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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용 May 30. 2016

21세기의 사람들-01

칸예 웨스트부터 매니 파퀴아오까지

냉전의 유산 중 하나인 인터넷이 전 세계에 퍼지며 21세기가 시작됐습니다. 보수는 포용했고 진보는 용서했습니다. 지난 세기에는 상상할 수 없던, 록스타 같은 흑인과 베네주엘라에서 온 마에스트로가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낙관하기는 이릅니다. 아직 고전적인 독재자와 새로운 방식으로 무장한 테러리스트가 세계의 어딘가에 앉아 있습니다. 이들은 어떻게 성공했을까요? 이들은 어떻게 시대를 대표하게 되었을까요?


저는 작년에 발행된 <루엘> 100호를 맞아 시대의 발자국 같은 100명을 소개하는 기획을 진행하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저는 100명의 반인 50명을 담당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사람을 뽑고 토론하고 선정해서 자료를 찾아 원고를 적는 일은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오늘부터 10명씩, 금요일까지 50명을 소개하려 합니다.


원고는 2015년 6월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조제 모리뉴나 위르겐 클롭처럼 2016년과 다른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게재 당시의 느낌을 위해 그대로 두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인물을 소개하다 보니 분명 제가 놓치거나 틀린 부분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기탄 없는 지적 부탁드리겠습니다.




칸예 웨스트 Kanye West, 1977~

음악가, 킴 카다시안의 남편

By rodrigoferrari - Kanye West 05, CC BY-SA 2.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220

샤카 칸부터 다프트 펑크까지의 소리, 무라카미 다카시부터 발레리나까지에 이르는 이미지, 이건 모두 칸예 웨스트가 만든 거대한 세계를 이루는 재료다. 의외의 요소를 끌어 모아 붙여 전에 없던 것을 만들어냈다는 점, 그 주체가 시카고 출신의 흑인 음악인이라는 점에서 칸예의 성공은 그야말로 21세기적이다. 2014년 <타임>은 칸예 웨스트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로 뽑았다. 그 글에서 칸예 웨스트의 소제목은 ‘경계 파괴자’다. 정확하다.


켄드릭 라마 Kendrick Lamar, 1987~

래퍼

켄드릭 라마는 시대의 이정표 수준으로 평가 받는다. 올해 2월에 나온 <To Pimp a Butterfly>는 이미 올해의 앨범으로 확정된 분위기다. 그는 21세기의 힙합과 흑인의 삶에 대해 가사를 쓰고 흑인음악의 원류를 찾아가는 듯한 음악을 붙였다. 힙합은 시대의 춤곡이 되었지만 큰 엉덩이를 만지며 돈 자랑을 하는 게 힙합의 전부는 아니다. 켄드릭 라마가 그 사실을 증명한다.


조제 모리뉴 Jose Mourinho, 1963~

첼시 FC 감독

무리뉴는 첼시를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시키고 인터밀란을 유럽 챔피언으로 만든 후 레알 마드리드 감독직을 만끽하다 첼시로 돌아와 올해 또 첼시로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들었다. 하지만 그는 FC 바르셀로나 통역가로 경력을 시작해 FC 포르투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이끈 후 스스로를 ‘스페셜 원’이라 칭하며 첼시 감독직을 시작한 입지전적인 남자다. 모든 걸 그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그의 특별함을, 그리고 특별한 언론 플레이 솜씨를.


셰이크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얀 شيخ منصور بن زايد آل نهيان , Sheikh Mansour bin Zayed bin Al Nahyan, 1970~

맨체스터 시티 구단주

21세기 축구는 구단주의 예술이다. 특히 비 유럽권 구단주의 자금력과 전략에 따라 리그의 판도가 달라진다. 그 흐름을 상징하는 인물이 맨체스터시티 구단주 셰이크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얀이다. 만수르의 부임 이후 맨체스터시티는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건 물론 스타디움에서 제이미 올리버가 만든 햄버거까지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만수르 마음이 이렇게 따뜻하다.


위르겐 클롭 Jürgen Klopp, 1967~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감독

스포츠의 영원한 재미는 왕의 턱을 치는 언더독이다. 21세기 분데스리가의 언더독은 위르겐 클롭이 이끄는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였다. 클롭은 영리한 선수 기용과 전방 압박이라는 시대적 전술로 바이에른 뮌헨의 독주를 저지했다. 시즌 후 사퇴를 발표하고 나서 팀의 순위가 올라가자 “진작 사퇴한다고 할 걸 그랬다”고 할 정도로 재치도 훌륭하다.


디에고 시메오네 Diego Simeone, 1970~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감독

스페인에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라는 언더독이 있다. 선수 시절부터 수수하고 거칠지만 영리하게 축구를 하던 시메오네는 감독 부임 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라는 팀을 본인의 색으로 바꿨다. 결과는 18년만의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그 여정에서 따라온 선수들의 절대적인 신뢰다. 티아구 멘데스는 시메오네가 “다리에서 뛰어내리라고 하면 그럴 것이다”고 까지 했다.


리오넬 메시 Lionel Messi, 1987~

FC 바르셀로나 축구선수

메시의 위대함을 묘사하는 건 좀 무안하다. 국제 메시 칭찬 대회를 열어도 될 수준인데 누가 무슨 말을 붙일 수 있을까. 그러니 2015년챔피언스리그 준결승인 바이에른 뮌헨과의 경기를 떠올릴 뿐이다. 독일 최고의 중앙 수비수 보아탱이 메시를 따라잡다 발이 꼬여 넘어지고, 세계 최고의 골키퍼 노이어 앞에서 유유히 차올린 메시의 로빙 슛을, 너무 우아했던 공의 궤적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Cristiano Ronaldo, 1985~

레알 마드리드 축구선수

요즘 세상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삶처럼 유쾌한 클리셰도 찾기 힘들다. 포르투갈 변방 마데이라 섬에서 태어나 자국 팀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거쳐 레알 마드리드의 주전 공격수가 되었다니. 박봉성의 만화 같은 이야기를 이 사나이는 맨몸으로 쓰고 있다. 그러니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우!”하고 포효해도 그럴 만하다. 호날두라면.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 Floyd Mayweather Jr. 1977~

권투선수

재즈는 춤곡이었다. 더 옛날에는 3박자 현악인 왈츠에도 춤을 췄다. 장르라는 건 시대가 지날수록 말초적인 면모는 감소하고 개념적인 방향으로 발전한다. 펜싱 하다가 사람 죽지 않는다. 복싱이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다. 12라운드를 뛰어도 얼굴에 상처가 없는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식 아웃복싱이야말로 21세기 스포츠의 한 얼굴일지도 모른다. 루이 암스트롱도 재즈가 지금처럼 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매니 파퀴아오 Manny Pacquiao, 1978~

권투선수

메이웨더가 권투의 미래라면 파퀴아오는 삶의 고전이다. 불우한 유년기, 엄청난 재능, 더 엄청난 노력, 노력 끝의 성공, 성공을 사회에 환원하는 태도, 국가적 존경, 세계적 인지도. 그럴 만한 사람이 잘 되었다는, 보고 있으면 기분 좋아지는 동화 같은 삶의 흐름이야말로 파퀴아오가 누리는 인기의 뿌리가 아닐까. 복싱 한 판 졌다고 그 동화에 흠집이 갈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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