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저 언덕 위 망한 호텔 있잖아
내가 인수해서 운영하고 싶어
조용한 잠을 자게 해주고
여름이면 합주부 아이들을 불러다
뿌뿌 나팔 소리를 듣고 싶어
틀린 부분을 틀리고 또 틀리고
기어코 성공해서 다음으로
넘어가는 것을 보고 싶어
잔디에 앉아 나뭇잎을 읽고 싶어
지천에 깔린 토끼풀을 꺾어다
토끼에게 주고 싶어
복도마다 다른 그림을 걸고
촌스러운 쇼파가 놓인 로비에서
짧은 원피스를 입고 앉아있고 싶어
겨울이면 불을 피우고
테라스에 서서 찬바람을 맞고 싶어
하지만 하얀 침구 정리는 아무래도 귀찮지
그래서 못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