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옴니버스 VOL. 1 (6)
본격! 기생충학 전공자가 들려주는 기생충 이야기
*(원활한 이해를 위해) 명명법 1편과 2편을 보신 후 이번 편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1. 너의 이름은? - 기생충 명명법 (기생충의 이름) 1편
2. 너의 이름은? - 기생충 명명법 (기생충의 이름) 2편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생물체’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붙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기생충’ 이 되었다.
사람의 이름은 한번 그 이름이 정해지고 오랜 시간 불려지게 되면, 도중에 바꾸거나 하는 것이 무척 곤혹스럽다. 요즘은 특별한 목적 혹은 별다른 이유 없이도 개명을 하여 이름을 바꾸거나 가명을 쓴다거나 하는 일이 잦긴 하지만, 정해진 이름을 바꾸고 또 (자연스레) 불리는 것은 여전히 많은 수고와 시간을 요한다.
명명자를 통해 생물들에게 지어진 이름도, 그 생물의 분류를 다시 재정(再訂)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고서는 여간 바뀌기 힘들다. 아니 어쩌면 학회와 학자들의 공인을 거쳐야만 바뀔 수 있는 생물들의 학명이야말로 여느 이름들보다 바뀌기 힘든 이름일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생물들의 학명을 처음 지을 때에 학자들은 해당 생물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이름을 짓기 위해 고심한다.
각 생물의 이름을 짓는 명명자마다 각자가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생물의 학명에 심어놓았는데, 이는 마치 (이름 속에) 영혼을 불어넣은 새로운 창조물을 만들듯이 경이롭고 조화롭다. 모든 기생충의 학명도 명명자의 의도에 맞게 저마다 다른 색깔과 의미로 살아 숨 쉰다.
문자 그대로 어원학(語原學)은 단어가 처음 어디에서부터 왔고, 단어의 형태 또는 의미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연구하는 학문이다. 특히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로 만들어진 생물들의 각 학명들은, 지금은 자주 쓰이지 않는 오래된 어원들의 조합인 경우가 많다. 때문에 의미가 없어 보이는 생물 학명일지라도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그 어원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의미를 알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다양한 기생충들의 학명에 대해 함께 뜻을 찾아 떠나볼 텐데, 이는 어쩌면 '어원학'을 간접적으로 체험해보는 것과 같은 경험일 것이다. 기생충의 학명에 대해 하나씩 알아갈 때마다, 글을 읽는 이로 하여금 학명을 보는 새로운 눈과 통찰이 생기기를 바란다.
명명법과 학명에 대한 소개는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원래는 명명법의 완결편인 본편에서 아래와 같은, 다양한 학명 유형의 예시들로 이야기를 맺음 하려고 하였다.
발견된 장소를 이름에 담고 있는 기생충의 학명
기생 부위를 이름에 담고 있는 기생충의 학명
기생충의 형태를 이름에 담고 있는 기생충의 학명
기생하는 숙주의 정보를 이름에 담고 있는 기생충의 학명
기생충을 발견한 발견자의 정보를 이름에 담고 있는 기생충의 학명
동시에 여러 가지의 정보를 이름에 담고 있는 기생충의 학명
그러나 기생충 하나하나에 대한 학명 이야기를 시리즈로 엮는 것도 재미있을 거라는 판단에 새로운 시리즈를 만들게 되었다. 이름하여 '기.이.소. (기생충의 이름을 소개합니다)' 시리즈다. 우리나라 웹 포털을 기준으로 찾아보면 학명을 위주로 기생충을 이야기한 콘텐츠는 아주 희박한듯하다. 기생충 학명에 숨겨진 비밀들을 통상 우리나라에서 불리는 국명과 비교하여 보고, 그 숨겨진 의미에 대해 속속들이 알아간다면 더 재밌는 기생충 세계의 탐험이 될 것이다.
자, 이제 그러면 기생충의 학명 속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 떠나보도록 하자.
렛츠 꼬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