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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윤 Aug 01. 2022

휴가 첫째 날

머리를 짧게 쳤는데 망했다 

머리 망한 것도 아주 오랜만이다 

학생 때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
그때는 망한 머리로 씩씩하게 살아갔었는데 지금이야 뭐 불가능하랴?
마인드 세팅하라고 주어진 조건인가 

그렇다면 성공

지금이 아니면 쉬지 못할 것 같기도 하고 억지로라도 쉬어갈 타이밍이라 생각하여 내리 5일 휴가 써버렸고 12월까지 단 3일의 휴가밖에 남지 않았다(극단적인 인간)

쉰다고 하니 기가 막히게 비가 오고(어차피 나는 실내에만 있을 거니까 문제 되지 않지만)

아무런 계획 없이 눈떠서
신발끈도 묶지 않은 운동화를 신고
늦장 부리다 표가 매진한 시간에 한대 오는 버스를 타겠다고 땡볕에서 기다리다 버스 올쯤 택시를 타버평생을 그래 놓고 아직까지도 대책 없는 나란 애한테 진절머리가 난다

한적한 동네도 휴가철이라고 길이 막힌다
올라가는 택시요금
그러나 이제는 시간이 돈보다 더 중하게 생각된다 그래서 시간을 돈으로 사는 거겠지

도착하여 챙겨 온 음식을 다 같이 먹고 먹자마자 드러누워서 할아버지가 따 준 블루베리를 먹었다
쉴까 봐 냉동실에 넣은 단팥빵과

밭에서 따온 호박으로 만든 부침개를 먹었다

평일 티비를 켜면 볼게 정말 없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저녁 드라마까지 계속 뉴스만 본다 그리고 자기 전까지 뉴스를 또 본다
어쩔 수 없이 시골 사는 대부분의 노인들이 이러지 않을까

나는 누워서 벽에 걸린 그림들을 보고 있
맞아 어릴 적부터 그림들이 있었어
그래서 내가 그림을 좋아하는 걸까
말 그림이 어디로 간지 모르겠네
내일은 무슨 일을 할까
다음날을 기대할 수 있다니 놀랍군


기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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