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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용 Jun 29. 2016

누구랑 뭘 먹고 싶냐면

최고의 식사 도시와 꿈의 식사 상대

 ©Mandarin Oriental Hotel Group


살다 보니 매력적인 여자와 맛있는 걸 먹는 것처럼 즐거운 일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됐다. 여행도 결국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아주 맛있는 식사였다. 뭘 사도 언젠간 허무했고 뭘 봐도 오래지 않아 지쳤다. 좋은 침대의 리넨 사이에서 몸을 뒤척거리는 것도 이틀 밤쯤 되면 슬슬 아 됐다 싶어진다. 좋은 곳에서 대단한 걸 먹고 천천히 취하는 시간이 가장 오래 남았다. 


최고의 식사 여행지를 떠올리는 건 어렵지 않다. 홍콩이다. 나는 홍콩에서 뭘 먹는 게 너무 좋다. 홍콩이 먹기 좋은 도시인 근원은 그 엄청난 다문화성이다. 홍콩은 IFC 몰 안에 있는 스타수퍼에서도 6개국의 콜라를 살 수 있는 곳이다. 콜라도 이런데 음식은 어떠려구. 최고급 서양 음식이나 중국 음식 같은 건 당연하고 베트남, 태국, 일본, 한국 음식에 카페 드 코랄같은 곳에서 파는 기름 낀 홍콩의 서민적 음식까지 훌륭하다. 생각만 해도 그 향신료 냄새에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떠올리면 표 끊고 싶어지는 냄새다.


왜 하필 홍콩이냐고 물을 지도 모른다. 도쿄도 좋지 않냐, 역시 미식 하면 파리 아니냐, 뉴욕 왜 빼냐 등등. 난 유빙을 보러 간다든지 하는 정도의 아주 특별한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면 여행은 가까운 게 최고라고 생각한다. 시차 많이 벌어지는 곳에 가서 며칠씩 머리 띵하게 다니다 고무줄 달린 공처럼 금방 모국으로 빨려들어오는 여행 다니고 싶지 않다. 도쿄도 가깝고 좋지만 뭐랄까…너무 깨끗하다. 여행지에 도착했을 때 느끼고 싶은 으쌰으쌰하는 기분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니까 도쿄나 파리나 뉴욕을 좋아하시는 분들의 입장도 이해한다. 다만 난 역시 홍콩이다. 


홍콩 가는 비행기도 아주 많다. 인천국제공항에서 가장 많은 항공편이 있는 도시가 홍콩이다. 지금 당장 검색해서 바로 표 끊고 갈 수도 있을 정도로 비행기가 많이 다닌다. 조금 바지런을 떨면 KTX 서울-부산 특실 왕복 요금보다 조금 비싼 값에 마일리지 쌓이는 왕복 항공권을 살 수도 있다. 아무튼 인천에서 3시간 반만 날아가면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중화풍 에너지의 초대형 메갈로폴리스에 도착할 수 있다. 그렇게 다양한 문화권이 아무렇지도 않게 모인 도시도 흔치 않다.


거기서 뭘 하고 싶냐면 김혜수 씨와 맛있는 걸 먹고 싶다. 김혜수 씨를 개인적으로는 모르지만(알 리 있나) 화제도 풍부하고 먹는 것도 좋아하신다고 들었다. 화제 풍부하고 먹는 거 좋아하고 예쁜 여자와 같이 밥 먹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경험한 사람들은 안다. 한 끼만 잘 먹는 게 아니라 매번 좋은 곳에 가서 “맛있죠? 맛있죠? 으하하하” 하면서 쉴 새 없이 먹고 마시고 싶다.


좋은 곳이라면 어디든 좋다. 소호의 너저분한 뒷골목에 있는 이탈리아 식당에서 샐러드를 먹어도 만다린 오리엔탈 같은 곳에서 애프터눈 티를 마셔도 즐겁겠다. 코즈웨이 베이의 고가도로 옆에 있는 게 집에서 큰 게도 먹고 싶고, 게 엄청 먹고 나서 이 빠진 찻잔에 따라 먹는 티백 우롱차도 마시고 싶다. 유명인의 삶 중에 좋은 게 급 예약 권한이라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예약하기 어려운 미슐랭 3스타 룽킹힌 같은 곳에 전화해서 “한국의 빅 스타인데 지금 바로 예약 안 됩니까?”같은 것도 해보고 싶다. 어디를 봐도 뭔가 수상한 느낌이 나는 홍콩에서 봐도 봐도 어딘가 신비로운 김혜수 씨 같은 분과 수저를 살짝 달그락거리며 식사를 한다면 굉장히 즐거울 것 같다.



여성 패션지 <얼루어>에 수록된 원고입니다. 좋아하는 연예인과 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 이라는 기획의 원고였습니다. 처음엔 음 잘 모르겠는데…라고 생각했지만 적다 보니 엄청 몰입했던 기억이 납니다. 홍콩 좋아합니다. 가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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