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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지훈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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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쥰 Feb 08. 2022

일상의 의미

꽉 찬 만원 버스에 끼여 몸을 싣고 1시간 남짓 되는 거리를, 매일 아침잠을 이불을 걷어차 내듯이 정 없이 밀어내고선. 가끔은 늦을세라 택시를 잡아 타기도 하고 지하철 개찰구를 총알처럼 통과해 달려 나가기도 하면서. 그렇게 아침을 지키는 일.


밀려오는 감정들 때문에 실험을 하기에도 벅찬 날들이든, 기분이 좋아서 실험이 재미있는 날이든. 그날이 어떤 날이든. 비가 오는 날이든 눈이 오는 날이든. 출근을 해서는 논문을 한 자라도 읽든지. 실험을 한 개라도 하든지.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학교를 한 바퀴 돌면서 사진을 몇 장 찍든지 생각에 잠기든지. 그렇게 낮을 세워 올리는 일.


녹초가 된 몸으로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버스를 기다리다가, “집에 가는 버스는 항상 앉아서 갈 수 있으니” 기분 좋게 올라타고선. 그날 해결되지 않은 실험을 갖고, 학교에서부터 이어진 고민의 꼬리를 집까지 길게 늘어뜨리고. 가끔은 아직 오지 않은 나의 미래를 머릿속에 거창하게 그려놓고선 괜히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거나. 혹은 현실의 부족함에 눌려 한 치 앞의 내일도 바라볼 수 없는 답답함으로. 그렇게 밤을 놓아주는 일.


크게 다르지 않은, 실은 대놓고 비슷하게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 싶지마는.


진짜 나는 매일의 일상이 정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정말 강력하다고 생각한다. 이건 정말 다른 어떤 것보다 훨씬 소중하고. (특히 내게 있어서는) 아주 위대하다. 나는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매일의 삶.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보이는 그 삶이. 실은 내게 제일 중요하고 의미가 깊다.


그냥 오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사실 이 생각은 종종 했었다.


- 2020. 05. 20. 출근길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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