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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준성 Jun 12. 2018

아빠, 우리 정말 행복해요|오타루 수족관

홋카이도 한 달 살기

니세코는 작은 마을이다. 덕분에 주변 마트도 식료품 위주로 작은 편이다. 아이 학용품 같은 공산품과 한국에 돌아가서 주변에 나눠줄 선물들을 살 요량으로 조금 큰 도시로 일정을 고민했다. 주변에서 가까운 대형 ‘이온 마트’가 무로란과 오타루로 검색이 되었다. 관광을 겸해서 그나마 가까운(?) 오타루를 향해 하루를 시작했다. 


지난 오타루 투어에서 오르골당과 운하는 둘러보았고 이번에는 아이들을 위해 오타루 수족관으로 방향을 정했다. 어느 나라 어느 수족관이나 비슷비슷하지만 오타루 수족관은 아기자기하게 조련된 동물 공연이 뛰어난 곳이다. 



오타루 수족관은 실내 돌핀 스타디움과 외부의 마린파크에서 시간대별로 진행되는 공연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고, 내부의 일반적인 수족관에 대해서는 기대감을 낮추는 것이 좋다. 


일단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지도와 공연 시간표부터 챙겨야 한다. 시즌마다 공연시간이 다르기도 하지만 공연과 다음 공연까지 여유 시간이 별로 없어서 여차하면 하루에 공연을 모두 보지 못할 수도 있다. 게다가 각 동물이 있는 위치가 다르다 보니 지도를 보고 위치도 같이 알아두어야 한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동선과 시간을 잘 짜면 하루 만에도 여러 동물의 공연을 모두 볼 수도 있다.



때마침 돌고래쇼가 시작할  12:30분이 되어서 돌핀 스타디움으로 뜀박질을 시작했다. 먼저 물개들 쇼가 시작되었다. 뭔가 액티브한 쇼는 아니었고 조련사들의 조크와 동물들의 교감이 핵심인 것 같은데 일본어를 알아들을 수 없어 이해를 못 했다. 다들 웃고 있는데 우리 가족만 멀뚱멀뚱. 하지만 연이어 이어진 돌고래쇼는 정말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였다. 


“아빠 아빠 아빠. 봤어? 봤어? 우와 사람이 날았어.”

단순히 던지는 공을 받고 돌고래가 뛰어오르는 수준의 공연을 상상했었는데 차원이 달랐다. 주황색 잠수복을 입은 조련사들과 한 몸이 되고 같이 잠수도 하고 하늘을 날기도 하는 모습은 오타루에서만 볼 수 있는 최고의 쇼가 아닐까 한다.  


돌고래들의 귀엽고 멋진 쇼가 끝나고 여운이 가시지도 않았지만 이어서 외부 마린파크로 향했다. 자리를 옮기자마자 연이어 바다표범과 바다사자의 쇼가 이어졌다. 굼뜨게만 생긴 바다표범의 액티브한 쇼를 보고 연이어 바다사자 공연장으로 이동했다. 



먼저 간 사람들이 있는데도 앞자리가 비어있네? ‘운이 좋네’ 하며 맨 앞자리에 앉았다. 의자에 물이 튈 수 있다고 쓰여있는 것을 보니 덩치 큰 바다사자가 공연 중에 물이 튈 수도 있다는 말인가 보다. 아~ 그래서 앞자리에 먼저 온 사람들이 앉질 않았나 보군. 뭐 그러거나 말거나 앞자리에 자리 잡고 앉고 있으려니 바다사자가 턱 하고 올라오는데 그 덩치가 장난이 아니다. 


“아빠. 이 덩치 큰 아이들은 뭐야? 너무 커서 무섭다.”

“바다사자? 이것들이 바다사자구나. 아빠도 사실 바다사자랑 바다표범이랑 같은 애들인 줄 알았어”


각자의 이름표가 있는데 덩치 큰 놈이 22살에 500kg이란다. 좀 커 보이긴 했지만 500kg이라니. 어지간한 남자 5~6명 무게다. 그 덩치가 손을 흔들며 눈을 희번덕하니 약간은 겁이 날 정도였다. ‘말년병장’쯤 되어 보이는 이 친구가 공연은 대충대충하고 먹이 달라고 하는 시늉만 열심이다.



바다사자 쇼는 스케일이 대단했다. 0.5톤이 손뼉을 쳐도 '턱턱턱' 소리가 무서울 정도였고, 튀어나올 듯한 눈알은 열정을 넘어 약간은 소름 끼칠 정도. 하이라이트는 무대 뒤편에서 차례로 다이빙하는 모습이었다. 500킬로 바다사자가 높은 다이빙대에서 뛰어드는 소리는 실로 엄청났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의 배경음악까지 비장하게 흘러주어 더욱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듯했다. 돌고래쇼 다음으로 볼만한 공연이었다.


준비한 도시락을 먹고 잠시 실내 수족관을 둘러보다가 펭귄 쇼 시간이 다가와 다시 외부로 나갔다. 이 녀석들은 돌고래나 바다사자처럼 절도 있고 뭔가 알아듣고 하는 것이 아니었다. 거의 통제가 안 되는 상태였지만 뭐 그런 모습이 더 귀엽기도 했었다.  



문득, 저렇게 공연을 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훈련을 받았을까. 동물 학대로 보는 시각도 있던데 불쌍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가 나름 보호받으며 편하게 지내는 것도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들과 언어가 통하지 않으니 직접 물어볼 수는 없지만 그나마 이런 문화가 있어 아이들에게 간접 경험이라도 해줄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특히 일본은 동물이 죽어도 생전 사진을 걸어놓고 팬(?)들이 놓아준 꽃들로 장식하며 추모의 시간을 마련해 주기도 한다.


어쨌든, 어른들과 달리 구구절절이 상대방을 위해 말로 표현하지 않는 아이들은 ‘하하 호호’ 소리로 자신들의 기분을 표현했다. 그 얼굴에 핀 웃음이 나에게는 “아빠 우리 정말 행복해요.”라는 영화 자막처럼 읽혔던 하루였다.




Travel Tip. 오타루 아쿠아리움

주차비 : 600엔(종일)

입장료 : 대인 1,400엔, 소인 530엔, 아동(3세 이상) 210엔

전화번호 : 0134-33-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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