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차 초등교사의 결심.
2023년, 7월 19일 수요일 저녁, 학생에게 폭행당한 선생님 소식으로 시끄럽던 날 서울에서 신규 선생님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퍼졌다. 사건의 전말이 빠르게 맞춰지며 사람들의 분노는 치솟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서이초등학교에 모여들었다. 추모와 분노의 의미를 담은 화환 수 백여 개가 학교 담장을 빙빙 둘러싸기 시작했다.
그저 면책을 위해 어처구니없는 가정통신문을 뿌리고 도망간 교장과 학교 정문을 세 시간 동안 틀어막고 선생님들의 절규를 무시하는 경찰서장의 모습은 그날의 라이브 방송 중 가장 생생히 기억나는 장면이다.
그날 이후로 지금까지 수많은 선생님을 더 잃었다. 수십만 명의 선생님들이 모였다. 다시는 없을 이 순간 교사로서의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서. 우리는 연대하였고 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러나 교육부와 교육청은 교사들은 징계한다고 발표하였고 교사들의 요구사항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학교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교사들의 무력함과 분노가 극에 달하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처음 교직을 시작하였을 때와 지금은 분위기가 정말 많이 달랐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아주 크다. 코로나로 인해 세상은 갑자기 디지털화되었고 4차 산업 혁명의 분위기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학교야말로 그 영향을 직격으로 얻어맞은 곳이다.
아이들은 학교에 나오지 않고, 수업은 디지털 자료로 준비해야 했으며 쌍방향으로 진행되는 온라인 수업과 평가는 아무런 대비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었다.
첫 발령부터 내가 꾸준히 주장하였던 클라우드 서비스가 하루아침에 학교 현장을 장악한 광경을 보고 크게 놀랐다.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 같던 공무원 사회의 시스템이 어떻게 시대의 변화를 맞이하고 받아들이는지 그 과정을 알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 그 과정에서 공무원 사회의 극단적인 보수성과 폐쇄성을 피부로 느꼈다.
배워야 할 것들 투성이에 서투르기만 했던 병아리라 불리는 젊은 교사들이 이 교실 저 교실 뛰어다니며 40대 50대 선생님들의 정보화기기 사용을 돕고, 인터넷 사용이 익숙한 세대의 선생님들을 중심으로 온라인 수업자료가 제작되어 빠르게 공유되기 시작하였다.
전통적인 교실 상황에서 연륜과 노하우로 무장했던 선배교사들은 무력하게 젊은 교사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윗 세대에서 아랫 세대로 이어지던 자연스러운 문화적 교류는 도저히 견뎌내기 힘든 극심한 혼란 속에 갖은 갈등과 단절로 이어졌다.
짧은 몇 년 사이에 학교의 모습은 완전히 바뀌어버렸고 서로 간의 연대는 끊어졌다.
선배교사와 후배교사, 교사와 행정실, 평교사와 관리자 그리고 학교와 관청. 모든 관계가 코로나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사이, 교육청과 교육부는 학교를 완전하게 망가뜨려놓았다. 현장의 선생님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느끼고 있었다. 학교는 더 이상 교육기관이 아니다. 정치권의 표심잡기에 가장 손쉽게 이용되는 샌드박스가 되어버렸다. 각종 외부 단체의 돈벌이 수단이 되어버렸다. 각종 사회문제의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무기력한 나팔수가 되어버렸다.
학교는 '교육기관'으로써 존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