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허들 앞에서
“애가 대학생이 되면 나는 환갑이야.”
친구에게는 웃으면서 말했지만, 내심 심각했다. 도달하지 않은 날들을 그리며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아이가 서른이 되면 나는 일흔, 마흔이 되면 여든이겠네. 아직 젊을 나이에 노모가 부담스럽진 않을까. 그보다 먼저 사춘기에 세대차로 힘들어할 것 같은데.
아니, 당장은 아기의 건강이 더 큰 걱정이다. 병원에서 ‘노산’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온 세상이 함께 아기의 안녕을 불안해하는 기분이다. 나이 든 임산부는 무슨 검사든 두렵다. 12주에 하는 1차 기형아 검사, 18주의 2차 기형아 검사, 20주의 정밀 초음파 검사, 30주의 입체 초음파 검사까지 무섭지 않은 게 없다. 임신성 당뇨 검사와 빈혈검사, 태동 검사도 마찬가지다.
담력 훈련 주최 측을 도리어 혼비백산하게 하던(어둠 속에서 날아온 가발들을 하나씩 주워서 날아온 쪽으로 다시 던져 주었다. 나중에 수거하려면 귀찮으실까 봐 배려한 거였는데, 자꾸 비명이 들리더라고.) 똑단발 여중생은 커서 겁쟁이 임산부가 되고 말았다.
출산의 세계에서 서른다섯 살이 넘으면 ‘고령’ 소리를 듣는다. 서른다섯 임산부부터는 고령임신, 즉 노산이라고 부른다. 여자는 평생 사용할 난자를 몸 안에 다 가지고 태어난다. 생리를 시작하면 달마다 상태 좋은 난자부터 하나씩 꺼내 쓰므로 노산 때까지 뒤처진 난자는 염색체 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크단다.
1차 기형아 검사에서는 태아의 염색체 이상 여부를 판별한다. 초음파 검사와 혈액검사를 통해 다운증후군, 에드워드증후군, 파타우증후군 등이 있는지 확인한다. 초음파 검사에서는 태아의 목덜미 두께와 콧대를 확인한다. 목덜미가 기준치보다 두껍고 콧대가 낮으면 염색체 이상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혈액 검사에서는 혈액 속 특정 물질이 기준치보다 낮으면 그러하다.
다니던 산부인과에서 정밀 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태아는 이제 질 속이 아니라 아랫배 위에 초음파 기기를 대는 것만으로도 확인 가능한 크기로 자랐다. 간호사님이 솜씨 좋게 각도를 바꿔가며 태아 사진을 입체로 찍어 주셨다. 콧대를 확인하고, 목덜미 두께를 쟀다. 다음으로 혈액 검사용 피를 뽑고, 담당 의사 선생님 진료까지 보면 끝. 노산이라 니프티 검사를 권유받았으나 검사 결과 고위험군이 나오면 그때 하겠다고 답했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일주일이 유독 길었다. 만화 <드래곤볼>에 나오는 ‘정신과 시간의 방’에 갇힌 것 같았다. 나에게는 일 년 같은데, 바깥세상은 겨우 하루 지났을 뿐. 기나긴 하루를 며칠 더 보내고 나자 기다리던 문자가 왔다.
‘1차 기형아 검사 결과 35세 이상 나이에 따른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결과입니다만 나잇값을 제외한 다운증후군 위험도는 저위험입니다. 정기진료 때 내원하십시오.’
거참, 반갑고도 찝찝하네. 끝의 끝까지 노산은 불안하다.
검사를 마치고 나온 날은 건강하게 태어난 사람들이 다 신기하다. 그 조그만 난자와 정자가 불어나 각종 장기가 되고 인간 형상을 갖출 때까지 심각한 오류 한 번 안 나고 제대로 사람이 되어 태어날 수 있었단 말이지? 대단해. 엄청나.
앞으로도 넘어야 할 허들이 많다. 검사, 검사, 검사, 검사로 이어지는 장애물 달리기를 하면서 양 발목에 ‘노산’이라고 적힌 모래주머니를 차고 뛰는 느낌. 무거워도 제대로 완주해야지. 메달 대신 대단하고 엄청난 아기를 안고 집에 갈 거야. 꼭 그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