께서 불사를 일으켜 중건하였고, 이어 1970년 초에 주지 묘희스님이 대웅전을 중수하여 오늘날과 같은 수행납자들의 공부도량이 되었습니다. 1995년 설법전 중창불사를 시작하여 1998년에 중창불사를 회향하였고, 현재는 신심 깊은 불자들의 기도도량으로, 시민선방으로, 심신수련장으로, 휴일에는 관악산을 찾는 시민들에게 편안한 휴식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신선하고 깨끗한 약수로 시민들과 불자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가람 배치는 대웅전을 중심으로 정면은 설법전이, 왼쪽에는 음양각이, 동쪽에는 삼성각이 위치해 있습니다. 대웅전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으로 안에는 본존불인 석가모니 불상과 좌우에 지장보살상, 관음보살상이 모셔져 있고, 그 뒤에는 석가후불탱화, 칠성탱화, 신중탱화, 지장탱화, 산신탱화가 있습니다.
약수사 홈페이지 참조 https://yaksusa.modoo.at/?link=9t966xws
미타전 외부
미타전 내부
대웅전 올라가는 길
대웅전 올라가는 길
대웅전 정면
대웅전 지붕의 불두
삼성각에서 내려다 본 약수사
삼성각 옆에 위치한 폭포
약수사 뒷편 산책길에서 내려다본 풍경
약수사 뒷편 산책길에서 내려다본 풍경
약수사 뒷편 산책길에서 내려다본 풍경
제가 드릴 수 있는 이번 소개는 여기까지 입니다. 혹시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소개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약수사에 대한 소개나, 자신에 대한 소개 혹은 이번에 함께 참여한 클럽원 분의 연구 소개도 좋습니다. 두어분 정도 이야기를 들어보고 우리는 약수사 곳곳에서 이야기를 나눠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