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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 Nov 08. 2023

학부모회는 부담되지만 동아리는 하고 싶다

학부모회와 학부모동아리 사이


학부모동아리를 하는 이유


학교에는 다양한 학부모동아리가 있습니다. 아침마다 교실에서 책을 읽어주는 책맘부터 전래놀이, 생태놀이, 방송댄스, 합창, 공예, 연주(기타, 우쿨렐레 등) 동아리 등 무수히 많습니다. 대부분의 학교에 1~2개의 동아리가 기본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학부모 참여가 활발한 학교는 그 이상인 경우도 많습니다.


학부모들이 학부모 동아리에 참여하게 되는 경로는 대부분 학교의 요청에 따른 경우입니다. 많은 경우 학교 내 각 부서에서 학부모 연계활동사업을 별도로 편성하고 학부모를 모집해 운영합니다. 이처럼 학교의 요청에 의한 경우에는 학부모의 참여 의지나 참여도가 떨어지게 됩니다. 왜냐하면 학부모의 필요가 아니라 학교의 필요에 의한 활동이기 때문입니다. 또 자녀를 볼모로 학부모 자원봉사라는 미명하에 학교에서 필요한 유급 인력을 손쉽게 대체하려 한다는 비판도 있어 자원봉사 형태의 운영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교통봉사나 생활지도 활동 등 전체 학부모에게 요청되는 자원봉사와 달리 동아리는 비교적 전문적인 기능을 요구합니다. 그래서 관심과 열정이 있는 학부모들에 의한 자발적 참여도 적지 않습니다. 동아리 활동이 적성이나 취미에 맞고 자기 계발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또 동아리 활동을 계기로 자격증을 취득하여 직업으로 삼는 경우도 있습니다. 동아리 활동이 자녀 양육으로 경력이 단절된 학부모들에게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발판이 되기도 하므로 일반적인 학교참여활동과는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학부모 중 일부는 자신의 재능도 키우고 직업적 활동도 가능한 동아리를 만들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학교 입장에서는 학부모 동아리 활동이 학교교육활동에 도움이 되는지, 교육과정 운영에 어긋나지는 않는지 살펴볼 수밖에 없습니다. 또 공간과 예산을 지원할 수 있는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일반 학부모들이 학부모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학교 활동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지자체나 교육청이 주관하는 동아리나 공동체 활동에 참여가 가능하므로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동아리 활동에 참여할 때는 자신의 활동 목적이나 생각이 무엇인지 정리가 필요합니다. 만약 동아리 활동을 통해 전문성을 키우고 직업적 활동을 하는 것보다는 학교 참여 활동에 중심이 있다면 학교에서 운영 중인 동아리 활동에 참여해야 할 것입니다. 학교에 학부모동아리가 없다면 학부모회가 주선하거나 학부모회의 도움을 받아 학부모동아리를 만드는 것도 방법입니다.(만약 이 글을 읽는 학부모 중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먼저 학부모회 활동에 참여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 학부모회는 해야 할 일이 많을 것 같아서 부담돼요. 동아리만 하고 싶어요"


얼마 전 학부모 동아리 활동에 열심인 학부모를 만나서 들은 얘기입니다. 동아리 활동에 참여한다고 해서 학부모회 활동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학부모회에 관심을 갖더라도 학부모회 활동보다는 학부모회가 동아리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가 관심사입니다. 학부모회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동아리 활동만 한다고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학부모동아리에 참여하는 학부모들도 학교의 무관심과 빈약한 지원, 재능기부를 당연시하는 분위기 등 애로사항이 많다고 호소합니다. 그래서 학부모회 임원들의 요청도 부담스럽습니다. 물론 앞장서 활동하고 싶지 않을 뿐 학교교육에 무관심한 것은 아니니까요.


학부모회가 조례로 제정되기 전부터 운영해 온 학부모동아리인 경우에는 학부모회의 요청을 간섭으로 여기기도 합니다. 학부모회는 동아리의 상급기관이 아니며 동아리와는 별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주장의 일부는 맞습니다. 왜냐하면 학부모동아리는 학부모회 대의원회나 총회에서 학부모회 산하인 기능별 학부모회로 편입이 승인되지 않는 이상 학부모회 산하기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사실 학부모회 입장에서 동아리가 학부모회 산하기구가 되겠다고 하면 거의 대부분 환영하는 입장이긴 합니다) 다만 이런 경우 학부모회에서 주관하는 각종 활동에 참여하거나 학부모회 예산을 지원받을 수 없습니다. 학부모회에서도 예산을 편성할 때 동아리 대표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동아리 예산이 확보되도록 협력해야 합니다. 이러한 소통이 원활해야 상호 신뢰가 형성됩니다.


학부모회 입장에서는 동아리가 학부모회와 무관하게 외부에 존재하는 것보다는 학부모회 산하 기능별학부모회로 편재되었을 때 동아리 활동을 지원할 근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형식적이라고 하더라도 동아리를 학부모회 산하기구로 편재하거나 동아리를 신설할 때는 대의원회 의결 등 동아리 활동 승인 절차를 통해 동아리 운영과 지원 원칙을 투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습니다)



동아리는 학부모회의 기초조직, 학부모회는 동아리의 우군


부담 없이 학부모회 활동에 참여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학부모 학교참여 사업에서 중요합니다. 학부모회가 활성화된 학교일수록 학부모동아리에게 보다 많은 활동 기회와 권한을 부여하고 소통한다는 것을 참고하면 좋을 듯합니다.

학부모 참여가 소극적인 분위기의 학부모회는 백화점식 활동보다는 동아리 1~2개를 성장시키는데 힘쓰는 게 나을 수 있습니다. 또 학부모동아리 회원들이 학부모회 사업 참여에 소극적이라면 학부모동아리 활동 자체를 학부모회 주요 사업으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학부모동아리는 학급학부모회 못지않게 학부모회 운영의 중요한 기초조직이 되기도 합니다. 학부모회의 많은 리더들이 동아리 활동 과정에서 성장하여 왔습니다. 학부모 동아리 입장에서도 학부모회 소속으로 활동하고 협력하는 것이 예산 확보나 활동 측면에서 학교의 협조를 이끌어 내는데 보다 유리합니다.


현실에서 학부모회와 학부모동아리는 상호 의존적 관계입니다. 따라서 기왕에 학부모동아리에 참여하는 학부모라면 학부모회에도 관심을 갖고 참여하길 바랍니다. 동아리에게 학부모회는 부담이 아니라 든든한 우군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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