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30주 차. 산모 교실 갔다 온 썰 푼다

팔려는 자와 얻으려는 자의 억지 텐션 콜라보

by 시애

처음으로 ‘산모 교실’이란 곳을 가보기로 했다. 많고 많은 산모 교실 중에 날짜가 임박한 하나를 골라 온라인으로 신청한 참이었다. 무슨 강의를 한다는데, 가서 들으면 뭐라도 배우겠지. 본격적으로 육아를 시작하기 전에 알아야 하고 준비해야 할 게 격하게 많아서 배보다 뇌가 더 부풀어 오를 지경이다.





문자로 안내받은 건물로 갔다. 이 건물의 6층이렷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려는 찰나, 층별 안내를 읽다가 잠시 내 눈을 의심했다. 핸드폰 속 문자를 다시 읽었다. 이상하다. 산모 교실을 왜 보험사 사무실에서 할까. 옆 건물인가. 옆 건물로 갈 때 가더라도 일단 6층에 가보고 다시 내려오자.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꽃무늬 흔들 그네와 오색찬란한 A4지가 붙은 벽이 눈에 들어왔다. 맞구만. 이런 유치찬란한 감성이 단순히 보험회사일 리는 없지. 그러나 정말 보험회사였고, 보험회사 사무실의 회의실 하나를 빌려 산모 교실을 여는 것이었다. 내가 황당해하다 뒤돌아 튀지 않도록 직원 한 분이 급히 산모 교실 명단 속 내 이름에 체크를 한 후 사은품을 한 봉지 안겨 주었다. 한 봉지만큼의 책임감을 안은 채 별수 없이 회의실 의자에 바스락거리며 앉았다.



행사가 시작되었다. 자본주의적 텐션을 끌어올린 사회자가 사은품을 나눠주며 퀴즈를 진행했다. 내용은 상조회사 홍보였는데, 퀴즈를 맞히면 나와 같은 팀이 된 엄마들까지 사은품을 함께 받을 수 있단다. 이러면 옆 사람에게 미안해서 고고하게 앉아 있을 수가 없잖아. 별수 없이 앉은 김에 별수 없이 퀴즈를 맞히며 아기 양말들을 받았다.



강의는 총 두 개였다. 첫 번째는 자녀 교육비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것,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아이를 위해 보험을 들라는 얘기였다. 열정적인 첫 강의가 끝나고 쉬는 시간을 길게 주셨고, 다들 회의실 바깥에 책상 몇 개를 붙여 마련된 부스로 가서 상조회사나 보험상품에 가입 상담을 받았다. 산후 도우미 업체와 아동용 전집 판매 부스도 있었다. 기웃거려보니 작은 종이에 개인정보를 적어 넘기면 사은품을 하나씩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손수건이나 그림책이나 이불 같은 것들.



두 번째 강의는 모유 수유에 관해서였다. 이제 진짜 ‘산모 교실’이겠구나. 앞서 쉬는 시간을 길게 주셔서 마치는 시간이 늦어지겠다 싶었는데, 웬걸. 강의가 우두두두 순식간에 끝나 버렸다. 모유가 아기한테 좋으니 자꾸 먹이세요. 끝. 짝짝짝. 뒤이어 경품 추첨 시간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집에 돌아와 한 봉지 받은 사은품을 다 꺼내서 늘어놓고 사진을 찍었다. 우스웠다. 받기 전엔 받고 싶었는데, 막상 받고 보니 크게 쓸모 있는 게 없다. 그래도 받아서 좋네. 사람 마음이란 게, 참.


재밌군, 산모 교실.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다. 이 또한 내가 진입하게 될 새로운 세계의 일환이지. 아이와 함께 살기 위해 알아야 하고 준비해야 할 것들이 아직 많다. 살아가야 할 세상이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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