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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용 Jun 01. 2016

21세기의 사람들-03

프로 유명인부터 중화인민공화국 주석까지

냉전의 유산 중 하나인 인터넷이 전 세계에 퍼지며 21세기가 시작됐습니다. 보수는 포용했고 진보는 용서했습니다. 지난 세기에는 상상할 수 없던, 록스타 같은 흑인과 베네주엘라에서 온 마에스트로가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낙관하기는 이릅니다. 아직 고전적인 독재자와 새로운 방식으로 무장한 테러리스트가 세계의 어딘가에 앉아 있습니다. 이들은 어떻게 성공했을까요? 이들은 어떻게 시대를 대표하게 되었을까요?


저는 작년에 발행된 <루엘> 100호를 맞아 시대의 발자국 같은 100명을 소개하는 기획을 맞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저는 100명의 반인 50명을 담당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사람을 뽑고 토론하고 선정해서 자료를 찾아 원고를 적는 일은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오늘부터 10명씩, 금요일까지 50명을 소개하려 합니다.


원고는 2015년 6월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조제 모리뉴나 위르겐 클롭처럼 2016년과 다른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게재 당시의 느낌을 위해 그대로 두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인물을 소개하다 보니 분명히 제가 놓치는 부분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기탄 없는 지적 부탁드리겠습니다.


ⒸEva Rinaldi/commons.wikimedia.org


킴 카다시안 Kim Kardashian, 1980

유명인

매스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유명인이 유명해진 정당성은 점점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엉덩이든 섹스 비디오든 이름을 띄우기만 하면 프로 유명인이라는 명함을 팔 수 있다. 킴 카다시안은 인간이 유명세만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인류학/사회학적 실험 모델 같다. 21세기 미국은 큰 엉덩이와 경솔한 언행만으로도 스타를 만들 수 있다. 그녀가 시대를 이용하는 걸까, 아니면 시대가 그녀를 이용하는 걸까?


김시덕 1975~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교수

문헌학자 김시덕은 4월에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를 냈다. 두 가지 지점에서 특별하다. 첫째, 시점이 입체적이다. 그가 인터뷰에서 했던 말처럼 “자학적이거나 환상적인” 시점 없이 역사를 연구했다. 둘째, 보통 사람과의 소통에 열려 있다. 그는 이 책을 내고 몇 차례나 인터뷰를 가졌다. 블로그와 페이스북 포스팅이 하루에도 몇 개씩 올라온다. 21세기 한국은 이런 학자도 갖게 되었다.


나탈리 매스넷 Natalie Massenet, 1965~

네타포르테 창립자, 영국 패션 위원회 의장

‘네타포르테’와 ‘미스터 포터’의 창립자다. 이 사업 모델은 21세기의 패션 산업과 패션 미디어의 현재진행형이다. 네타포르테 이후로 인터넷 쇼핑몰은 오프라인 패션잡지를 사실상 흡수했다. 나탈리 매스넷은 그 사실을 읽고 먼저 자리를 잡았다. 그 자릿세는 꽤 비싸다. 리치몬트그룹은 2010년 1억 5천3백만 달러를 주고 네타포르테를 인수했다. 나탈리는 아직 18%를 가진 주주다.


피비 파일로 Pheobe Philo, 1973~

패션 디자이너

재능이 만개한 사람들이 가득 찬 분야에도 팬을 열광시키고 라이벌을 지치게 하는 대세가 있다. 21세기 여성복의 왕 피비 파일로는 정해진 시간만 일하고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며 SNS는 하지 않는다. 그러고도 대영제국 훈작사 작위를 받고 <타임>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오른다. 21세기가 사생활 판매를 권하든 말든 그녀는 은둔한채 최고의 셀린을 만든다.


리차드 밀 Richard Mille, 1951~

시계제작자, 리차드 밀 대표

리차드 밀은 본인의 이름을 딴 시계 브랜드를 통해 기계식 시계의 구동 방식만 빼고 모든 걸 새로 정의했다. 설계부터 소재까지, 무브먼트 구조부터 케이스 디자인까지. 그 결과 21세기형 사치품이라 할 만한 새로운 정체성이 나타났다. 이른바 명품에서 가장 중요한 건 금도 한정판도 아닌 납득이다. 리차드밀은 부자들을 납득시키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성공했다.


조지 컨 Gorgeus Kern, 1965

IWC CEO

21세기의 고가 사치품은 비슷한 수준으로 상향평준화되며 일종의 캐릭터 비즈니스로 변하고 있다. 조지 컨은 시대의 흐름을 읽고 IWC라는 브랜드에 강하고 세련된 남자라는 캐릭터를 입혔다. 그의 지휘 아래 IWC의 각 라인업은 한층 진해졌다. 더 향상된 기계적 성능, 더 남자다운 느낌을 내는 스폰서십, 한결같이 큰 케이스 지름, 요약하면 일견 겸손한 과시. IWC와 조지 컨이 만든 21세기의 남성상이다.


이안 칼럼 Ian Callum, 1964~

자동차 디자이너

재규어 수석 디자이너 이안 칼럼의 손길이 닿은 XF와 XJ가 재규어의 부활을 이끌고 있다. 그는 재규어의 모토인 ‘아름다운 고성능’의 21세기 영국 버전 같은 차를 만들어냈다. 모회사의 사정에 따라 떠돌던 재규어는 인도의 타타와 영국의 이안 칼럼의 공으로 조금씩 자기 자리로 돌아오고 있다. 못됐지만 매력적인 남자들이 차고에 둘 것 같은 차의 자리로.


마윈 马云 Jack Ma, 1964~

알리바바그룹 회장

중국 최고의 부자, 중국 <포춘>이 뽑은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재계 인사 1위, <포브스>표지에 실린 최초의 중국 사업가. 알리바바에서의 거래량은 이베이와 아마존을 합친 것보다 크고 알리바바 매출은 중국 GDP의 2%를 차지하며 중국 전체 물품 배송의 70%가 알리바바의 거래라고 한다. 그랬던 마윈도 20평 아파트에서 18명과 지냈다니 21세기에도 삶은 모를 일이다.


후지와라 히로시藤原 ヒロシ, Hiroshi Fujiwara, 1964~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 사람처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모호한 직함이 잘 어울리는 사람도 없다. 본인도 스스로의 일을 “컨셉트를 잡아주는 정도”라고 정의한다. 겸손이 아니라 사실이다. 그의 일을 신발 로고의 색을 바꾸고 두 배쯤 값을 올려 파는 거라고 폄하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작은 차이가 구입이라는 행동을 만든다는 사실을 동물적으로 알 뿐이다.


시진핑 习近平 Xi Jinping, 1953~

중화인민공화국 7대 주석

중국은 아직 ‘격동의 시대’같은 20세기적 표현이 더 어울린다. 시진핑이 반부패정책을 들이밀자 중국은 106조원의 경제 손실이 추산됐고 알려진 것만 6건의 암살 시도는 물론 군사 정변까지 준비되었다고 한다. 시진핑의 의도가 어떤 의미를 가져서 어떤 효과를 불러올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중요하다는 것만 확실하니 지켜볼 수밖에 없다. 이 남자가 몰고 가는 중화인민민공화국의 21세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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