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록] 문래 길바닥에서 상권 분석하기

바 창업 도전기 (3) 특강 시리즈

by 파끄 parc


창업을 위한 공간 리터러시 키우기 (현장 ver.)


상권분석 전문가 이홍규 대표님의 강의 후 버스를 타고 답사 장소로 향했다. 강변북로를 타고 마포대교를 지나 도착한 곳은 문래. 프렙아카데미(주최) 측에서 준 맛있는 샌드위치를 먹으며 비오는 차창 밖을 바라보다 보니 금방 도착했다. 강의실에서 대표님이 구조화된 정보 전달에 주력했다면, 현장에서는 걸음 가는 대로 보이는 실제 사례를 통해 귀한 실전지식을 나누어주셨다. 상권분석 현장강의는 크게 4개의 거점, 1) 문래 지식산업센터, 2) 문래역 근처 아파트촌, 3) 로데오거리, 4) 문예창작촌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빗길에 만보 이상을 걸어 신발이 물에 푹 젖었던 날이었다. 젖은 걸음을 따라 귀동냥한 지식의 자취를 이 글에 남겨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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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기본적으로 현장 분석을 할 때, 먼저 파악해야 할 것은 세 가지: 주거, 먹자골목, 오피스(물론 더 큰 맥락의 대중교통 연결점과 주요 시설물은 기본이다). 이런 정보는 미리 엑스라이, 오픈업 등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서 선행학습이 가능하다. 하지만 길 위에 서니 확실히 평면도로 볼 수 없었던 흐름이 보였다. 1) 문래 지식산업센터같은 곳은 점심시간에 오피스족의 동선이 어떻게 흘러가고, 갈라지면서 '어디까지' 가는지를 확인해보는 게 중요했다. 지도 상 좋은 '상권' 같아도 실제 입지 상 오피스족의 발걸음이 미치지 않는다면 점심 장사로는 꽝인 것이다.


문래 지식산업센터는 7-8년 전에 비해 더 성장해서 확신의 오피스 상권이 되었다고 하는데, 5호선 양평역보다는 2호선 문래역과 더 연관된다고 하셨다(유동인구 흐름이 그런가보다). 걸음이 처음으로 멈춘 지점은 1a) 개성손만두 영등포양평점이었다. 이곳의 특징은 가시독성, 일상적 메뉴, 직장인/거주민 배후라는 점이다. 일단 이곳은 1층에 위치한데다 이 지역에서 흔치 않은 50평대에 간판도 길게 빠져 있어서 가시독성이 매우 좋다(참고로 24시간 음식점이나 드라이브 스루 등이 가시독성이 중요한 업종이다). 면적이 넓으니 수용인원이 많아 자연히 매출도 높다. 매뉴는 만둣국에 메밀국수이니 직장인의 점심으로 적격이다.


이와 반대로 1b) 오피스텔 1층의 상가들은 12-13평으로 면적이 작기 때문에 매출의 한계가 있다. 대표님께서는 상가에서 점포를 낼 때 수요, 면적, 무권리 이 셋 중 한가지 조건은 만족하는 것을 선택하라고 하신 것 같다. 그러니까 수요가 높아서 회전률이 빨리 빨리 돌아가거나, 면적이 넓어서 매출이 나오거나, 무권리로 최초의 자본을 낮추는 식이다. 예를 들어 12-13평대를 들어간다면 매출이 안나올 게 뻔한데 권리금까지 많이 줘서는 미래가 밝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12-13평대 상가 점포를 운영한다면 전략이 중요하다. 첫째, 회전률을 높여-매출은 낮아도 수익성은 높게 해야 한다. 이 경우 유동인구가 무조건 높아야 한다. 이미 면적이라는 volume의 한계가 있는데 인구까지 적다면 volume의 이중고다. 둘째, 면적을 극복하는 배달/테이크아웃 등의 비지니스 모델을 돌려야한다. 물론 아이템 특성이 맞아야한다.


NOTE 1. 첫번째 스팟에서 느낀 점은 면적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책 읽는 바를 운영하고 싶은데 회전률이 낮은 아이템이다. 그렇다면 매출이 나오려면 넓은 면적을 차지해야하는데 1층은 임대료나 권리금이 매우 비쌀 것이다. 반대로 면적 낮아도, 즉 매출이 적어도 수익성을 높이려면? 홀 이용시간 제한 제도를 무조건 두고, 틈새시장의 안주 메뉴를 배달하고, 다른 MD를 판다던지 BM 다각화 필수!


1a) 개성손만두 영등포양평점. 간판과 공간이 매우 널찍하다.


1b) 상가 1층의 12-13평 점포들. 흔히 보이는 규모다.


다음 스팟은, 2) 문래역 근처 1000여 세대 정도가 사는 아파트촌이었다. 여기는 거주하는 배후인구가 많아서 소비자가 많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대표님의 설명으로는 주거보다도 "역이 있어 사람이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해주셨다. 이전 스팟에서도 언급했지만 "지나가는 이 사람들은 어디에서 오는가?"를 실증적으로 파악하신 것이다. 이때 의외로 재미 있는 점은, 배후 주거세대는 주요시설물+대중교통 연결점보다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는 것. 물론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내가 무엇을 중심축으로 삼느냐에 따라 사업 아이템이 달라진다. 반대로 사업 아이템에 따라 지리적 중심축을 다르게 설정해야 한다. 가령 내가 점심장사를 하겠다면 오피스상권으로 가야하고, 헬스장이나 바버샵, 미용실을 할거면 역에서 가까운 것이 유리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아파트 근처의 2a) chef cho라는 케이크샵은 특이 케이스다. 사실 입지 상 2호선 문래역과 거리가 애매하고 오피스상권과 가깝다면 오히려 가까운 곳이다. 하지만 오피스족이 케이크를 여기까지 사러 올 수요나 의지가 있을리가 없다. 상권은 애매한데 권리금도 적지 않은 곳이다. 대표님은 누누이 말하셨듯, 그렇다면 무조건 면적이 확보된 자리를 확보하라고 하셨다(반대로 투자하는 사람은 부동산을 쪼개서 평단가를 높이라고..). 배경 설명이 길었는데 셰프 초는 일단 애매한 입지에도 불구하고 성업하는 케이스다. 왜냐? 단골이 많기 때문에. 왜 단골이 많을까? 맛있으니까! 사실 케이크는 김밥처럼 데일리 아이템이 아니다. "빈도가 늘지 않는 컨텐츠"인 것이다. 하지만 맛있으니까! 단골장사로 잘되는 집이다. 여기서 대표님이 중의를 주셨다. 내가 케이크집을 하고 싶은데, 이 곳에 잘되는 케이크집이 있다고 '나도 잘 되겠지'하고 근처에 오픈하면 어떻게 될까? 품질 경쟁력에서 밀릴 경우 손실이 클 것이다. 특별한 날에만 먹는 하나의 케이크만 살아남을 테니까. 이런 경쟁자가 있는 경우에는 면적이 작아도 상향판매(upselling) 전략이 그나마 승산이 있다.


NOTE 2. 두번째 스팟에서 생각해볼 거리는 컨텐츠 구매의 빈도. 책바를 얼마나 자주 방문하게 될까? 책바는 공간의 분위기나 가격에 따라 다를 것 같다. 낮은 가격은 높은 빈도를, 높은 가격은 낮은 빈도를 가져오지 않을까? <음주가의 책방>의 고객으로서 약 8,000~10,000원의 잔술을 먹으러, 나는 많으면 일주일에 한두번 방문했었다. 몰입을 위해, 분위기를 즐기러 카페보다 이삼천원 비싼 가격 정도를 지불했던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칵테일바/위스키바를 생각하면, 나는 15,000~20,000원 정도에 호가하는 잔술을 먹으러 가지 않는다. 분위기도 무겁게 느껴지고 말이다. 수익성을 떼고 봤을 때, 나는 사람들이 편안한 가격에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주 들락달락하는 아지트를 만들고 싶다. 하지만 수익성을 어떻게 떼고 본단 말인가. 계산기가 필요하다.
2a) 문래역 근처 아파트촌에서 성업 중인 케이크샵, chef cho


3a) 술이 땡기는 인테리어, 아웃테리어의 문래오뎅

세 번째 스팟은 3) 문래 로데오 거리. 문래하면 문예창작촌만 알았던지라 4050의 핫플인 이 곳의 발견은 신선했다. 여기는 흥망성쇠가 있었던 듯 한데, 대표님 말씀으로는 배후 증가나 교통 개설 등의 이슈로 매출이 증가했다고 한다. 자영업을 할거라면 이런 이슈에 꾸준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는데 뭐든지 정보 싸움인가 보다. 아무튼 처음으로 멈춰서서 논의한 가게는 3a) 문래오뎅이라는 일식 이자카야. 이 대표님은 아이템에 맞는, 그러니까 이자카야면 술이라는 아이템에 맞는 인테리어와 감도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소개하셨다.


또 몰 형태의 이곳에서는 간판과 홍보물의 중요성, 즉 외부 노출 가시독성의 효과를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가령 아래 사진의 양화냉삼과 옥된장을 보면, 먹음직스러운 음식 사진과 가독성 높은 글씨로 메뉴를 설명해주거나(3b, 양화냉삼), 그에 더하여 "점심특선" 홍보물을 노출시켜 저녁/술 장사뿐 아니라 점심 장사도 노리는(3c, 옥된장) 전략을 볼 수 있다. 참고로 옥된장이 들어오기 전에는 보승회관이었는데 보승회관은 점심 장사까지 성공적으로 낚지 못했던 것 같다. 반면 뒤이어 들어온 옥된장은 점심 특선을 내면서 컨텐츠와 부동산의 결을 맞춘 성공 케이스였다. 아무튼 창업을 하면 간판이 어느 면에서 보이고 안보이는지 섬세하게 배치해야하며, 만약 포차라면 현수막에 올인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서 질문, 위 사례들은 모두 1층의 점포들로 행인의 시야에 들어온다. 그렇다면 2층의 가게는 어떡할까?

이때는 온라인 플랫폼, 즉 카카오, 네이버, 인스타, 캐치테이블에 노출되는 사진, 정보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아무 2층이나 들어가면 안되고, a) 1층에 수요가 넘쳐 흐르거나, b) 1층 점포들이 작아 널찍한 공간을 원하는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할 때 등의 경우가 적합하다고 한다.

3b) 양화냉삼. 어느 면에서 간판이 보이고 보이지 않는지도 중요하다.
3c) 옥된장. 부동산의 결에 맞춰 점심 특선을 내 매출을 증대한 사례.
NOTE 3. 나의 책바는 2층일 가능성도 있으니 플랫폼 홍보 전략, 외부 가시독성에 신경써야 함. 2+층의 성공 사례로 집 근처 음주가의 책방, 히코, 2층 사무실, 히코, 발루토 오목눈이를 케이스스터디해보기로 하자. 일단 간단하게 생각나는 특징을 적어보자면...
* 창문에 크게 깔끔하게 상호명 노출
* 지면 계단에 발이나 A배너로 노출
* 막상 들어오는 문에는 힙지로 감성으로 시그니처 그래픽(상호명이나 그림, 지도, 조용하라는 안내문 등)가 있음
* 분위기가 힙해서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오는 곳!
* 리뷰 이벤트는 하지 않지만 플랫폼 후기가 매우 좋음. 진정성때문일까?


드디어 마지막 스팟, 4) 문래 문예창작촌에 도달했다. 문예창작촌은 그야말로 독특한 핫플레이스이다. 왜냐하면 이곳은 3가지, 배후세대, 오피스상권, 가까운 역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오로지 이곳을 찾아오는 외부 유입으로 이 상권이 이렇게 잘되고 있다는 것이다. 오로지 힙플레이스를 사랑하는 2030세대의 화력이다. 비견되는 상권으로는 을지로와 신당동이 있는데 이들은 문래보다는 안정적인 상권이긴 하다. 대신에 문래에서는 을지로, 신당보다 낮은 금액으로 오픈이 가능한데 그만큼 폐점도 많다고 한다.


대표님 말씀에 따르면 이 곳의 점포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뉘는데, 하나는 마케팅이 중요한 새로운 점포이고, 다른 하나는 단골이 이미 확보된 노포이다. 전자는 고객이 찾아오기 때문에 검색 노출 경쟁이 중요한 반면 후자는 SNS 검색에도 잘 잡히고 그냥 저냥 운영이 되는 곳들이다. 여기서 나는 한 가지 충격적 사실을 마주하게 되는데, 문래 예술촌에서 30평 기준 월세가 600만원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공장을 식당으로 리모델링한 경우도 평단가가 이 정도라고 한다. 임대료나 권리금에 대한 현실 감각이 없던 나는 월세 600에 압도되었다. 이후 현장 답사를 매우 얼떨떨하고 무력한 상태로 따라다녔는데, 다행히 핫플이 아닌 우리 동네의 임대료 100만원 내외여서 돈에 대한 공포가 조금 사그라들었다.


4a) 정밀. 공장을 베이커리로 리모델링한 사례.

이 곳은 원래 공장이 즐비한 지역이기 때문에 공장에서 식당으로 리모델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주의해야할 점은 공사비용이다. 권리금은 없지만 매우 낙후하고 화장실조차 없는 경우가 있어서 기초공사에만 삼천을 태울 우려가 있다. 그래서 이 지역에서 부동산을 구할 때는 반드시 공간의 히스토리, 이슈를 아는 지역 중개사를 통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한다.


문예창작촌에서도 이 대표님의 열강이 계속되었지만 그 내용을 모두 싣기에는 지면의 한계가 있어. 한가지만 더 기록해두고자 한다. 솔직히 문래 문예창작촌 같은 곳에 진입하려는 마음은 언감생심이다. 특히 나처럼 1인 바를 운영하려는 구상을 가진 사람에게 월세 600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힙플레이스가 의미가 있는 것은 왠갖 성공사례의 모음집이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자본가(ㅋㅋ)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브랜딩부터 메뉴 구성까지 기획하고 운영하는 점포들이 있다. 폐점도 많지만 몇년간 뿌리를 내리고 성업 중이 곳들은 좋은 벤치마킹의 대상이 된다. 이 대표님은 따라서 문래 문예창작촌을 벤치마킹의 목적지로 삼으라 조언하셨다. 유니폼, 접객인사, 구글리뷰, 아주 사소한 디테일가지도. 한마디로 문래 문예창작촌은 기획의 성지라는 것이다.


NOTE.4 못 올라갈 나무라도 쳐다보자. 문래 문예창작촌이나 기타 기획력 있는 장소들은 벤치마킹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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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강이 끝나고, 신발과 함께 내 수첩은 흠뻑 젖었고 까만 글씨는 흘러내렸다. 위의 내용이 그 흘러내린 글씨를 복기해서 기록한 것이다. 강의록과 함께 내 가게를 위한 노트들도 함께 적어보았다. '내 가게'의 면적, 빈도, 가격, 노출, 벤치마킹에 대한 생각들. 현장에서의 이홍규 대표님의 열강이 아니었다면 해낼 수 없던 귀한 생각들. 두달이 지난 오늘, 다시 한번 감사함을 느끼며 글을 닫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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