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영 Oct 24. 2023

11월의 학부모회는 바쁘다

학부모회 활동의 연속성을 위한 학부모회 임원의 역할

유종의 미


많은 학부모회 임원은 11월이 되면 해야 할 일이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12월에 학부모회 총회를 하는 학교는 이 말이 옳습니다. 하지만 학부모회 임원의 임기는 대체로 1년이고, 보통은 3월에 학부모회 정기총회를 하므로 그때까지가 임기입니다. 또 정기총회에 참석하여  총회 진행도 해야 한다. 이 이야기를 처음 듣는 학부모회장이라면 자신에게 학부모회장을 권유했던 사람들에게 이렇게 하소연하고 싶어 질 것입니다.


"하는 일 없다고, 이름만 올리면 된다면서요"


물론 어떤 학부모회장은 자녀가 졸업을 하기 때문에 학교에 더는 올 일이 없을 거라고, 3월 총회는 학교에서 알아서 하지 않겠냐고 말합니다. 물론 그렇게 되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학부모회장이 참석하지 않는다고 학부모회 총회가 무산되는 것은 아닙니다. 규정을 바꾸던지 사람을 바꾸던지 총회는 문제없는 것처럼 진행됩니다. 왜냐하면 학부모회에 관심 있는 학부모가 많지 않기 때문에.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스스로 학부모회 임원직을 거추장스러운 짐으로 생각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자발적으로 지원해 학부모회장을 하게 되었고, 또 열심히 잘해보고 싶은 학부모회장도 많습니다. 그런 학부모회장이나 임원이라면 학부모회 체계를  잘 갖춰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유종의 미도 거두고 싶어 집니다.


그렇다면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학부모회 총회는 내년 3월인데 11월인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많은 학부모들에게 학부모회 총회란 3월 초에 학교에서 준비해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체로 그래 왔으므로 올해도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학부모회를 잘 운영하고 싶은 학부모회장과 임원들은 자발적으로 학부모회 총회를 준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학부모회 임원들의 권리이자 의무이기도 하다. 벌칙 조항이 없으므로 조례와 규정을 지키느냐, 안 지키느냐는 오롯이 학부모회 임원들의 자발적 의지에 달린 문제입니다. 물론 일부 학교에서는 학부모회가 자발적으로 총회를 준비하는 것을 불편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학부모회 조례상 학부모회 총회의 소집권한은 학부모회장에게 있으므로 학부모회가 주체적으로 총회를 주관하고 준비하는 것은 정당한 학부모회 활동입니다.



다음학년도 학부모회 예산은 12월에 정해진다


12월이 되면 학교는 각 부서별로 내년도 예산을 편성하기 위해 예산 계획 또는 예산 요구서(비슷한 다른 명칭을 쓰기도 한다)를 받습니다. 각 부서별로 필요한 예산 계획이 모아지면 예산담당부서는 내년에 배정된 학교의 기본운영비에서 각 부서에서 요구한 예산을 분배합니다. 이러한 분배과정에서 요구한 대로 예산이 반영되거나, 삭감되기도 하는 등 조정이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학부모회도 내년에 필요한 학부모회 예산을 요구해야 합니다. 요구하지 않으면 학부모회 담당교사의 의견만 반영된 예산 계획이 제출될 것입니다. 그런데 무턱대고 터무니없는 요구를 할 수는 없다.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그 근거는 당연하게도 올해 활동 결과입니다. 올해 활동 결과에 비춰 부족했던 부분이 어떤 것인지, 남은 예산은 어떤 부분인지 살펴봐야 합니다. 즉 학부모회 활동에 대한 평가가 필요합니다. 이런 평가 과정은 학부모회장이나 임원 몇 명이 하는 것보다는 적어도 대의원회를 통해 함께 공유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내년에 학부모회 활동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부모 활동가가 늘어날 수 있으므로.


그래서 늦어도 12월 초까지는 학부모회 대의원회를 개최하고 올해 활동에 대한 평가와 내년 활동 방향에 대해 논의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대의원회를 딱딱하게 할 필요는 없다. 회의방식으로 딱딱하게 운영하면 올 한 해 활동하면서 느꼈던 감정이나 소회를 충분하게 말할 수 없을 수도 있고, 자칫 부정적인 평가라도 나오면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하고 싶은 말을 서로 공감하며 충분하게 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한 해를 정리하는 대의원회는 조금은 변화를 주어 진행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한 번쯤 경험해 봤던 방법을 찾아보아야 합니다. 모둠별 토론도 좋고, 서클 형태로 둘러앉자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습니다. 이런 토론을 통해 어느 정도 의견이 수렴된 후 의결절차를 진행할 때 회의가 부드러우면서도 알차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대의원회를 통해 의견이 수렴되면 그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도 활동 방향에 따른 예산을 학부모회 담당교사를 통해 요구해야 합니다. 물론 내년도 학부모회 계획과 예산에 대해  담당교사와 사전에 소통을 통해 가능한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 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너무 터무니없는 예산을 요구하게 되면 반영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예상 가능한 범위의 타당한 예산 요구라도 실제 예산 조정과정에서 삭감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삭감이유의 타당성을 살펴보고 다시 증액 요구를 할 수도 있습니다.


한편 예산요구를 할 때는 구체적으로 하는 게 좋습니다. 전체적으로 얼마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하면 나중에 예산을 사용할 때 예산과목이 안 맞아서 못쓰는 경우가 생깁니다. 따라서, 재료비와 업무추진비(다과비), 강사수당, 여비 등은 구분해서 작성하고 요구하는 게 필요합니다. 물론 학부모회 총회, 학부모교육, 등교맞이, 동아리활동비 등과 같이 너무 세세하게 작성하면 나중에 운영비를 융통성 있게 사용하는 것이 어려우므로 각 항목별로 적정하게 배분하여 요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산 요구서를 작성할 때 잘 모르겠으면 담당교사나 행정실 담당직원과 협의해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학교의 예산안이 수립되면 대략 1월 말 2월 초에 학교운영위원회에 심의를 받게 됩니다. 학교운영위원회 심의과정에서 일부 예산 조정이 되기도 하지만 방대한 세부내역과 복잡한 용어들, 부족한 심의 시간을 이유로 거의 대부분 원안대로 가결됩니다. 그래서 필요한 게 예산안만 세부적으로 검토하고 조정하여 학교운영위원회에 상정할 예산결산소위원회 구성입니다. 예산결산소위원회는 학교운영위원회 산하에 설치됩니다.


예산결산소위원회를 개최하려면 예결위원들이 별도로 시간을 내서 회의를 해야 합니다. 또 예산 내역에 대해 충분하게 이해하지 못한 경우에는 어떤 예산을 증액하고 감액해야 할지 결정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이유로 예산결산소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학교 교육에 관심이 많고 예산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싶은 의지가 있어 내실 있게 운영하는 곳도 있으니 위원회 운영 취지에 공감하여 의기투합할 수 있는 학부모들이 있다면 예결위원으로 참여해 활동해 보길 권합니다.


아무튼 학교운영위원회 심의 이후에는 사실상 예산안이 확정되는 만큼 학교운영위원회 심의 전에 학부모회 예산이 내년도 예산안에 얼마나 반영되었는지 담당교사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학부모회 총회 준비도 12월부터 해야 한다


한편, 학부모회 예산을 확보하는 것만큼 중요한 게 학부모회 총회 준비입니다. 3월에 개학하고 총회를 준비하려다 보면 준비해야 할 것,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이 많아서 포기하고 학교의 준비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총회를 진행하면 당연하게도 학부모회 총회는 형식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고, 참여하려는 학부모도 움츠러들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학부모회 총회도 미리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앞서 우리는 학부모회 예산을 요구하기 위해 학부모회 활동 평가도 하고 내년 학부모회 활동을 미리 예상해보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예상하는 학부모회 활동에 맞게 총회 준비도 해야 합니다.


이전 글 들에서 여러 차례 강조한 것처럼 학부모회 총회가 있는 날은 학부모가 가장 많이 모이는 날인 만큼 학부모회가 무엇을 하는 조직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일반 학부모의 참여가 저조하다고 생각하는 학부모회는 학부모회 총회를 활용해 학부모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학부모회 총회는 무엇부터 준비해야 할까요?


우선 대의원회에서 총회준비위원회를 구성해야 합니다. 총회준비위원회는 총회일시, 장소, 보고 및 의결사항, 임원 선출, 사회자, 총회 자료 준비 등을 준비합니다. 총회준비위원회는 학부모회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임원 및 대의원, 교장, 교감, 담당교사 등이 참여하여 구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총회 준비에 학교 관리자나 담당교사가 참여하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지만 학부모회 총회는 학교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 있으므로 참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학부모회 활동보고나 규정개정안 등 안건 준비는 학부모회 자체적으로 준비해도 됩니다. 하지만 총회 장소, 공지, 예산 사용 등 필수 준비 사항에 대해서는 학교와의 소통과 협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간혹 2월 정기인사로 관리자나 담당교사가 바뀌는 경우도 있으므로 그런 경우에는 기존 협의 사항이 잘 인수인계 되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학교 관리자나 담당자 변경으로 협의된 사항이 무시되고 엉뚱한 방식으로 총회가 진행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12월에는 총회준비위원회에 참여할 학부모 위원만 선출하고 구체적인 준비는 2월부터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학부모회 규정 개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총회준비위원회에서 대의원회와 임시총회를 거쳐 미리 개정해야 할 사항인지, 아니면 내년 3월 정기총회에서 개정할 사항인지 판단하여 준비해야 합니다. 만약 학부모회 규정을 내년 3월 정기총회 전에 개정해야 한다고 판단했을 경우에는 규정 개정을 위한 임시총회를 열어야 합니다.


물론 학부모회 임시총회를 개최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요즘은 온라인으로 총회를 개최하거나 사전에 가정통신문으로 회신문을 받는 형식의 사전투표와 본투표를 거쳐 학부모회 규정을 개정하기도 하므로 학부모회 조례와 규정을 살펴 준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임시총회 개최 방법과 규정 개정 절차는 각 시도별 학부모회 조례에 따라야 하므로 조례에 어긋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임시총회를 통해 학부모회 규정을 개정해야 할 사항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학부모회 임원의 정수나 임원 선출 절차 등 학부모회 임원 선출에 관한 사항을 개정해야 할 경우에 임시총회를 개최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개정된 규정에 따라 임원을 선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즉 당장 총회 운영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사전에 규정을 개정해야 합니다. 그 외의 규정은 총회준비위원회와 대의원회 등을 통해 규정 개정안을 만들고 3월 정기총회에서 규정을 개정하면 됩니다.


특히 학부모회 임원선출의 경우 학부모회 규정 개정 여부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총회준비위원회에서 꼼꼼하게 살펴야 하고, 전체 학부모의 의견 수렴과 대의원회 의결 등을 통해 공정성을 확보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 12월 대의원회에서는 임원선출관리위원을 선출하여 임원선출관리위원회를 구성해야 합니다. 선거가 3월인데 12월에 임원선출관리위원을 선출하는 것이 이르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2월이 되면 학부모들의 관심이 현저히 줄어 대의원회 개최도 힘들뿐더러 선출관리위원을 선출하기도 어렵습니다. 12월부터 준비하는 것이 학부모회 총회와 임원 선출의 절차와 형식, 내용을 충실하게 하는데 여러모로 유리합니다.



맹목적이지 않기 위한 자문자답의 필요성


이쯤 되면 학부모회 활동에 끝은 있는 것인지 회의감이 듭니다. 학부모회 활동으로 얻은 성과는 크게 없는 것 같고 몸은 축나는데 해야 할 일은 아직도 산더미라는 소식에 질립니다. 각종 회의와 활동에 치여 정작 자신을 돌보지 못한 것에 자괴감도 듭니다.


하는 일 없을 거라는 새빨간 거짓말에 속아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심정으로 지금까지 활동해 온 학부모회장들의 심정을 모르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해온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지치지 않고 학부모회 활동을 하는 학부모들을 보면서 과연 학부모들을 움직이게 하는 내적 동기는 무엇인지도 생각해 봅니다.


그것은 학부모 교육권의 행사이자, 자녀에 대한 교육열이기도 하며, 때로는 자기 성취에 대한 욕구이면서, 민주시민으로서의 참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다양한 학부모회 활동가들의 동기를 헤아리기에는 부족할 것입니다.


아무튼 11월에도 여전히 바쁠 것입니다. 아직 사업도 남았고 예산 요구와 총회준비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생각을 정리할 시간도 필요합니다. 스스로의 활동을 정리해 봐야 하며 다른 학부모회 임원들과도 정리와 평가의 시간이 꼭 필요합니다. 자신이 왜 학부모회 활동을 하고 있는지 한 번쯤 자문해 보았으면 합니다. 어떤 것에 보람을 느꼈고 무엇이 힘들게 했는지, 계속할만한 가치가 있는지도.


자문자답의 결과가 또 다른 활동의 동기가 되기도 하고 그만 둘 명분이 되기도 할 것입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야 의무감에 이끌린 맹목적 활동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야 내 아이와 우리 아이들에게 선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충만한 내적 동기로 열정적인 활동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이전 07화 학부모 자원봉사에 대한 생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