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라 벨리 샹동 와이너리

호주 멜버른

by 허준성
11월에 만난 포도밭은 봄이었다. 이 봄을 너희들과 함께해서 아빠는 너무 행복하구나.


멜버른의 북동쪽 단데농 산맥을 지나 만날 수 있는 야라 벨리. 호주 4대 와인 산지로 30개가 넘는 와이너리가 자리 잡고 있다. 와인을 좋아하는 편이라 호주에 오면 한 번쯤 와이너리를 방문해 보고 싶었다. 여행사 투어가 아닌 자유 여행이라 야라 벨리에서 어떤 와이너리가 좋은지 정보가 없었다. 항상 그렇듯이 그 지역 인포메이션 센터를 먼저 찾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7days를 운영하고 4pm까지 운영한다고 되어 있는 인포메이션 센터가 오늘 문을 닫은 게 아닌가. 특별히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내일 아침 10시나 되어야 연단다. 다행히 외부 유리 안에 지역 정보가 붙어 있었다. 아직 호주 와인 브랜드를 잘 모르기 때문에 이미 알고 있는 샹동 와이너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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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접해봤을 만한 와인 브랜드 '모엣 & 샹동'. 프랑스의 유명한 샴페인 브랜드인 모엣 샹동에서 1980년 호주 야라 벨리에 포도밭을 일구고 와이너리 이름을 '샹동 오스트레일리아'라고 지었다.


포도밭과 와인 공장만 상상하고 갔던 우리의 상상은 시작부터 깨졌다. 잘 가꾸어진 정원이 먼저 우리를 반겼다. 첫인상이 중요하다고 하던데 호주의 샹동은 첫인상부터 우리의 마음을 열어 놓았다.

공장 내부와 와인 만드는 과정은 전자 화면으로 보기 쉽게 설명을 볼 수 있었다. 집에서 맥주와 막걸리를 직접 만들어 먹었었기에 와인 제조 공정도 무척 흥미로웠다. 뜻밖에 첫아이가 와인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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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와인 공장인데 왜 와인을 안 만들어?”

“지금은 봄이라서 그래. 가을에 포도가 익으면 그걸로 와인을 만드는 거야”

“그래? 그럼 우리 가을에 다시 와서 와인 만드는 것 보자. 응? 응?”

아빠도 그러고 싶다만 언제까지 쉴 수는 없단다. 그리고 너도 이제 학교를 가야 하고. 공장 벽면에 붙어 있는 4계절에 따른 포도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진에서 발걸음이 멈춰졌다. Sept~Nov가 봄이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내부 전시관을 돌고 나가서 만날 포도밭은 봄이겠구나. 이 봄을 너희들과 함께해서 아빠는 너무 행복하구나.


주변에서 느꼈던 아빠들의 문제. 의미 없이 회식을 만들고 저녁을 먹고 간다. 물론 대다수 아빠들은 살아남기 위해 밤이고 낮이고 일에 치여 살지만 그렇지 않고 그런 척만 하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회사는 휴가가 있지만 육아는 휴가가 없다. 회사에는 창립기념일도 노동절 휴일도 있지만 육아는 쉬는 날이 없다. 일에는 주말이라도 있지만 육아는 평일이나 주말이나 다름이 없다. 평일에 힘들게 일했으니 주말이라도 아빠는 하고 싶은 낚시라도 하고 티브이를 보면서 쉬겠다고 말한다. 그럼 엄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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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육아의 중요한 시간에 아빠가 피하게 되면 나중에 애착 관계가 온전하게 맺어지지 못하게 된다. 점점 커감에 따라 아이는 오히려 아빠를 어색해한다. 어쩌다 아빠가 일찍 들어온 날이나 간혹 집에 있게 되면 아이들은 불편해하고 자기 방에서 나오질 못한다. 아이만 그럴까? 아니다. 엄마도 마찬가지. 평소와 달리 밥 차리는 것도 귀찮아지고 ‘저 인간 어디 안 나가나…’ 하고 자리가 비길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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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만난 포도밭. 수확기의 포도밭이 아니라 볼 것이 있을까 싶었는데 봄을 맞은 포도나무는 연녹색의 포도 잎을 하늘로 높이 뻗어 올리고 있었다. 잎 사이사이로 보이는 포도 꽃송이가 멜버른에도 봄을 왔음을 온몸으로 알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엄마 아빠 취향의 와이너리 투어라 심심해하던 아이들은 녹색의 잔디를 보자마자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녹색의 자연 속에 뛰어노는 아이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건강하게 잘 버텨주고 있는 것이 감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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