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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윤 Apr 07. 2021

여독

연주를 들으러 왔지만 그러기엔 볕이 너무나 따뜻했다

두 번째 곡이 끝나고 두운 공연장에서 나온 우리는 햇빛을 받으며 목을 다녔


현악기를 고치는 가게들

사자 철문이 지키는 아파트

프랑스 가공육점을 구경했다

다 팔린 잠봉뵈르(바게트에 햄이랑 버터 발린 것)를 아쉬워하는 척했다


빨간 커피집에서 오렌지주스 맛이 난다는 에티오피아를 켰다

과테말라로 갈 걸 그랬나


에티오피아에서의 잠깐의 쉼은 식을 줄 모르고 나의 머리와 마음을 울렁이게 하니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고단하였다


고개를 푹 숙이다 언뜻 고개를 드니

한강의 야경 금색 불빛들과 보라색 불빛의 다리

강물에 반사되어 반짝인다

 너울거리 반짝

별이 빛나는 밤 고흐의 눈을 갖게 되었다


긴 여행 후 집 언저리에 오니 제야 마음이 편안해진다

하지만 에티오피아의 맛을 봤으니

오늘 밤은 잠 못 이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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