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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용 Jun 03. 2016

21세기 사람들-05

애플의 후예와 AKB 48의 설계자

냉전의 유산 중 하나인 인터넷이 전 세계에 퍼지며 21세기가 시작됐습니다. 보수는 포용했고 진보는 용서했습니다. 지난 세기에는 상상할 수 없던, 록스타 같은 흑인과 베네주엘라에서 온 마에스트로가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낙관하기는 이릅니다. 아직 고전적인 독재자와 새로운 방식으로 무장한 테러리스트가 세계의 어딘가에 앉아 있습니다. 이들은 어떻게 성공했을까요? 이들은 어떻게 시대를 대표하게 되었을까요?


저는 작년에 발행된 <루엘> 100호를 맞아 시대의 발자국 같은 100명을 소개하는 기획을 맞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저는 100명의 반인 50명을 담당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사람을 뽑고 토론하고 선정해서 자료를 찾아 원고를 적는 일은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오늘부터 10명씩, 금요일까지 50명을 소개하려 합니다.


원고는 2015년 6월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조제 모리뉴나 위르겐 클롭처럼 2016년과 다른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게재 당시의 느낌을 위해 그대로 두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인물을 소개하다 보니 분명히 제가 놓치는 부분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기탄 없는 지적 부탁드리겠습니다.


By Mike Deerkoski - Flickr user Mike Deerkoski., CC BY 2.0, https://en.wikipedia.org/w/index.php?cur


팀 쿡 Tim Cook, 1960~

애플 CEO

팀 쿡은 세상에서 제일 부담스러운 후임자 역할을 탁월하게 수행하고 있다. 조직을 유연하게 추스렸고 스티브 잡스풍의 심술궃은 예술가적 기질도 조금씩희석시켰다. 그리고 커밍아웃도 했다. 그는 2014년 10월 <비즈니스위크>에 멋진 문장으로 소수자로의 삶에 대한 글을 기고했다. 덕분에 21세기의 소수자는 조금 더 용기를 낼 수 있게 됐다. 석 달 후인 2015년 2월에 애플은 주식시장 역사상 최고의 시가총액을 기록했다. 아무튼 이래저래 역사적인 인물이다.


디트리히 마테쉬츠 Dietrich Mateschitz, 1944~

레드불 CEO

레드불은 21세기 최고의 마케팅 사례다. 에너지 드링크라는 장르를 찾아내고 브랜드를 만든 후 우주에서 뛰어내리거나 F1에서 우승하는 것 같은 위험한 느낌의 젊은 콘텐츠로 시장에 정착한다. 상품만큼이나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와 콘텐츠를 만든 결과 레드불은 자체 제작 콘텐츠만 틀어주는 레드불 TV를 만들 정도가 되었다. 디트리히 마테쉬츠가 그 중심에 있다.


제프 베조스 Jeff Bezos, 1964~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조스는 그가 이룬 성공의 값 때문에라도 시대의 인물 명단에 올려야 한다. 아마존은 미국 1위의 인터넷 쇼핑몰인데 2위부터 10위까지의 경쟁사 매출을 다 합해도 아마존의 매출에 미치지 못한다. 그는 혁신의 상징 같은 대우를 받지만 흥미롭게도 그는 모두가 변할 때 변하지 않는 걸 생각했고, 실제로 아마존의 혁신은 고객 경험이라는 기술적인 디테일에 아주 많은 부분이 집중되어 있다. 그는 세계가 큰 폭으로 바뀔 때 정신을 차리고 있었던 것뿐이다. 물론 그게 무척 어렵다.


닉 우드맨 Nick Woodman, 1975~

고프로 창립자

고프로의 교훈은 두 가지다. 1)시점이 중요하다. 고프로는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사용자 관점이라는 새로운 시점에서 출발했다. 2)아무래도 부자 백인은 유리하다. 고프로는 그가 대학교를 졸업한 후 창업했다 실패하고 발리로 자아 찾기 여행을 떠났다가 떠올린 프로젝트다. 고프로의 초대 투자자에는 아버지의 이름도 포함되어있다. 아버지가 은행가 출신 벤처투자가다.


데이비드 게타 David Getta, 1967~

DJ

21세기 팝 음악의 주된 경향은 전자음악의 폭발적 성장이다. UMF등의 같은 페스티벌이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고 록 페스티벌에 전자음악인이 나오는 것도 어색하지 않게 되었다. 그 흐름의 중심에 스타 DJ가 있고, 데이비드 게타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일렉트로니카 DJ 중 하나다. DJMAG 랭킹에서 몇 년씩 1위를 했고 1500만장의 싱글을 팔고 태그 호이어 CF 모델까지 됐다.


박정환, 1993~

바둑 기사

바둑은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잘 하는 것 중 하나고 박정환은 그 씬에서 지금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기사다. 그는 2015년 1월의 국수전과 4월의 LG배 세계기왕전에서 모두 우승하며 확실히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한국기원 기사랭킹도 2015년 5월 현재 18개월째 1위, 2위와는 97점 차. 그런데 나이가 스물 셋이다.


세르게이 브린 Sergey Brin, 1973~

구글 기술 부문 CEO

세르게이 브린은 구글의 기술 부문 CEO다. 똑똑하고 돈 많이 벌었고 인상 좋고 기부도 많이 하는 등 젊고 쿨한 미국 기업가의 이미지에서 딱히 벗어나지 않는다. 세르게이 브린을 비롯해 이번 리스트에는 1)미국에서 2)새로 창업한 3)인터넷과 연관이 큰 4)젊은 사업가가 많다. 그 경향이 세르게이 브린의 업적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아키모토 야스시 秋元 康Akimoto Yasushi, 1958~

작사가, AKB 48 프로듀서

본업은 작사가지만 21세기의 아키모토 야스시는 AKB 48의 설계자로 기록될 것 같다. AKB48은 ‘만나러 갈 수 있는 아이돌’이라는 주제로 팬의 소비를 유도한다. 팬들은 싱글 CD 한 장에 하나씩 들어있는 표를 수만 장씩 사면서 멤버의 ‘총선’에 참여하고 그 과정에서 AKB 48은 경기부양 수준의 매출을 일으키는 대형 아이돌 그룹이 된다. ‘아키P(아키모토 야스시의 별명)’가 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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