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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용 Mar 25. 2016

그 남자와 그 여자의 의견 일치

그게 뻔한 말이라 해도


‘웨이 백 인투 러브’는 영화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의 수록곡이다. 그나저나 이 제목은 제대로 기억해본 적이 없다. 떠올리려 할 때마다 “그 남자 작사? 작곡? 그 여자 작곡? 아 아니지…”라고 혼자 중얼거리게 된다. 남녀관계만큼이나 헷갈리는 제목이다.


이 노래는 여자의 산새 같은 목소리로 시작한다. 그녀는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은 것 같다. ‘나는 그림자를 드리운 채 살았어/난 침대 위에 얹힌 구름이랑 잠들었지’ 왜일까. 다행히 그녀는 이유를 바로 말해준다(다른 여자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난 너무 오래 외로웠어/과거에 잡힌 채/앞으로 나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마음 둘 곳 없어서 만사에 재미가 없어진 모양이다.


그런데 그건 남자도 마찬가지다. 난 남자와 여자는 사실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같은 상황을 표현하는 말이 다를 때가 있다(그러니까 너무 말꼬리 잡지 말았으면 좋겠다). ‘난 모든 꿈과 희망이 사라졌다는 걸 감춰 두고 살았지/혹시 다시 필요할 때를 위해/난 시간을 내 뒀어/내 마음 구석의 허전함을 치우기 위해’ 남자도 정 둘 곳이 없어지면 마음이 이렇게 된다.


여자와 남자가 원하는 건 똑같다. 그게 뭔지는 여자도 남자도 이 노래를 듣는 우리도 모두 안다. 사랑이지 뭐긴 뭐겠어. ‘내가 원하는 건 사랑으로 가는 길을 찾는 것뿐’ 이 부분에서 둘은 비로소 합의점을 찾았다는 듯 같은 가사를 함께 부른다. 여자의 고음과 남자의 저음이 포개지며 아름다운 화음이 맺어진다. 여자와 남자가 기꺼이 포개지는 건 멋진 일이다.


이야기는 2절로 이어진다. 둘에게 서로는 첫사랑도 아니다. 여자도 남자도 서로의 참사랑을 계속 찾아왔다. 그럼 뭐 어때. 싱그러운 마음엔 나이 제한이 없다. 가사 속의 둘은 조금씩 서로를 좋아할 기미를 보인다. 서로 좋아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직전의 남자와 여자처럼 기분 좋게 풋풋한 것도 몇 없다. 둘은 한번 더 목소리를 포갠다. ‘내가 원하는 건 사랑으로 가는 길을 찾는 것뿐’ 사랑이 왜 필요한지도 둘은 알고 있다. ‘난 사랑을 하지 않고선 해낼 수 없을 것 같아’ 그러게. 사랑처럼 힘이 되는 것도 몇 없다.


발렌타인데이는 해야 할 일과 행동이 정해져 있다. 어떤 사람들(주로 남자)은 이 날의 상업성을 비판하기도 한다. 모르시는 말씀. 어차피 상업은 상업이고 사랑은 사랑이다. 대부분 마음은 표현하기 힘들다. 술을 마시거나 점쟁이를 찾거나 이런 연애 칼럼을 읽는 것도 다 마음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다. 마음을 표현할 구실이 된다는 점만으로도 발렌타인데이는 유익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맛있는 초콜릿은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실질적인 효용이 있다. 소녀 여러분도 기분 좋아지는 발렌타인데이 보내시길 바란다.




앱 매거진 <뷰티톡>에 연재하는 원고를 여기 옮겨 둡니다. 노래 가사를 빌어 말하는 일종의 연애 칼럼입니다. 연애와 여자와 노래와 화장품에 대한 어떤 형태의 지적이든 감사히 받겠습니다. 

이 브런치에는 연재 시점의 2주 후인 매주 금요일에 원고가 올라갑니다. <뷰티톡>은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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